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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채 시장에 대한 일물일어(一物一語) [thebell note]

남준우 기자공개 2022-05-27 13:08:16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5일 07:3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는 단 하나의 단어만 필요하다."

프랑스 대표 소설가 구스타브 플로베르가 주장한 '일물일어설'이다. 모름지기 작가는 하나의 사물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끝까지 자신을 몰아붙여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여전채 시장을 취재하면서 더 크게 와 닿는 문구다. 일물일어설에 빗대자면 여전채 시장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단어는 '왜곡'이다. 공급자·수요자 등 시장 플레이어에 관계없이 왜곡됐다.

여전채를 파생결합증권 운용자산에 편입시켜 수익을 내려는 증권사의 거대 수요와 맞물려 여전사는 원래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채권을 팔았다. 일괄신고제를 적용하는 만큼 수요예측이라는 시장가 책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덕분이다.

증권사는 그동안 리그테이블 경쟁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 압도적으로 발행량이 많은 여전채를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업무 난이도도 낮고 금리적인 측면에서도 감당할 수 있었던 만큼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금리 상승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다. 여전사는 그동안의 관행을 빌려 수익성을 최대한 높이고자 시장을 무시하는 전략을 여전히 고수한다. 반면 증권사는 평가 손실을 걱정하고 있다.

화살은 리그테이블로 향한다. 여전채 실적을 반영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이 완화되는 만큼 시장 가격도 정상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거 발전채가 리그테이블에서 제외되며 일정 수준 정상화된 전례를 보면 맞는 주장 같기도 하다.

다만 시장의 일관된 주장처럼 가격은 결국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ESG 경영 강화로 발전채 투심이 악화된 점은 왜 말하지 않을까? 발전채 의존도가 높은 일부 증권사는 리그테이블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를 뿐이다. 상황이 좋을 때는 아무 소리 없다가 지금와서야 리그테이블 기준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진정성도 의심스럽다. 리그테이블은 개별 이해관계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플로베르는 소설 '보바리 부인'에서 현실에 순응하지 못하고 점점 환상에 빠져 사는 '엠마'의 모습을 그렸다. 불륜을 저지르다 많은 빚을 져 재산 압류를 통보받은 후 비소를 먹고 자살했다. 이후 남편 샤를도 화병으로 죽으며 모두가 파멸한다.

소설 속 엠마처럼 여전채 플레이어 모두 환상에 빠져 있다. 시장은 점점 더 목을 조여 오지만 여전히 모른 척하며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더 큰 타격을 입기 전에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플레이어 모두 '보이지 않는 손'을 맞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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