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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만만치 않은' 내재화, M&A가 지름길? [공급망 시대, 위크 포인트는/반도체 리스크③] 미래차 시장서 더 커지는 '중요성', M&A·지분투자 옵션 존재

유수진 기자공개 2021-12-06 07:40:08

[편집자주]

요소수 사태는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가치사슬로 얽혀 있는 글로벌 무역생태계가 공급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받는다. 요소수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리스크에서 나아가 국내 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2일 13:2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인수합병(M&A)이다. 이미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을 품으면 자동으로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핵심기술 확보 등 연구개발(R&D)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기존 사업자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행착오 없이 시장에 정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나 지분투자를 저울질 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그게 '최선'인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다 하는게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은 올 한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며 차를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급한대로 재고를 탈탈 털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올 초 시작된 차량용 배터리 부족 사태는 해를 넘겨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내재화로 방향을 잡았다. 자체 경쟁력 강화로 외부 의존도를 낮춰 '리스크 헷지'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유의미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건 올 초다. 총대는 현대모비스가 멨다. 현대오트론의 반도체사업부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첫 발을 뗐고 반도체 설계섹터도 신설했다. 전장연구담당 장재호 전무가 섹터장을 함께 맡고 있다.

현대모비스 반도체 내재화 관련 행보.<출처:3분기 분기보고서>

자체 개발 의지는 주요 경영진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반도체 개발은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며 "현대모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와 개발 뿐 아니라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현재 집중하고 있는 제품은 시스템/전력 반도체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용이다. 현재 수급차질을 겪고 있는 MCU(마이크로컨트롤유닛)와는 종류가 다르다. 이번과 같은 공급망 이슈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조금씩 진전도 눈에 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9월 전력 반도체 소자와 전력 반도체칩 관련 선행기술을 확보해 특허권을 취득했다. 다만 이제 막 선행연구에 뛰어든 단계로 실제 반도체가 상용화가 되고 완성차에 탑재되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향후 '반도체 내재화 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예상한다. 반도체 기업과 손을 잡거나 아예 인수를 추진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지분투자를 통한 기술협력 등도 옵션이 될 수 있다. 현재 겪고 있는 쇼티지 해소는 물론, 미래차 시대 대응을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측면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품귀인 MCU는 전자장비 제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지만 개당 1~2달러로 단가가 낮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보니 대형 반도체 기업들조차 시장 진출 자체를 꺼려왔다. 생산 공장도 모두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있어 현지 팬데믹 상황에 따라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반도체 기업 인수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미래차 시대로 갈수록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진다. 차량 한대당 필요한 반도체의 수는 내연기관차 200개 내외, 전기차 400~500개, 자율주행차 1000~2000개 가량으로 알려져있다. 안정적인 반도체 수급에 집중한다는 차원에서 볼때 현대차그룹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독자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단 전망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직접 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M&A나 지분투자 등을 통해 기술 격차를 좁히면 내재화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모두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100% 자체 생산 외에도 상대적으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여럿 있다.

최근 시스템반도체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 개척에 나선 삼성전자 역시 M&A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380억 달러(약 44조원)였던 시장 규모가 2026년 676억 달러(약 8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벌써부터 NXP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르네사스 등의 이름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지분 투자와 M&A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작년 말 로보틱스 사업 진출을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공급망 이슈를 겪으며 자체 생산을 결정했지만 전 과정 내재화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업계와의 협력은 물론 M&A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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