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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R&D 인사이더스]20년간의 빅파마 DNA, 강한 '동아ST' 기반 갖춘다①박재홍 동아에스티 사장 "포괄식 R&D 시스템 구축, 제약사간 협업 모델 추진"

최은진 기자/ 최은수 기자공개 2023-02-24 12:49:35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2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바이벌 경쟁이 시작됐다. 먹히지 않기 위해선 '강한' 동아ST(이하 동아에스티)가 돼야 한다"

수년간 정체했던 동아에스티가 도약의 의지를 펼친다. 바이올로지(biology) 중심의 강한 연구개발(R&D)을 목표로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중심엔 작년 초 부임한 박재홍 동아에스티 R&D 총괄 사장(사진)이 있다.

얀센·다케다·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빅파마에서만 20년 근무한 박 사장에게 한국은 낯설지만 가능성 많은 미지의 땅이었다. R&D를 강화하고자 한 동아에스티의 구애와 글로벌 역량을 한국에 심어보고자 하는 박 사장의 비전이 합을 이뤘다. 그리고 1년, 동아에스티는 새로운 R&D 전략을 세우고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모달리티 보단 바이올로지…R&D부터 임상까지 '토탈역량' 필요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글로벌 대비 약 20년 정도 뒤처져 있다. 다케다제약의 경우엔 매년 100명여명씩 미국에서 트레이닝 한다. 미국의 R&D 시스템을 익혀야 한다. 우리나라도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한다. 10년안에 글로벌로 성장할 기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런 꿈을 꾼다"

글로벌 빅파마에서만 근무했던 그가 본 한국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평가는 '아쉬움'이다.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도 글로벌 시장에 나가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레벨로 성장하기 위해선 전체 R&D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미국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단지 트렌드를 따라가는 특정 모달리티(modality)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강한 바이올로지 역량을 기르는 게 과제라고 본다. 그리고 R&D는 물론 임상하는 방식까지도 글로벌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는, 다소 본질적인 문제를 꼬집는다.

구체적으로 그는 특정 물질이 타깃하는 적응증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건 물론 적응증에 영향을 주는 작용기전(MOA), 임상 디자인 등을 통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각각 자기 역할만을 하는 구분화 된 역량이 아닌 총체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단 얘기다.

R&D 하는 연구자들도 임상에 개입하고, 반대로 임상분야에서 R&D에 필요한 R&D 역량을 요구하는 보다 적극적이고도 원활한 양방향 소통을 주장한다. 제약사가 더이상 임상현상이나 병원의 하위조직처럼 평가되지 않아아 한다는 다소 혁신적이고도 도발적인 발상이다. 대등한 관계에서 소통해야 R&D 결과물도 극대화 한다고 얘기한다.

박 사장은 "우리나라는 기술적인 역량은 거의 글로벌 수준에 가깝지만 그걸 설명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지 못한 현실"이라며 "환자들 입장에서 효과와 안정성, 유효성까지 갖출 수 있는 R&D가 돼야 시장성(marketability)이 만들어 지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접점도 생긴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동아에스티에 부임한 후 지난 1년간 맨파워 강화에 집중했다. 특히 임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빅파마에서 18년간 수행한 '중개연구'라는 생소한 분야를 국내에도 심어보겠다는 의지에서다.

중개연구는 전임상에서 나왔던 데이터를 토대로 임상 설계 및 디자인을 연구하는 역할이다. 대상환자를 추리고 바이오마커 그룹을 설정하는 건 물론 임상의들과 직접 소통하며 연구를 모델링 한다. 그래야 신약개발의 전 과정이 이어지는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가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20년 전부터 중개연구가 발달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임상의에게 모두 맡기는 시스템일 뿐"이라며 "제약사에도 의사들이 근무하며 의료 및 임상 현장과 파트너십을 맺고 원활하게 소통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암·면역질환 '선택과 집중'…국내 첫 제약사 협업 사례 추진

이 같은 그의 철학은 동아에스티의 R&D 정체성을 구체화 시키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이것저것 해볼만한 건 다 하기 보단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가 부임하기 수년 전부터 진행했던 에이비엘바이오와의 프로젝트 등 상당부분을 종료했다.

그리고 동아에스티의 신약 R&D 지향점을 '항암'과 '면역질환' 두개의 카테고리로 정했다. 특히 면역질환의 경우에는 타우 프로젝트를 비롯한 CNS분야를 깊이있게 볼 예정이다. 다만 내부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글로벌 수준에 있는 플레이어들과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신약에 투입되는 비용을 감당하는 캐시카우는 ETC(전문의약품) 분야의 당뇨병이나 소화기 파이프라인을 글로벌 시장에서 도입해 개발하는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2상단계에서 들여와 3상을 진행해 성장시키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대형 아이템들을 도입해서 자체적으로 캐시카우로 만들고 신약개발도 속도를 내서 임상 단계로 나아가 라이선스 아웃하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제약사간 협력도 피력한다.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관점에서 제약사-바이오텍의 협업이 정형화 된 상황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는 점이 흥미롭게 읽힌다.

우선 투자의 관점에서 특정 파이프라인에 대한 후기임상을 함께 진행하며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빅파마들도 임상 3상은 비용관점에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기 때문에 경쟁사와도 분업 혹은 협업을 한다는 설명이다.

R&D 측면에서도 협업이 가능하다고 본다. 제약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재원이 다른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해 함께 개발에 나선다면 단독 개발보다 성공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아직은 제약사간 협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신약개발에 대한 제약사들의 의지가 확대되면서 점차 협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의견이다.

실제로 동아에스티도 현재 타 제약사와 면역질환 분야의 R&D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앞으로 2~3년 안에 제약바이오 업계의 인수합병(M&A) 시장이 활발해지게 되면 그 때부턴 누가 생존할 것이나가 화두가 될 것"이라며 "국내 제약업이 오너 소유의 구조이긴 하지만 생존을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협업하고 뭉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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