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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매' 맞는 신평사, 대한해운 평가논리는 시황 침체 보다 유동성 보강 계획에 무게…위험 징후 외면

김은정 기자공개 2011-01-31 10:46:03

이 기사는 2011년 01월 31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대한해운이 투자적격 등급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신용평가사의 허술한 등급평정이 도마에 오르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까지 평가의 적절성을 문제삼고 나섰다.

그렇다면 신용평가사들은 어떤 이유에서 대한해운에 BBB+등급과 안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던 것일까.

◇'부정적' 신호 내린 한기평 소외

2009년 상반기까지 대한해운은 회사채 발행이 없어 기업 신용등급만 갖고 있었다. 2008년 6월 대한해운은 한국기업평가에 기업 신용등급 평가를 의뢰했다. 한기평은 A-등급을 부여했다. 등급전망은 긍정적으로 매겼다. 중기적으로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반년 가량이 지난 2009년 2월, 한기평은 대한해운에 대한 의견을 수정하게 된다. 정기평가를 통해 대한해운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A-의 신용등급은 유지시켰다.

당시 한기평은 업황 하락에 따른 실적악화와 대규모 선박투자 부담에 주목했다. 벌크선 위주의 선종구조와 용·대선 영업확대로 업황 변동에 따른 리스크(위험요인)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하반기 들어 글로벌 실물경기는 급격한 침체국면으로 들어섰다. 해운시황도 급락세로 반전됐다. 특히 벌크선 시황은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호황기 때 대규모로 발주된 선박이 대거 도입되면서 해운시황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대한해운은 2008년 말 총 27척의 사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외법인과 합작법인을 포함해 총 30여척이 넘는 선박이 발주돼 건조 중이었다.

한기평이 등급전망을 조정한지 4개월 후 대한해운은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8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면서 대한해운은 한기평을 뺀 한국신용평가와 한신정평가에 신용등급 평가를 의뢰했다.

2009년 6월 한신평과 한신정평가는 나란히 대한해운 회사채에 A-등급(부정적)을 부여했다. 한기평이 갖고 있던 대한해운의 신용등급은 비슷한 시기 유효기간이 만료돼 소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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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손실 축소·유동성 확보 계획→"등급 부담 완화" 분석

대한해운의 회사채 발행이 마무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용평가사들은 연이어 해운사에 대한 등급 재평가에 나선다. 시황침체 따른 영업창출현금흐름 악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진해운과 대한해운이 등급조정의 대상이 됐다. 2009년 말 대한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떨어졌다.

등급조정이 있은 지 1년여가 지난 지난해 11월, 대한해운은 또 다시 4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이번에도 등급평가는 한신평과 한신정평가에 맡겼다. 한신평과 한신정평가는 종전과 다름없는 BBB+등급, 안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다.

한신평은 대한해운이 오랜 업력과 양호한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한해운의 매출은 전체 20% 안팎이 한국가스공사, 포스코, 한국전력공사와 장기운송 계약에서 발생했다.

송민준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평가 당시 벌크선 운임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생각보다 하락 폭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BBB+등급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영업손실 규모가 줄어든 데다 유동성 확보 계획을 감안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대한해운의 차입금은 장기에 걸쳐 원리금이 상환되는 구조다. 만기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선박금융과 운영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단기 상환부담과 금융비용이 증가했다. 올해까지 인도가 예정된 선박만 9척이었다. 해당 선박의 투자규모와 추가 투자부담은 각각 6억달러, 4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실질적인 대한해운의 현금성 자산은 841억원에 그쳤다.

대한해운은 신용평가사에 다양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제출했다. 12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함께 장래채권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사선 매각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확보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올해까지 인도 예정인 선박 중 5척의 벌크선은 선박금융 체결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선박 역시 투자일정 조정과 선종변경 등을 통해 투자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한해운은 한신정평가에도 용·대선 위주의 사업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장기운송 계약 위주의 운항사업 비중을 확대해 시황 급락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영업안정성이 점진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냈다.

피경원 한신정평가 대외협력실장은 "빠른 시황 악화로 예상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며 "회사채·ABS 발행, 유상증자 등을 고려해 종전 등급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위험징후 외면…"경각심 필요"

하지만 이미 곳곳에서 위험징후가 나타난 상태였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한해운의 총차입금은 2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매출액 비율은 1.8%, EBITDA/금융비용 배수는 0.3배까지 떨어졌다.

평가 당시 도입 예정인 신규 용선만 56척에 이르렀다. 선박의 평균 용선기간은 약 7.7년. 평균 용선기간이 증가추세라 탄력적인 선박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2009년 이미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돼 있던 만큼 투자적격등급에 적합한 상태가 아니었다"며 "2009년과 2010년 한 차례씩 큰 폭의 등급조정을 단행했다면 뒷북조정 논란에서 조금은 자유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해운 사태를 계기로 신용평가사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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