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2일 08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웅은 난세에서 난다. 외부 침략, 내부 갈등으로 혼탁할 때 이를 해결하거나 해결하려는 인물이 더 돋보인다는 말이다. 신세계그룹이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내고 이마트는 쿠팡에 유통 1위 자리를 내준 혼란 속에 정용진 회장이 전면에 나선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승계의 마지막 퍼즐은 언제나 정당성 확보다. 오너 일가는 지분과 지위를 갖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경영권을 계승할 명분은 되지 않는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그를 전면에 세웠고 지난 1년은 그가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한 시기로 기억된다.
이전까지 정 회장은 전략적 성과보다는 브랜드와 이미지로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이었다. 야구단 인수, 스타벅스 같은 굵직한 사업 확장은 있었지만 온라인 전환과 디지털 대응에서는 번번이 타이밍을 놓쳤다.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다.
지난 1년은 확연히 달랐다. 회장으로 올라선 직후부터 수시 인사, 조직 개편, 적자 사업 정리, 외부 협업 등 전방위의 수술에 들어갔다. "조직, 시스템, 업무 방식까지 다 바꾸라"는 말을 지키듯 내부의 권력 구도를 통째로 재정립한 점이 눈에 띈다.
대외적으로도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후 그와 만나 대화를 나눈 최초의 한국 기업인이다. 지난달 말 방한한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할 재계 주요 인사 리스트를 조율하며 사실상 접견 창구를 맡았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 전량을 매입하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공식화한 ‘계열분리’ 작업의 연장선으로 리더십뿐 아니라 실질 지배구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셈이다.
실적은 개선되고 있고,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오프라인 유통을 다시 본류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고 SSG닷컴과 지마켓은 CJ·알리바바와의 협업으로 생존 해법을 찾았다.
정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낸 입장문에서 '그야말로 독하게 일만했다'고 지난 1년을 자평했다. 올해 그는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모두 쥐고 경영자로서 색을 더욱 드러낼 전망이다. 정용진 회장은 과연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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