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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에코 에너지]터빈 원천기술 확보한 4세대의 '한방'④두산가 4세대 포문 연 M&A…유럽산 스팀터빈 기술력 잡은 이유는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07 09:29:31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5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역대 2·3·4세 '회장님'들은 젊은 피를 내세워 신사업이나 상징적인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해 자격시험을 통과하곤 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도 마찬가지다.

박 회장은 그중에서도 발이 빨랐다. 박 회장이 사장 취임 이듬해에 매듭 지은 4억5000만유로 규모의 딜은 두산가 4세대가 주도한 첫 번째 대형 M&A로 꼽혔다. 여전히 아버지와 삼촌 등 3세대가 두산그룹의 중심축이었지만 그 축의 방향이 이제 4세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이정표이기도 했다.

체코의 발전설비업체인 스코다파워 인수전 이야기다. 박 회장도 우두머리로서의 첫 M&A 데뷔전이었던 만큼 인수합병 대상 물색에 공을 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스코다파워는 박 회장에게 중요한 딜이었고 이 인수전에 박 회장이 숨겨둔 비전과 야망이 많았다. 그 복심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독자개발에 성공한 간판 사업 가스터빈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수소터빈으로 이어진다.

◇'발전설비의 꽃' 터빈 원천기술 확보

박 회장은 기술에 관심이 많은 CEO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술개발 히스토리를 따라가보면 그중에서도 자체·독자·원천기술을 선호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최초, 글로벌 톱5 처럼 선두그룹에 서곤 했다. 기술개발에 대한 박 회장의 의지도 분명했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사업이 모두 기술이 원천이 되는 부문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두산스코다파워의 내부 작업장 모습. 사진=두산스코다파워
그런 의미에서 스코다파워 인수는 두산에너빌리티에게 터빈 원천기술을 안겨준 만남이었다. 기술개발의 방법에는 직접 연구개발(R&D)에 나서는 전략도 있고 박 회장도 이 부분에 부지런한 인물이었지만,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은 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런 적극적인 M&A 전술은 두산가의 경영 스타일이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M&A로 출범한 기업이다. 박 회장도 사장 취임 첫해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인수합병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이때 이미 체코 스코다파워 인수에 대한 힌트도 남겼다. 박 회장은 2008년 7월 열린 IR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M&A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코다파워는 1859년 설립돼 1904년부터 터빈을 생산했던 기업이다. 박 회장의 원천기술 확보 목표에 딱 맞는 매물이었던 셈이다.

터빈은 '발전설비의 꽃'이라고 불리는 핵심 기술이다. 발전소의 3대 핵심 설비 원천기술로는 보일러와 발전기, 터빈이 꼽혔다. 인수합병 등으로 보일러와 발전기 기술은 체득했지만 터빈이 남아있던 차였다.
FC 빅토리아 플젠 구단 유니폼. 두산의 로고가 적혀 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숙원사업을 해결해준 덕인지 박 회장의 스코다파워 애정도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수와 함께 스코다파워 본사가 있는 체코 플젠의 지역 축구팀인 FC 빅토리아 플젠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중하위권 성적을 내던 팀은 명문 구단으로 거듭났다. 다만 박 회장이 좋아하는 스포츠는 바이크 타기와 골프라고. 골프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 정회원이 될 만큼 조예가 깊다.


◇왜 '유럽산' 터빈기술인가…10Hz의 '큰 차이'

박 회장은 왜 터빈 원천기술 확보에 매진했을까. 터빈은 발전 사업의 근간이다. 물이나 가스, 증기 등의 유체 흐름에서 힘을 뽑아내 필요한 에너지로 바꾸는 기계 장치다.

쉽게 말하면 바람의 힘이나 물의 힘으로 곡식을 빻는 풍차나 물레바퀴가 터빈의 초기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풍력, 수력은 물론 가스와 수소, 원자력 등 거의 모든 발전 시스템에는 터빈이 쓰인다. 다만 스코다파워 인수전에는 터빈이 발전 기술의 뿌리라는 의미만 있지는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기업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진출 영토를 크게 넓혔다. 전기 주파수 기술 차이 때문이다.

스코다파워는 50헤르츠(Hz) 스팀터빈 기술을 갖췄다. 유럽과 인도, 동남아, 중동과 독립국가연합(CIS) 등 85%가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한국과 일본, 미국, 캐나다는 60Hz를 사용한다. 그만큼 알토란인 50Hz 원천기술 보유 기업이 매물로 나온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게 당시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2009년 9월 두산에너빌리티와 스코다파워 인수 계약 체결식.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박 회장은 스코다파워 인수로 대부분의 국가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당시 세계 터빈시장 점유율 10%를 노릴 만큼 자신감이 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그 전까지는 50Hz 타입 기술이 없어 주력 프로젝트였던 발전 건설(EPC) 부문에서 글로벌 진출이 제한적이었다.

◇'터진다' 예상 적중…잇따른 글로벌 수주

박 회장이 스코다파워 인수의 전략적 가치가 '터진다'고 예상한 시점은 2020년이다. 연간 5조3000억원의 시너지 효과를 전망했다. 두산밥콕과 함께 미국과 유럽 시장을 정조준할 만한 사업체로 키워내겠다는 목표였다. 희망은 이뤄졌을까.

아프리카와 중동 등 새로운 지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시장의 문을 연 보츠와나 모루풀레 A 발전소 프로젝트와 이집트 국영 발전사의 신규 발전소 사업 터빈 수주를 따내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해 졌다.

가스터빈과 융합하는 복합화력발전소도 새 시장이다. 친환경 발전으로 기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복합화력발전소로 연착륙이 가능하다. 복합화력발전은 가스터빈에서 남은 열을 스팀터빈에 활용해 추가 발전 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2017년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주한 4700억원 규모의 무아라 타와르 복합화력발전소 전환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2020년 계약을 체결한 3600억원 규모의 김포열병합발전소도 가스터빈과 함께 스팀터빈을 공급한다. 같은 해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F3 복합화력발전소 발전설비도 공급키로 했다.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터빈 점유율이 절대적이다. 약 90%로 알려져 있다. 올해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스팀터빈의 국내 생산량은 1500메가와트(MW), 해외는 1330M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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