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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회장의 사람 욕심 성공할까 정경수 전 공무원연금 본부장 영입..."투자성향 판이한데…"

김참 기자공개 2010-01-29 17:42:12

이 기사는 2010년 01월 29일 1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가진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공무원연금의 정경수 자금운용본부장을 전격 영입했다. IMF 외환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막대한 부를 획득한 이 회장이 보수적 투자의 대명사인 연기금의 자금운용본부장을 영입한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소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M&A와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주력하는 이 회장과 채권·주식 등 정형화된 투자에 정통한 정 전 본부장이 어떤 조화를 이뤄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성향 언밸런스?

정 전 본부장의 운용 방식은 유형별 자산 배분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스타일이다. 공무원연금, 삼성생명, 새마을금고 등 정 전 본부장이 거친 전 직장들을 보더라도 보수적인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불특정 다수의 자산을 운용하는 특성 때문에 투자가 진행되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 연기금과 예금자산을 운용할 경우 다수의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수익률에 대한 민원이 많고 정치적 입김으로 원치않은 투자를 진행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정 전 본부장도 이같은 운용 방식에 대해 사석에서 여러차례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본부가 표면적으로는 독립적인 것으로 비춰지기는 하지만 정 전 본부장은 정치적인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투자와 관련해 항상 불만이 쌓여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에이티넘의 경우 이 회장 개인 자산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다. 완구업체 조선I&C로 경영을 시작한 이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유선사업자를 묶어 C&M을 설립하고 이를 다시 지난 2008년 3월 맥쿼리가 주도한 국내외 합작 펀드에 1조4600억원을 받고 되팔았다. '올인' 전략을 통해 자산을 급격하게 불려나간 케이스다.

일반 공·사모펀드와 달리 외부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받지 않는다. 의사결정 시스템이 신속하고 투자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일종의 헤지펀드와 성격이 비슷하다.

겉만 봐선 둘의 투자 성향은 확연히 갈라진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 전 본부장이 전임 대표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에이티넘의 전임 대표인 송승욱 대표도 미래에셋맵스운용에서 이민주 회장이 직접 영입했지만 결과적으로 투자 성향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한 관계자는 "송승욱 대표는 보수적인데다 투자 결정을 하기까지 주변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스타일"이라며 "이 회장이 직접 운용을 맡겼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 에이티넘과의 투자성향에 차이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호 보완 가능...과거 경험 도움될 듯

하지만 정 전 본부장이 오히려 적격자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몰려드는 딜은 많지만 그 중에서 '돈이 될 만한게' 뭔지 발굴하는 건 쉽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기금의 돈줄이 막혀버리자 "딜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삼성동으로 몰린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정 전 본부장은 연기금과 보험회사 시절 수많은 딜을 접해본 경험이 있어, 1조원대로 추정되는 잉여자금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딜(Deal) 구조를 짤 수 있는 적임자라는 설명이다.

PEF 한 관계자는 "정 전 본부장이 PEF 등을 직접 운용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라며 "하지만 전체적인 자산배분과 투자 대상을 판단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전문가"라고 말했다.

이미 이 회장은 C&M 매각 이후 안정적인 관리모드로 돌입한지 오래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국내 기업들은 물론이고 다수 PEF 등이 이민주 회장에게 투자 요청을 했지만 엄격한 조건 때문에 무산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손실 보전에 대한 갖가지 조건들을 달면서 투자금을 받기 쉽지 않은 곳으로 소문이 나 있는 상태다.

실제 에이티넘파트너스 설립 이후 공식적인 투자는 지난해말 딜이 성사된 스털링에너지(SEI) 인수건이 유일하다. 이 역시도 종합소득 과세와 손실의 절반까지 보전받는 방식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투자를 진행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해외자원 개발 투자회사에 대한 '특례'로서 2011년말까지 배당소득을 종합소득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또 투자 금액이 9000만달러로 큰 금액을 들이지 않고 회사를 인수한 것은 물론 보험까지 들어놔 투자금액의 절반까지 보전받는 구조로 돼 있다.

삼성생명과 코스닥 상장사인 심택에 수백억원을 직접 투자했지만 전체 자산 규모로 보면 극히 일부에 그친다. 심택의 경우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50억원을 투자했을 뿐이다.

다만 부동산 투자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이 회장은 8월 서울 테헤란로에 자리 잡은 ING타워를 사들였으며, 금호아시아나 1관(구 그룹 사옥)도 본인이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제이알(JR)자산관리를 통해 240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PEF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시장에 알려진 것과 달리 상당히 엄격한 투자를 진행하는 사람"이라며 "정 전 본부장이 딜 구조만 안전하게 갖춰 오면 오히려 인수합병(M&A)투자 등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입위해 파격적인 제안 추측

정 전 본부장은 공무원연금에서 임기를 2년가량 남겨둔 것은 물론 연임이나 혹은 임기 이후 마음먹기에 따라 자산운용사 대표자리로 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쉬울 것이 없는 정 전 본부장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파격적인 제안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공무원연금에서 받는 연봉의 수배를 제시한 것은 물론 이 회장의 오랜 핵심측근과 비슷한 수준의 예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관계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현금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단돈 10만원도 쓸데 없이 쓰지 않을 정도로 검소하다"며 "다만 사람에 대한 투자는 확실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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