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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펀드 예상밖 흥행 '이유 있었네' 투자범위 넓히고 출자비중 높여 반전 성공

이상균 기자공개 2011-07-26 10:20:00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 매거진 thebell insight(제5호): 1st half of 2011, Korea capital market league table 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1년 07월 26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청년창업투자펀드의 대반전이 화제다. 정책금융공사의 출자 공고가 났을 때만해도 벤처캐피탈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제2의 티켓몬스터를 찾으라”는 구호는 현실과 괴리가 컸다. 그런데 뚜껑을 여니 경쟁률이 무려 5대 1이었다. 정책금융공사가 어떻게 했기에, 벤처캐피탈들이 마음을 싹 바꿨을까.

최근 벤처캐피탈업계는 뜨거운 펀딩(funding)의 계절이다. 수시출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모태펀드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 5월부터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한국IT펀드(KIF) 등이 연이어 출자공고를 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름휴가도 잡지 못하는 일마저 빚어지고 있다. 정책금융공사와 KIF의 경우 한여름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7월말까지 운용사 선정 작업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운용사로 선정된 벤처케피탈들은 조합 결성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더위를 잊었다.

벤처캐피탈에게 펀딩의 중요성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유한책임투자자(LP)로부터 출자를 받지 못하면 투자를 할 수 없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가 총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앵커 LP의 출자 공고에 30~40개의 벤처캐피탈이 몰리고 최소 3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다. 일부 벤처캐피탈은 선정될 가능성이 지극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일단 제출해 보는 곳도 있다.

◇ “제2 티켓몬스터 찾아라” 정책금융公 새로운 실험

올해 역시 벤처캐피탈에게 주목받는 LP는 단연 정책금융공사다.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의 기능만을 분리해 독립시킨 이 LP는 설립 2년만에 벤처투자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벤처조합에 4000억원을 출자했고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출자까지 합치면 1조5000억원을 넘는다. 일각에서는 정책금융공사의 출자를 ‘헬리콥터에서 무차별적으로 화폐를 뿌리는 것’에 비유할 정도다.

최근 정책금융공사는 새로운 실험에 착수했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청년창업투자펀드다. 지난해 소셜커머스(SNS) 업체인 티켓몬스터를 창업해 성공을 거둔 신현성 대표를 롤 모델로 잡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 대표는 지난해 12월 젊은 벤처 사장들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청년창업투자펀드의 출자 공고에 벤처캐피탈의 첫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과거 청년창업펀드에 얽힌 안 좋은 기억 때문이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의 말은 당시 상황을 대변한다.

“30억원 출자를 받아 겨우 8억원을 쓰고 투자를 접었다. 투자기업을 고르는 것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투자해도 성공하는 기업이 아예 없었다. 청년창업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20대 사장이 설립한 기업에 투자한 일이 있다. 하지만 투자 이후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 사장에게도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겹쳤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정에도 문제가 생겼다. 결국에는 폐업 신청을 결정했고, 내가 직접 폐업 서류를 제출하고 비용을 충당했다. 차라리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상금을 쥐어주는 것이 더 낫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벤처캐피탈 대표는 “선진국에서 조차 청년창업펀드는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적어도 기업에서 5~10년 동안 일을 하며 관련 업무를 충분히 쌓은 후에 창업을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뜻밖의 파격카드 흥행돌풍 대반전

그런데 흥행 참패가 예상되던 청년창업투자펀드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3개 운용사를 선정하는데 무려 17개사가 몰린 것. 경쟁률이 5대 1을 넘었다. 녹색신성장동력산업지원과 성장단계 진입기업 육성 부문은 8개사 선정에 16개사 신청, 회수시장 활성화 부문은 4개사 선정에 7개사 신청에 그쳤다. 모두 경쟁률이 1대 2 수준에 불과했다.

흥행 실패가 염려됐던 청년창업펀드가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로는 정책금융공사의 노력이 한몫했다. 일단 투자대상의 범위를 넓혔다. △투자 기업의 대표가 만 39세 이하 △만 39세 이하인 사내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인 기업 △만 29세 이하 임직원 비중이 20% 이상인 기업 등이면 투자가 가능했다. 기존에 초기기업 및 청년창업기업의 투자 범위는 설립된 지 3년 이내로 범위가 극히 좁았다.

여기에 정책금융공사의 출자 비중이 90%에 달했다. 100억원을 출자하면 최소 112억원 규모로 조합을 결성하면 된다는 얘기다. 매력적인 조건이다.

벤처조합 출자시장은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근거한다. 출자 받은 조합의 투자 범위가 넓고 출자비중이 높으면 자연히 경쟁률도 높아진다. 반면 투자 분야가 매력적이지 않고 출자 비중도 낮다면 경쟁률은 떨어진다.

분명 청년창업펀드는 매력적인 투자 분야는 아니다. 정책금융공사는 이를 감안해 출자 비중을 90%로 높이는 파격적인 카드를 선택했다. 청년창업이라는 본질을 훼손시키는 않는 범위 내에서 영역을 넓히는 융통성도 발휘했다.

정책금융공사 입장에서는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신청사가 많으니 양질의 운용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조합 운용 기간 중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어찌 보면 정책금융공사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운용사를 선정하는 순간 끝나게 된다.

이제 공은 운용사로 넘어갔다.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젊은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그 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청년창업펀드의 성패가 갈리는 시기는 2015~2016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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