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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생태계']'최초'로 무장한 캐스퍼, 지속가능성에 힘 보탤까⑥인기몰이 시작한 첫 경형 SUV, '실험적' 성격 짙어…온라인 판매 물꼬 '관심'

유수진 기자공개 2021-10-14 07:41:49

[편집자주]

중고차매매업 진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랜 소망 중 하나다. 2013년 이래 단단히 잠겨있던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자 쉼 없이 노크하며 들어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단순히 '30조원'이라는 시장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단 생태계 완성을 위한 하나의 퍼즐이란 점이 설득력있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을 지속가능하게 할 '자동차 생태계'의 요모조모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2일 16: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 캐스퍼(CASPER)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얼리버드 예약 첫날(9월14일) 1만8940건의 주문이 쏟아졌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하루만에 현대차 내연기관차 사전계약 역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하며 올해 생산물량이 '완판'됐다. 예약자 중 한명인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경내에서 시운전을 하고 "승차감이 좋다"고 코멘트했다.

캐스퍼엔 유독 '최초'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55년 현대차 역사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각종 도전들이 차 한 대에 담겨있다. 그만큼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이는 캐스퍼 흥행 여부가 향후 현대차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더 나아가 판매전략과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중요한 '참고'가 될 거란 얘기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캐스퍼는 지난달 국내 경차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합류했다. 현대차가 내놓은 첫번째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자 2002년 아토스 이후 19년 만의 경차모델이다. 기아의 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 등 3파전으로 굳어진 국내 경차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캐스퍼. <사진=현대차>

국내 경차시장은 작년 연간 판매량이 10만대 아래로 떨어지는 등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사정은 더 안좋다.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모닝 2만4899대 △레이 2만6687대 △쉐보레 스파크 1만5033대로 모두 6만6619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기간 7만1871대보다 5000대 이상 적다. 자동차시장 전반이 대형화·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현대차가 경차를 출시한 것이다. 캐스퍼는 사전계약 기간동안 총 2만3766대의 주문이 들어오는 등 '힘찬' 출발을 보였다. 그러자 업계 일각에서는 9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소형 SUV 판매량이 이례적으로 급감한 것을 두고 캐스퍼와 연결짓기도 했다. 주요 고객이던 젊은층이 캐스퍼로 눈을 돌리면서 소형 SUV 판매가 줄어들었다는 해석이다. 캐스퍼의 사전계약은 2만3766대로 집계됐다.


실제로 현대차의 소형 SUV인 베뉴와 코나 판매량은 각각 1163대, 347대로 전년 대비 26.2%, 88.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셀토스도 32.3% 감소한 2630대로 집계됐다. 소형 SUV 강자 쌍용차의 티볼리조차 맥을 추지 못했다. 판매량이 1905대에서 971대로 1년 전보다 반토막 났다. 수년 전 소형 SUV들이 경차 고객을 뺏어갔던 것과 반대되는 상황이다.

캐스퍼는 현대차의 기존 차들과 다방면에서 다르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거나 차츰 줄여가고 있는 특징들이 이례적으로 반영됐다. 이 모든 건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중간에 끼고 차량을 생산했기에 가능했다. GGM은 현대차(19%)가 광주광역시(21%)와 손잡고 세운 법인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이다. 현대차가 지자체와 합작해 법인을 만들고 위탁생산을 맡긴 첫 사례다.

현대차가 기획·개발과 판매를, GGM이 생산을 담당했다. 사실 현대차가 자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 '위탁생산'이라는 형태가 변화의 시작점이 됐다. 기아가 동희오토를 통해 모닝과 레이를 위탁생산하고 있는 것과는 정부(지자체)와 시작 단계에서부터 지분참여를 논의해 추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출처:GGM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가 차량의 대형화·고급화 흐름을 등지고 경차를 출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경차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어 완성차업계가 선호하지 않는 차종이다. 그나마 경차에 주어지던 인센티브 등도 모두 친환경차 쪽으로 집중되며 신차 개발에 집중할 명분이 사라졌다. 하지만 위탁생산을 고려해 경차를 낙점했다. 대대적으로 전동화 전략과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해놓고 내연기관차를 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가장 눈에 띄는 포인트는 온라인 판매다. 현대차는 캐스퍼에 한해 사상 최초로 온라인 고객직접판매(D2C)를 진행하고 있다. 판매방식 역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인 셈이다. 노조 단체협약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판매방식은 노조와 협의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돼 있어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이번 온라인 판매가 단순히 캐스퍼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도를 확인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의미다. 현대차로선 판매방식 다양화를 검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판매'에 초점을 맞춰 적극 마케팅을 펼쳤다. 노조가 캐스퍼 온라인 판매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추후 다른 차종으로 확대해 판매·영업직의 '밥그릇'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전히 현대차그룹은 "다른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국내외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가 표준이 돼가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무르익었다는 데에 이의가 없다. 오히려 오프라인 판매만 고집하는 것을 두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이 많다. 앞서 문 대통령도 사전계약 첫날 오전 온라인으로 직접 주문을 넣었다.

이 같이 '특별한' 과정을 거쳐 생산·판매되는 캐스퍼기에 성공 여부가 현대차그룹의 '생태계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걸로 보인다. 향후 다양한 변화를 이끌 씨앗으로 작용해 지속가능성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계기로 온라인 판매가 자리잡을 경우 차량 구매의 접근성이 이전 대비 크게 낮아져 보다 많은 잠재고객의 생태계 유입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

GGM을 활용해 새로운 전략도 구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캐스퍼 구매' 운동이 일어나는 등 지역사회의 지지와 관심이 뜨겁다. 심지어 광주시는 시민이 캐스퍼 구매시 취득세를 전액 시에서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노조와의 단체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향후 신차 배정 등에서 어떤 전략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아직 캐스퍼의 전동화 모델 출시 여부 등을 결정하진 않은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캐스퍼 자체는 전동화 출시 여부가 결정된 게 전혀 없다"며 "만약 출시 계획이 생긴다면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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