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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SCM 점검]코웨이, 도레이서 필터 도입…사실상 국산기술컴프레셔는 LG전자, PBA아세이는 중소업체 조달…공급망 다변화 구축

이정완 기자공개 2019-07-24 08:31:42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3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코웨이의 필터 공급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주주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웅진코웨이가 정수기 필터를 일본 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향후 수출 규제로 인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지 않냐냐는 물음이었다. 웅진코웨이에 역삼투압 필터를 납품하는 회사는 일본 도레이첨단소재다.

웅진코웨이는 이같은 주주들의 우려에 '사실상 국산 기술'이라며 우려요인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웅진코웨이가 도입하는 도레이첨단소재의 필터는 과거 웅진케미칼이 만들던 부품이다. 또 관련 필터를 국내산 필터로 대체도 가능하다. 웅진코웨이가 조달하는 핵심 부품인 컴프레셔나 PBA아세이 등도 LG전자와 국내 기업들로 공급망을 꾸린 상태라 일본 수출 규제 이슈에서 자유로울 전망이다.

웅진코웨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멤브레인소자를 도레이첨단소재로(도레이케미칼)부터 공급 받는다. 올해 1분기까지 멤브레인소자 등을 매입하는데 39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194억원어치 해당 부품을 매입했다. 멤브레인소자는 정수 과정에서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거름막 역할을 한다. 필터는 정수기의 품질을 결정 짓는 핵심 부품이다.

웅진코웨이

도레이첨단소재와 웅진코웨이의 관계는 웅진그룹 시절부터 깊어졌다. 1972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합섭으로 설립된 도레이첨단소재는 1997년 새한그룹 출범과 함께 새한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1999년 새한의 경영난으로 인해 일본 도레이는 새한의 일부 자산을 합해 합작법인(도레이첨단소재)을 세웠고 새한과 별도 노선을 걸었다. 2008년에는 웅진그룹이 새한을 사들이며 웅진케미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2007년 웅진그룹이 인수한 극동건설이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부도 사태에 몰리자 2012년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동반 신청했다. 웅진그룹은 계열사 매각 작업에 돌입했고 2013년 11월 다시 도레이첨단소재에 웅진케미칼 지분 전량(46.3%)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거래는 이듬해 2월 완료됐다. 지분 인수 후 도레이케미칼은 도레이첨단소재의 완전 자회사였으나 지난 4월 두 회사가 합병하며 하나가 됐다.

도레이첨단소재의 공장이 구미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레이첨단소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구미2공장 등에서 필터를 생산한다. 구미2공장은 지난해 기준 1270만개의 필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역삼투압 정수기 성능 개선을 위해 도레이와첨단소재와 지속적인 협업 중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 5월 2배의 물 회수율을 가진 새로운 소형 역삼투압(RO) 멤브레인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히며 물을 더 빠르게 출수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수기 필터 성능이 높아질 수록 필터가 더 촘촘해져 물을 출수하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 회사이지만 멤브레인필터에 쓰이는 재료는 국내산"이라며 "해당 필터도 경상북도 구미에서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도 국내 기술 중심"이라며 "도레이첨단소재는 과거 제일합성이던 것이 새한이 되었다가 도레이로 주인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외에 중요한 부품의 공급망은 국내 기업들로 이뤄졌다. 웅진코웨이가 매입하는 부품 중 가장 고가인 컴프레셔는 LG전자가 주요 매입처다. 대우컴프레셔도 매입처로 포함돼 있으나 LG전자로부터 매입하는 비중이 우세하다. 대우컴프레셔는 지난해 매출 407억원, 영업적자 101억원을 기록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안정적으로 컴프레셔 생산이 가능한만큼 향후에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컴프레셔는 제품 생산 시 높은 원가를 차지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웅진코웨이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3만원 수준에서 컴프레셔를 매입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중국산 컴프레셔의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AS를 고려하면 내구성이 좋은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며 "컴프레셔가 정수기의 가변비용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컴프레셔에 고장이 발생하면 쉽게 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활가전 제어장치에 쓰이는 PBA 아세이는 지난 1분기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높은 매입액인 154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입액 비중에서 15%를 차지했다. PBA 아세이는 큰 매입액을 보이지만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부품이 아닌 탓에 국내 중소형 업체의 납품이 많다. 1분기 기준 주요 매입처는 알비코리아, 에코엘이디, 아이디시스템, 오리엔텍, 테크노전자, 파워넷, 해인전자 등이다.

웅진코웨이에 PBA 아세이를 납품하는 업체는 대부분 자산 규모가 작아 금융감독원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회사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테크노전자는 지난해 매출 637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테크노전자는 웅진코웨이에 PBA 납품 외에도 LG전자 등으로부터 전자제품 부품을 매입해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술력에 큰 차별성이 없는 만큼 다수의 중소기업으로부터 저가 매입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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