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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설명회의 커뮤니케이션

윤영환 크레딧애널리스트 공개 2009-05-12 19:49:22

[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9년 05월 12일 19: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인 토마스 엘리엇은 그의 대표작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이라고 노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과 투자자에게 4월은 희망의 계절이다.

통상적으로 4분기의 손익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매출 밀어내기의 효과보다 미뤄왔던 비용(또는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뻔히 알면서도 실적이 그렇다 보니 기업실적 전망도 보수적으로 바뀐다.

다행히 4분기 실적은 연간 결산 때문에 다른 분기보다 유효기간이 한달 가량 짧다. 불과 두 달 정도면 1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보수적 분위기는 사뭇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것이 4월의 봄바람을 만든다. 물론 이런 패턴을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이 그런 주기성을 보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쨌든 4월은 기업설명회가 많은 계절이다. 실적이 좋아져서 보다 떳떳해진 기업도 있고, 새롭게 사업계획을 세우고 웅지를 펴는 기업도 있다. 금융위기로 얼어붙은 2009년에도 4월의 봄바람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많은 기업설명회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가운데 세 건의 기업설명회를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시각에서 조망해보려 한다. 기업 실적 자체보다는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살펴보려는 것이다.

4월 9일 A사의 크레딧 IR이 있었다. 우량 계열의 후광에 힘입어 리스와 대부업을 영위하면서도 비교적 무난한 자금조달과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캐피탈사다. 기업의 설명이 끝나고 마이크를 잡았다. “잘 준비된 홍보 자료다. 하지만 홍보가 아니라 IR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자산과 차입금의 내역이 반드시 필요하다.”

곧바로 자료를 준비해 보내주겠다는 답변에 재차 확인까지 받았다. 그리고 1주일 뒤에 ‘정중한’ 메일 하나를 받았다. “현재 3월 결산을 진행 중이며, 결산이 종료되는 대로 자산, 부채 등에 관해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자료를 제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결산은 중요하다. 하지만 결산 때문에 기업의 재무활동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IR 이후에도 3차례의 채권 발행이 있었다. 세상은 그냥 굴러가고 예민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만 혼자 난감해졌다.

4월 15일 B사의 크레딧 IR이 있었다. 신용등급 AAA의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크레딧 IR을 하는 것 자체가 생경했다. 대규모 합병을 앞두고 적지않은 이슈가 있었지만, 설명을 마치고 첫 질문이 나오기까지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저런 초우량기업이 왜 구태여 크레딧 IR을 할까?

의문은 며칠 후 다른 자리에서 풀렸다. 신용평가 포럼에서 B사의 자금담당 임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시장의 적절한 피드백이 합리적인 경영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주가는 실시간 신호가 오지만, 크레딧 시장의 피드백은 더디다. 이는 자칫 재무적 건전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재무 부서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 수 있다.” B사의 크레딧 IR은 고독한 챔피언이 크레딧 시장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자리였다.

4월 23일 C사의 1분기 경영실적 설명회가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적 제조업체의 위상을 반영하여 참석자도 많았고, 방송 카메라도 여러 대 돌고 있었다.

세계 시장을 경영하는 C사의 1분기 경영실적에는 금융위기의 그늘이 진하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경쟁사보다는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었다. 매출과 손익만 보자면 그랬다. 그러나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었다.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산과 부채를 보아야 한다. 적어도 크레딧 투자는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들의 경영실적 설명회는 이러한 갈증을 외면한다. 개별적으로 문의해도 공식 재무제표가 발표될 때까지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노 코멘트’다.

지난 4분기 C사는 순현금에서 순차입으로 전환했다. “어! 아닌데?”라고 할 수도 있다. 주석 사항으로 표시되는 매출채권 할인을 감안하지 않았다면 그럴 수 있다. 차입금의 파악은 신용분석의 출발선이다. 우리 기업들의 경영실적 설명회는 대부분 그 출발선이 되기에 너무 조악하다. 그래서 완전한 재무제표가 발표될 때까지의 상당한 기간을 궁금증으로 애간장을 태운다.

[칼럼니스트 소개]

윤영환 크레딧애널리스트 약력

2001∼ 굿모닝신한증권 선임연구위원

1988∼2001 한국신용정보, 연구개발실장 화학산업평가실장

KAIST MBA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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