[보험사 자본확충 돋보기]농협손보, 3개월새 잇따른 조달…적정성 방어엔 '역부족'⑥2차례 자본성 증권 발행으로 6500억 확충…커진 이자부담에 실적 악영향 우려도
강용규 기자공개 2025-03-21 12:04:02
[편집자주]
보험사 자본관리 과제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회계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변화 역시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익 창출능력만으로는 자본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힘에 부치는 보험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이다. 보험사별 자본확충 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별 자본관리 전략의 방향성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9일 15시2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손해보험(농협손보)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말 신종자본증권으로 한 차례 자본을 확충한 지 3개월만이다. 연말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인한 보험계약마진(CSM) 감소의 여파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농협손보는 지난해 말 CSM 감소로 인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한 만큼 실적과 자본적정성 두 지표를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 다만 제도 변화와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로 자본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잇따른 자본확충으로 인해 이자부담마저 커진 만큼 지표 개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년→3개월, 급격히 짧아진 자본성 증권 발행주기
19일 농협손보에 따르면 앞서 14일을 납입일로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애초 1000억원 규모의 발행을 추진했으나 수요예측 과정을 거쳐 2배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농협손보 측에서는 조달 자금을 자본적정성 강화에 활용할 예정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2000억원의 납입으로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2024년 3분기 말 290.1%에서 313.8%까지 23.7%p(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3분기 말 농협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 150%를 크게 상회했다. 농협손보가 지급여력제도상 요구위험을 완화하는 경과조치를 적용받고 있기는 하나 조치 효과를 제거해도 지급여력비율은 211.2%로 우량한 축에 속했다.
다만 아직 공표되지 않은 연말 기준의 지표가 문제다. 농협손보의 2024년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75.8%로 잠정집계됐다. 젼년 말 대비 141%p 급락했으며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114.3%p 하락한 수치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12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45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1분기만에 지급여력비율이 100%p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 신종자본증권 이전에 농협손보가 발행한 자본성 증권은 3년 전인 2021년 7월의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였다. 이는 과거 농협손보가 자본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만큼 자본확충의 수요가 많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반면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직전 자본확충으로부터 단 3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금의 농협손보는 과거와 달리 자본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우호적 제도 변경에 환경 불확실성까지…불어난 이자도 부담 요인
작년 말 지급여력비율 급락을 놓고 농협손보 관계자는 "연말 결산부터 반영이 시작된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관련 가정모형 변경이 주요 원인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이 이전보다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지난해 말 주요 손보사들은 대부분 보험계약마진(CSM)의 감소가 나타났다. CSM은 원가평가와 시가평가의 차액이 보험사 가용자본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조정준비금으로 반영된다. 때문의 CSM이 줄어들면 보험사 자본적정성은 악화한다.
CSM은 보험부채 가운데 향후 상각을 통해 이익으로 전환되는 부분을 의미한다. CSM의 감소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실제 농협손보는 지난해 4분기 482억원의 순손실을 보며 전년 동기 순이익 183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이와 별개로 업계에서는 금리 하락과 환율 급등 등 외부 지표의 불확실성 증대 역시 농협손보의 지급여력비율 급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로 인해 요구자본상 위험액 중 하나인 시장위험액이 크게 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와 환율 등 외부 지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도 변화 역시 농협손보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시작된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조치가 올해 더욱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이 조치로 인해 보험사들의 보험부채 평가액이 늘고 그만큼 자본은 축소 압력을 받는다.
실적의 개선 역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3개월 사이 2차례의 자본확충으로 농협손보는 연간 340억원의 이자부담을 추가로 안게 됐다. 농협손보가 그간 해마다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벼운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순이익 감소나 지급여력비율 하락 등은 경영환경이나 제도의 변화에 따른 것일 뿐 회사 경영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신계약 증대를 통한 CSM 확보에 집중하면서 지표를 차차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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