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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추형'이 비인기과를 살렸다고?

민경문 편집기획부장공개 2023-05-17 07:36:57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5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외과 교수는 수술, 외래 진료 등으로 고단하다. 여기에 강의 준비와 각종 학회 참여 그리고 정부 연구과제를 따오는 일도 보통 부담이 아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고 연구비를 둘러싼 교수간 미묘한 경쟁 의식도 감지된다. 하지만 수입은 대학동기인 피부과 원장보다 적다. 그나마 ‘대학교수’라는 명예가 버팀목이다.

의대 내부에서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위상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이란 말도 생겨났다. 미용시장에서 전문의 아닌 일반의(GP) 개업이 늘어난 점도 같은 맥락이다. MRI 급여화, 정신치료 수가 개선 등의 제도 변화는 과목별 ‘부익부빈익빈’을 가중시키는 듯 하다.

외과, 산부인과 등 비인기과 교수들은 대가 끊길 위기에 놓였다고 한탄한다. 소아청소년과는 최근 폐업 선언으로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젊은 전공의일수록 환자 바이탈(vital)을 다루는, 즉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의료 행위에 필수와 비필수가 어디 있겠냐마는)

'워라밸'도 그렇지만 의료사고 때마다 불거지는 책임 논란이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의사들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이나 형사고발과 같은 상황을 목도하는 의사들은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업계 안팎의 갈등은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인기과를 둘러싼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성적순으로 결정하다보니 의대 내부에도 전공의 선택을 위한 'N수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이 알아야 할 인기과 공략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기사도 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퇴를 앞둔 한 고령의 의사는 "앞으로 후배 의사들한테 생명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라는 말까지 꺼냈다. 그렇다고 단순히 의대생 정원을 늘리는 건 해법이 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2022년 비뇨의학과(과거 비뇨기과)가 지난해 전공의 모집 정원(52명)을 10년 만에 채웠다는 기사를 봤다. 비뇨의학과도 그동안 비인기과에 분류돼 왔던 만큼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인 중 한명은 유튜브 스타인 ‘꽈추형’이 한몫을 한 것 아니냐며 눙을 치기도 했다.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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