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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발행사 유동성 점검]해태제과, '판가' 사수에 달린 신용도하향트리거 터치, 수익성 개선 요구…경기침체기 가격인하 압력

이경주 기자공개 2023-03-24 09:54:14

[편집자주]

고금리 지속과 경기침체 우려. 2023년 우리 기업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소를 넘어 중견사와 일부 대기업까지 유동성 관리가 중요해졌다. 저금리 시기 빌린 수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투심은 악화됐다. 그 와중에 올 실적은 불투명하다. THE CFO는 A급 기업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대응 전략을 취재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15:4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태제과식품은 회사채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 시험대에 뛰어위기의 중견사들들지 않았다.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신용등급이 원인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는 하향트리거를 터치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한다. 제품 판매가격 인상으로 지난해는 수익성을 방어해냈다. 소비자들 지갑이 얇아질 수 있는 올해까지 판가를 유지할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해 내야 한다.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시 검토…작년 5배로 뛰어

해태제과식품은 회사채 신용등급이 A0(안정적)이다. 3대 신용평가사가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3대 신평사는 지난해 5월 정기평가에서 각기 하향 트리거(변동요인)를 제시했는데 해태제과식품은 이중 2개사의 트리거를 터치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가 지속되는 상태다. 한국신용평가는 △순차입금/EBITDA 4배 초과 지속과 △EBITDA/매출액(EBTDA마진) 9% 미만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순차입금/EBITDA 6배 지속 상회 △순차입금의존도 45% 지속 상회 등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순차입금/EBITDA는 5배다. EBITDA마진은 8.7%를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나신평 기준만 피하고 있다. 해태제과식품은 정기평가 당시(2022년 5월)만 해도 수익성과 재무악화가 단기적 현상으로 진단됐다. 아산공장에 대한 설비투자(총450억원) 여파로 일시적으로 차입부담이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시점(2022년 9월)에 해당지표가 더 악화해 부정적 방향성을 확인했다. 순차입금/EBITDA는 2022년 3월말 기준으로 4배로 같은 해 9월말보다 1배포인트 낮았다. EBITDA마진 역시 1분기엔 8.8%로 3분기누적(8.7%)보단 소폭 높았다.

올 들어 공모채 시장은 A급의 경우 펀더멘털이 안정적이거나 개선이 유력한 기업들, 버팀목이 있는 대그룹 소속 계열사들 위주로 물량이 소화되고 있다. 중견사 체급에서 하향트리거를 터치하고 있는 상황은 투심을 모으기 쉽지 않다.

◇판가인상으로 방어한 수익성…올해는 ‘유지’ 관건

올해 신용등급을 방어하려면 ‘순차입금/EBITDA’ 지표가운데 분자인 순차입금은 줄이고 분모인 EBITDA는 늘려야 한다. EBITDA를 늘려 남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줄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코로나19 시기엔 공급망 훼손으로 인한 원재료(곡물)와 운송비 상승에도 수익성을 양호하게 방어해 냈다. 판매가격을 올려 원가부담을 전이시킨 덕이다. 주요 제품들에 대해 평균적으로 10% 가량 인상했다.

지난해 실적에 그 효과가 드러나 있다. 최근 공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941억원으로 전년(5677억원)에 비해 4.65%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245억원으로 전년(260억원)에 비해 5.85% 줄어드는데 그쳤다.

다만 구조적 한계도 확인됐다. 판가인상(평균 10%)을 한 것 치고는 매출 증가율(4.65%)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내수 식품업체들에겐 가장 큰 난제인데 해태제과식품도 돌파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연장선에서 올해는 식품업계 전체에 대해 업황전망은 중립적이다. 긍정과 부정요인이 혼재한다. 긍정요인은 치솟았던 곡물가격이 코로나19 전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하향안정화됐다는 점이다.

우리기업들은 곡물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까지 감안해 가격 추이를 봐야 한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곡물가는 대두의 경우 2022년 6월 톤당 80만원 내외였지만 같은해 12월엔 70만원 내외로 떨어졌다. 해태제과식품의 경우 작년 올린 판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원재료 가격 하락만큼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사진:한국기업평가>

다만 경기침체기엔 제품수요가 줄고, 이로 인해 가격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변수가 있다. 영향은 기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제품이 독점적 시장지위를 구축했다면 영향이 적고, 반대면 크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곡물가 하락에도 쉽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 보고서를 통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유로전 경제위기 등 주요 경기침체 시기에 국내 식품산업 평균판매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 음식료 업체들 이익률 또한 하락했다”고 밝혔다.

차입금의 경우 올해 더 확대할 유인은 없다. 지난해는 실적악화와 아산공장에 대한 대규모투자가 겹쳐 빚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총차입금은 2584억원으로 전년 말(2103억원) 대비 481억원 증가했다.

EBITDA가 경상투자비와 배당액 등을 상쇄하고도 남으면 차입축소를 노려볼 수 있다. 다만 평시 해태제과식품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 FCF)을 보면 현금을 매년 쌓는 구조는 아니다. 2018년엔 마이너스(-) 93억원이었다가 2019년엔 145억원으로 전환했고 2020년(-35억원)과 2021년(-97억원)엔 다시 음전환했다.

회사측도 공식적으로 올해 비경상 투자가 없다고 밝혔다. 해태제과식품 관계자는 “올해부턴 대규모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적인 차입금 증가는 없을 것”이라며 “제품가격 현실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진행하고 있어 창출현금으로 차입금 상환에 주력하고 신용등급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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