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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부동산팀을 움직이는 사람들]단순 리스크 분석보다 현명한 어드바이저①송진호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전기룡 기자공개 2023-03-07 07:49:05

[편집자주]

대형 로펌들은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새롭게 TFT를 발족했다. 고금리 기조로 대형 건설사마저 휘청이자 전문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게 필요했다. 기존 조직만으론 새롭게 불거진 리스크의 법률자문을 제공하기 힘들다고 봤다. 이에 맞춰 부동산·금융·구조조정 등 각분야의 핵심 인력을 한데 모았다. 더벨은 주요 로펌 TFT 대표자들을 만나 부동산 법률자문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7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장 법률사무소(김앤장) 부동산그룹은 명실상부한 업계 톱 티어다. 1980년대 중반 부동산 프랙티스를 구축한 이래 다양한 경제위기와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자문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에도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으로 사회간접자본(SOC)·부동산 법률자문 분야에서 조정점유율 1위(30.8%) 자리를 지켰다.

역량과 규모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부동산그룹인 만큼 국내외 법률 미디어로부터 최우수 변호사(Leading Individuals)에 선정되는 인물도 상당수다. 그 중심에는 권위있는 해외 법률 전문지(Chambers Asia-Pacific)로부터 부동산 분야에서의 역량을 인정받은 송진호 변호사(연수원 31기·사진)가 있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리먼 사태 이후로 '퀀텀점프'

송 변호사는 2005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한 이래 지금까지 부동산그룹에 몸담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처음 합류했을 당시 10여명정도였던 조직은 현재 110여명 규모의 거대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직접적으로 부동산 분야를 맡고 있는 인원만 40여명에 달한다.

입사 직전인 2004년에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현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게 주효했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덕분에 부동산펀드와 같은 비히클 제도가 자리잡았다. 기관·외국계 투자자들이 대형 오피스와 리테일 같은 실물거래에 뛰어들면서 부동산 전담 조직도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송무보다 딜을 경험해보고 싶어 김앤장으로의 입사를 결정했다"며 "부동산 거래는 결국 자산양수도 형태의 인수합병(M&A)이라고 생각한다. 김앤장을 찾아오는 외국계투자자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대리하면서 운 좋게 다양한 딜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간접투자자산운용법과 더불어 리먼 사태 이후의 시장 변화도 김앤장 부동산그룹이 퀀텀점프할 수 있었던 계기다. 기존 실물거래가 주를 이뤘던 시장이지만 리먼 사태 이후 부동산 개발 등 밸류애드 투자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투자 규모가 늘어난 결과 자산운용사 전성시대도 도래했다.

송 변호사는 "자산운용사 300곳 가운데 절반 정도는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 같다"며 "리먼 사태로 실물 시장이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2010년 이후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오히려 부동산 투자라는 영역이 더 넓어지고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변화 덕분에 송 변호사가 참여하는 법률자문의 범주도 넓어졌다. 부동산 개발사업 영역이라는 범주 하에 물류창고부터 복합쇼핑몰, 호텔, 복합리조트,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리조트·호텔이나 실물 거래에 참여한 이력도 상당해 외국계 부동산 투자자들이 찾는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밀레니엄힐튼호텔 법률자문 "상생이라는 시사점 준 사례"

송 변호사는 인상 깊었던 딜로 지난해 2월 클로징된 '밀레니엄힐튼호텔'을 꼽았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호스피탤리티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았던 시점이다. 악화된 업황때문에 서울 요충지에 위치한 다수의 호텔들이 하나 둘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밀레니엄힐튼호텔은 그 중에서 거래 규모가 가장 컸던 매물이다. 거래 금액만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송 변호사는 밀레니엄힐튼호텔을 사들여 개발사업에 착수하고자 했던 이지스자산운용·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매각자문은 CDL코리아를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이 맡았다.

규모가 규모였던 만큼 거래가 중단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기까지 1년가량이 소요됐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여러 법률문제를 검토하고 협상하는 절차가 수반됐다. 그 중에서 특히 민감했던 영역이 철거 후 일자리를 잃게 되는 호텔 임직원에 대한 상생방안이었다.

인수 주체는 노조와의 협상에서 밀레니엄힐튼호텔 부지에 호텔을 포함한 약 26만㎡ 규모의 복합시설을 지을 예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 완료 시 기존 임직원들을 호텔로 고용승계하겠다는 논의가 이뤄진 배경이다. 고용승계를 원치 않는 임직원들에게는 일정 수준의 보상안이 제안됐다.

큰 틀에서의 협의가 이뤄진 후에는 다시금 세부적인 협상과 법적 검토 및 조율 과정이 수반됐다. 당시의 노력 덕분인지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는 했지만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 매수자 측은 법률문제 없이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업계에서는 지금까지도 유례가 없는 상생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송 변호사는 "밀레니엄힐튼호텔의 매수인 자문 총괄을 맡아 노조와의 협상에 참여한 건 부동산 변호사로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경험이었다"며 "오랜 협상 끝에 최종적으로 원만히 합의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부동산 개발에서 흔치 않은 상생 사례였던 만큼 업무에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김앤장 부동산그룹을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베스트(Best)'라고 답했다. 최고의 인력이 모여 최고의 조직을 꾸렸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최고의 법률자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어드바이저'가 되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리스크를 분석하고 나열하기 보다 그 정도와 발생 가능성을 읽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완성도 높은 법률자문을 위해 항상 거래서류를 꼼꼼히 챙겨 잠재이슈를 놓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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