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초 상장한 중소형주가 연이은 ‘따상’을 기록했다. 통상 시장에선 따상을 공모주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그러나 따지고 보면 따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공모주의 주가 변동성이 지나치면 결국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트리거가 되기 마련이다. 특히 따상이 연이어 나오는 건 문제가 심각하다. 시장이 중심을 잃고 분위기에 휩싸여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예측의 실패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공모과정에서 매겨진 가격과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차이가 과도하게 벌어지는 건 결국 잘못된 프라이싱에 따른 일이다.
물론 시장의 비이성이 상장 직후 일시적으로 공모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 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공모제도의 프라이싱 기능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순 없다. 수요예측을 통해 발견된 가격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 수요예측 참여자의 문턱이 낮아진 뒤부터 가격 발견 기능은 퇴색됐다. 2020년, 2021년의 유례없는 공모주 호황은 수요예측의 프라이싱 기능을 더 빠르게 퇴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공모주 투자기관은 난립했고 몇몇 투자자문사의 지도편달 아래 다수의 기관이 같은 가격을 써내는 담합에 가까운 수요예측 참여행위가 고착됐다. 2000곳 이상의 기관이 비슷한 가격을 써내고 큰 차이없이 주식을 배정받아가는 구조가 됐다.
큰 위험도 없지만 큰 수익도 기대할 수 없으니 대다수 기관들이 공모주 수요예측 참여 업무를 ‘막내들이 하는 허드렛일’로 치부한다. 전문성은 필요 없고 다른 곳이 얼마를 써내는지 동향을 파악하는 게 주 업무다. 기업과 산업을 스터디해 철저히 밸류에이션하고 각자의 투자 원칙에 맞게 가격과 수량을 써내는 투자자는 극히 일부다.
투자자의 고민과 분석 없이 이뤄지는 수요예측에서 결정된 가격이 시장의 신뢰를 받을 리는 만무하다. ‘균등한 배정 기회’를 강조하며 누구에게나 수요예측 참여의 기회를 준 게 이런 폐단을 만들었다.
균등한 배정 기회는 환상일 뿐이라는 건 지난 수년간 입증됐다. 이제 다시 수요예측 참여의 문턱을 높일 때다. 적어도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기관들만이 가격결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적합한 배정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수요예측의 가격발견 기능이 살아나긴 어렵다.
변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당국이 큰 폭의 손질을 예고하고 있어 기대를 걸어본다. 허수청약 관행을 없애고 보호예수 우선배정 등을 통해 수요예측의 내실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염두에 둔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제도 개선이 수요예측의 신뢰를 되살릴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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