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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바이오'에 필요한 투자 방식

배지원 기자공개 2018-12-04 08:10:28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3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벤처투자 시장에서 바이오투자의 확대는 두드러졌다. 투자금액이 10월 기준 이미 7016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3788억원)에 비해 약 2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규벤처투자 금액도 사상최고를 기록했지만 그 안에서 바이오·의료분야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초기단계의 바이오기업 육성은 부족하다. 한 해 약 700개의 바이오벤처가 등장하고 있는데 제대로 기술을 평가받고 투자를 유치할 기회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장구간에 진입한 회사가 아닌 초기 바이오업체들은 여전히 투자시장에서 소외돼 있다.

최근에는 초기 바이오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처음으로 '초기바이오' 투자를 위해 300억 펀드를 조성했다. 다른 벤처캐피탈도 초기투자 펀드를 바이오 중심으로 운용하기 위해 바이오전문심사역을 대표펀드매니저로 선임하는 모습도 보인다. 벤처투자 확대로 밸류에이션이 오르면서 운용능력에서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기 바이오투자에 참여하는 벤처캐피탈은 대부분 초기펀드를 통해 상환우선전환주(RCPS)로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10월기준 우선주 투자 비중은 약 55%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바이오투자만큼은 천편일률적인 RCPS 투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벤처투자로 산업을 육성할 목적과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두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기자본(PI)계정을 통한 보통주 투자를 좀더 활성화 시켜야 한다. 바이오회사는 성장하는 데 다른 산업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초기부터 매출이 생기는 회사들과 달리 바이오는 한동안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회수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일정기간의 만기가 있는 펀드는 초기바이오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또 RCPS가 상환권을 포함하고 계약 내 다양한 옵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탈에게 좋은 상품은 맞다. 펀드 출자자(LP)를 설득하기에도 상환권의 여부가 중요하다. 다만 바이오의 경우 사실상 배당가능이익이 잡히지 않아서 상환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보통주 아닌 RCPS로 투자한다고 해서 실패한 투자를 피해갈 수는 없다. IFRS9도입 이후로는 RCPS를 부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바이오전문 심사역은 "벤처투자는 기본적으로 모험자본 투자"라며 "모든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서만 투자할 수 있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PI투자에는 더 큰 리스크가 따르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회사의 호흡을 견뎌줄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바이오 투자시장의 활황 속에서 남들과 같은 투자라운드에, 같은 상품으로 들어가는 게 안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알아볼 수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라면 또 다른 방식으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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