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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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리포트]위기의 완성차, ‘닛산 리바이벌 플랜’의 소환자동차업계 구조조정 대명사, 코로나19 위기 속 '현금확보' 경영에 시사점

김경태 기자공개 2020-04-03 09:40:53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16:2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닛산 리바이벌 플랜(NRP: Nissan Revival Plan). 자동차업계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재계에 몸담고 있다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구조조정의 대명사가 된 단어다. 약 20년 전 르노 출신인 카를로스 곤 사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닛산을 회생시키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다. 과감한 조치를 잇달아 실행했고 결국 부활을 이뤘다.

최근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전례 없는 고난을 겪고 있다. 이런 위기의 순간이기에 닛산 리바이벌 플랜은 다시 한번 소환된다. 카를로스 곤 사장이 닛산에서 퇴장하는 모습은 아름답지 못했지만, 자동차기업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사례로 단골로 언급되고 국내 완성차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시사하는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잇단 과감한 조치, '전격전' 방불케 한 실행 속도…병든 공룡의 부활

일본의 대표적인 완성차업체 중 하나였던 닛산은 1990년대 후반 경영 위기를 겪었다. 적자 6800억엔, 부채 2조엔은 당시 닛산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숫자다. 늪에 빠진 닛산은 자체적인 여력으로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1999년 3월 프랑스 르노에 지분 37%를 매각했다. 일본의 핵심 완성차업체가 외국계 자본에 지분을 넘긴 최초의 사건이다.

닛산은 경영진의 파견을 요청했고 르노는 구조조정 전문가인 카를로스 곤 사장을 보낸다. 그는 과감한 혁신을 전광석화처럼 실행했다. 불과 6개월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2000년에 경상이익이 3311억엔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1998년에 1.9%였는데 2000년에는 4.5%로 급등했다. 르노와 제휴를 맺던 당시보다 주가를 두 배 이상 상승시켰고, 도요타를 맹추격하는 일본 제2위의 완성차업체로 부활했다. 병든 공룡으로 비하되던 닛산의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흔히 닛산 리바이벌 플랜으로 불리는 구조조정은 1999년 10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진행했다. 그간 재계를 비롯한 관련업계에서는 카를로스 곤의 처방 중 냉혹할 정도의 비용 삭감에 주목하는 시선이 일반적이었다. 취임 직후 2만명이 넘는 인력 감축과 4000억엔대 자산 매각, 수익성이 낮은 5개의 생산공장 폐쇄 등 웬만한 배짱을 가진 경영자가 아니고서는 결단하고 실행하기 어려운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은 카를로스 곤 사장의 별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별명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한다는 '세븐 일레븐(Seven eleven)'이 있다. 이보다 카를로스 곤 사장을 더 대표하고 잘 알려진 별명은 냉혹한 비용절감을 추진한다는 뜻의 '코스트 커터(Cost cutter)' 또는 '코스트 킬러(Cost killer)'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 실적이 어려워진 기업이 영업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 당연히 필요한데, 이는 회계장부로 보면 '손익계산서' 개선에 집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닛산 리바이벌 플랜의 재무·실적 개선 방법 중 일부분이다.

◇실제 주머니 속 돈이 중요…물샐 틈 없는 운전자본 관리

흑자 도산이라는 말이 있다.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손익계산서상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가르킨다. 이는 기업이 수중에 보유한 현금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장부상으로는 흑자이지만 주머니 속에 돈이 없어 기업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다.

이 때문에 경제 위기나 비상 경영 체제에 있는 기업들은 실제 보유한 현금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접근법도 필요하다. 재무·회계적으로 보면 손익계산서 외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에 주목하는 경영이다. 닛산 리바이벌 플랜에서도 현금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를 위해 운전자본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운전자본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더하고 매입채무를 제한 금액이다.

우선 닛산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출채권을 최대한 정리하기 위해 자동차 판매대금을 조기 회수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맡는 영업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연수를 진행했다. 판매회사별로 회수기간 파악 등을 실시해 이른 시일 내에 자금을 회수하려 했다. 재고자산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재료 조달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하기까지 일련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공급연쇄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를 도입했다. 특히 선박 위에 있는 해상재고를 줄이는데 힘을 기울였다. 매입채무는 공급자에게 지불할 대금의 지급기일을 늦추는 방법과 조기 결제에 따른 할인 등의 이점을 면밀히 검토해 실행했다.

출처: 사업보고서, 단위: 백만원, %

최근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GM, 포드, 도요타, 다임러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완성차기업들은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기아차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현금 확보 지침을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지난달 말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현금 관리에서 운전자본 조절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내 완성차기업들이 운전자본 밀착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운전자본이 재작년보다 확대했다. 현대차의 작년 연결 운전자본은 7조634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2.4% 늘었다. 별도 기준은 3조4701억원으로 32.9% 증가했다. 기아차의 운전자본은 연결 기준 3조5090억원, 별도 기준 1조56억원으로 각각 15.4%, 24.0% 늘었다. 양사 모두 연결로는 재고자산의, 별도로는 매출채권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현대차와 기아차 외에 국내 완성차기업 중 2019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공개한 곳은 쌍용차다. 쌍용차의 경우 운전자본이 재작년과 작년 모두 마이너스(-)다. 지난해 말 운전자본은 연결 기준 -1299억원, 별도 기준 -1134억원이다. 운전자본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것은 꼭 나쁘게 해석하기보다는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다만 쌍용차가 영위하는 자동차 제조·판매업의 특성과 영업 성과,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이는 최근 대규모 손실을 거두고 재무가 악화한 쌍용차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 할 수 있다. 단기간 안에 현금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야 할 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운전자본 관리는 단순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회계장부만 바라보면서 조정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러 현업 부서 간의 협업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매입채무와 연관된 부서로는 각각 영업, 제조, 구매를 꼽을 수 있다. CFO는 각 부서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담당 임원들과 원활히 소통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CFO들의 조율 능력이 중요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CFO는 김상현 전무, 주우정 전무다. 쌍용차의 CFO는 인도에서 온 아슈토시 비드완스(Ashutosh Vidwans) 부사장이다.

출처: 사업보고서, 단위: 백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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