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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출신' 증권사 CEO의 숙제 [thebell desk]

민경문 자본시장부 차장공개 2018-12-31 08:46:53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8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말 인사 시즌이다. 증권사의 CEO 키워드는 IB로 점철되고 있다. IB맨들의 사장 승진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초 정영채 NH투자증권 IB 사업부 대표가 사장이 됐을 때만 해도 '특별 케이스'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하나의 트랜드가 되고 있다. 과거 법인영업이나 전략통이 사장 후보로 각광을 받던 시기가 있었지만 '올드패션'이 된지 오래다.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은행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만연했던 '낙하산 인사'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사장 내정자 대부분이 IB 전문성을 키워서 내부 승진한 케이스다. 그만큼 IB의 실적 기여도가 커졌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업무 특성상 연봉만 보고 섣불리 이직하기도 어려운 만큼 회사 로열티도 높다.

물론 CEO가 된 당사자 입장에서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지금보다 어떻게 수익을 키워나갈 지가 고민이다. 경기 침체 등 시장 여건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증권사 지위를 위협하는 최첨단 IT업체들을 감안할 때 브로커리지 업무는 한계에 직면했다. 전통 IB 영업은 역마진을 우려해야 할 처지다. 발전사 채권의 수수료 녹이기에서 드러났듯이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결국 IB 중에서도 리스크가 수반되는 '투자금융'에 자원을 좀 더 배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 중개업무로는 '현상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자기자본이 큰 증권사가 최후의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초대형 IB들이 당국의 발행어음 인가에 기를 쓰고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본을 무기로 부동산 PF를 필두로 한 대체투자에 주력해 왔다. 토털리턴스왑(TRS) 같은 변칙적인 거래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경쟁사들보다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좀 더 '공격적인' 거래를 감행해야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리스크 테이킹'에 적극적인 IB출신이 성과를 거둬왔고 사장까지 승진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

문제는 잘 되면 대박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대규모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당국의 TRS 규제 방침으로 일부 하우스는 중징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는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다. 리스크 관리 담당자 입장에서도 '돈을 넣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예전만큼의 영향력은 발휘하기 부담스럽다고 한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남긴 대사가 떠올랐다. "난 오늘만 보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을 보고 사는 너희들이 나를 이길 수 없다"고. 만약 증권사 CEO가 이 같은 마인드라면 곤란하다. 당장의 수익 확보에 급급했다가는 회복 불가능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그만큼 이들에겐 긴 호흡의 의사결정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IB출신 사장들이 어떤 경영 전략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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