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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협회, "난제 많은데…" 권오준 사퇴 불똥 협회장도 동반 퇴임 '임시 컨트롤타워 체제'로, 美 통상압박 등 대응 한계

심희진 기자공개 2018-04-20 07:55:00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9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통상 압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철강협회가 권오준 회장의 중도 사퇴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포스코뿐 아니라 한국철강협회도 권 회장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에 임시 협회장 체제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은 의사결정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철강협회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정부의 쿼터제(수입할당) 도입에 따른 가이드라인 마련, 물량 배분에 대한 국내 철강업계 합의 도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한국철강협회가 구심점 약화라는 어려움을 딛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철강협회는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민관 간 가교역할 수행 등을 목적으로 1975년 7월 설립됐다.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의 정회원 37개사와 특별회원 5개 업체 및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권 회장과 협회 간 인연은 201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준양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포스코를 이끌게 된 권 회장은 곧바로 협회장을 맡아 업계 전반의 업무를 총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글로벌 무대에서 철강 본연의 기술 혁신을 이뤄낸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철강협회(WSA) 부회장에도 올랐다.

올초 협회장에 재선임된 권 회장은 2018년 신년인사회에서 철강산업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AI(인공지능) 기술 접목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 방안을 언급하며 결속 의지를 다졌다. 이를 위해 업계 CEO(최고경영자)로는 이례적으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해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을 체험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권 회장이 중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5년간 권오준 체제였던 협회의 컨트롤타워는 임기를 3년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한시적' 권오준 체제로 전환됐다. 협회는 권 회장이 포스코 후임 인선을 마치고 경영 활동을 그만둘 때까지 차기 협회장 선출 작업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권 회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협회장직도 2~3개월간은 유지할 것"이라며 "권 회장이 포스코를 완전히 떠나면 임시총회를 거쳐 새로운 협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협회가 당장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전례없는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쿼터제를 실시할 경우 올해 대미 수출량은 최근 3년 평균대비 70%가량 줄어들게 된다. 판매량 감소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회가 적극 나서서 업체별 수출 가능물량 등을 확정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지난주 열린 강관업무회의도 별 소득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와 민관합동대책을 수립하는 작업 역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관업계 관계자는 "철강협회 주도하에 미국발 통상압박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쿼터제 시행까지 보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물량 배분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가 결집을 통해 무역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협회의 컨트롤타워가 임시 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량 할당 문제에 각 업체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책임지고 정리할 만한 지휘자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큰 고민거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협회를 중심으로 통상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라며 "임시방편으로 협회를 이끄는 동안 철강업계 응집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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