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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산업 체인 점검]조광ILI, SMR 시장 개화 준비 '박차''한수원 지원' 특수밸브 국산화 추진, R&D 수십억 투입…개발 성공 시 '독점 납품' 지위

구혜린 기자공개 2022-08-18 08:11:34

[편집자주]

에너지 시장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탈원전' 기조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탄소중립'을 주도했던 유럽연합(EU)은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도 새 정부가 들어서자 원전산업에 다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더벨은 원전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6일 10:56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용 특수밸브 제조사 조광ILI이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개화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광ILI는 국내 최초 원전용 대형 안전밸브(SRV, Safety Relief Valve) 국산화에 성공한 곳이다. 정부 국책사업 참여로 SMR 주요 기기 개발에 나서면서 미래 먹거리를 착착 준비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조광ILI는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지원하고 한국기계연구원이 주관하는 워크숍에 참여해 원전 주요기기 국산화 관련 발표 및 토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조광ILI는 한수원과 에네스지, 부산대 등 산학연 관계기관과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책사업 참여의 시작을 알렸다.

조광ILI이 전담한 일은 원전 및 한국형 SMR에 도입할 파이롯트 구동 안전밸브(POSRV) 개발이다. 올해부터 오는 2026년 말까지 과제를 진행한다. POSRV는 원전 냉각 장치의 압력이 설계 압력보다 높아지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안전장치다. 원전 겉면에 설치되는 일반 SRV와 달리 원자로 가압기 상부에 설치된단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 POSRV 원천 기술을 보유한 곳은 독일의 셈펠과 미국의 CCI, 트릴리엄플로우 3곳에 불과하다.

조광ILI는 국내 독보적인 SRV 개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술연구소는 과거 20억원을 투입해 원전용 주증기 SRV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한 미국기계학회(ASME)로부터 인증받은 'FF100' 모델을 20인치 원전용 SRV로 확대, 2020년 국내 첫 원전용 대형 SRV 개발사로 이름을 알렸다. 원전용 대형 SRV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해외 소수 업체만 독점 생산하던 부품이다.

SRV 제조는 조광ILI의 핵심 사업이다. 플랜트, 조선, 반도체 등 산업용 SRV를 필요로 하는 다수의 국내 대기업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조광ILI의 별도 매출액(315억원) 중 SRV 제품 매출액(212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에 달한다. 2020년까지 SRV 제품 매출액은 150억원대에 불과했으나, 2020년 들어 200억원대로 올라서면서 전체 매출액도 덩달아 늘었다.


다만 아직 원전용 SRV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편이다. 2020년 원전용 대형 SRV 개발에 성공한 이후 12억원 규모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 6호기 밸브를 수주하면서 걸음마를 뗀 상태다. 원전이 지속적으로 건설됐다면 조광ILI의 원전용 SRV 매출액 비중도 늘어났겠으나, 그동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신규 원전이 추가되지 않자 답보 상태에 이르렀다.

원전용 SRV 매출액을 확대하기 위해 낙점한 게 SMR 시장이다. 소형원전이 기존 원전 대비 안정성이 높고 건설비용은 적어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자 각국 정부는 이를 도입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에너지 정책 방향을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정하고, 오는 2028년까지 총 3992억원을 집중 투자해 한국형 SMR을 개발·상용화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향후 SMR은 막대한 규모의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적으로 71종 이상의 SMR을 개발 중이다. 오는 2035년 최소 390조원에서 최대 620조원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계산하고 있다. 이에 국내 두산에너빌리티와 DL이앤씨 등 국내 대기업들도 SMR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광ILI는 한수원 주도 국책사업 참여로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 조광ILI이 POSRV 개발에 성공할 경우 상용화된 SMR에 독점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원전 1대를 수주할 시 계약 금액은 상당한 편이다. 원전 1호기당 POSRV은 약 3~4대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POSRV 모듈당 약 20억원이 소요된다. 원전 1호기당 약 60~80억원의 수주가 가능한 셈이다.

조광ILI는 POSRV 개발을 위해 R&D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조광ILI는 매년 전체 매출액의 5%가량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밸브 기술특허만 10여개를 보유 중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SMR용 SRV 개발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온 상태다. 이번 국책사업에도 수십억원의 개발비를 부담할 예정이다.

조광ILI 관계자는 "아직 국책사업 부담금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우리 역시 상당한 금액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POSRV 국산화 추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SMR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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