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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에코 에너지]'중꺾마'로 키운 가스터빈⑤기술 보유사 인수 물거품에 독자개발 도전…수소터빈 '선두주자' 목표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08 07:29:32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5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가스터빈 개발에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두산'이라는 기업명은 곡물단위인 두(斗)와 뫼 산(山)을 합해 만들었다. 곡식을 한 말씩 쌓아 큰 산을 이루라는 의미다. 기업 성공의 배경에는 늘 호탕한 의사결정이 있지만 그 판단에는 두려움도 따른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이 두려움을 곡식을 쌓는 전략으로 버텼다.

가스터빈 개발 이야기다. 박 회장은 2019년 기술 보유사 인수를 포기하고 뛰어든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성공하자 사회망서비스(SNS)에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프로젝트'였다는 소회를 남겼다. 시작도 망설일 만큼 벽이 높았던 가스터빈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현재와 앞으로를 책임질 효자가 됐다.

◇'중꺾마' 가스터빈 히스토리

두산에너빌리티가 스코다파워 인수로 확보한 기술은 스팀터빈이다. 스팀터빈과 가스터빈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병행하거나 융합(복합발전)해 활용하지만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에게 보다 핵심적인 부문은 가스터빈이다.

스팀터빈은 원 에너지로 물을 끓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동력으로 다시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이라면 가스터빈은 가스를 연소시켜 얻는 팽창하는 힘을 동력 삼는다. 석탄발전소를 대체하는 액화천연가스(LNG)가 전기 에너지가 되려면 가스터빈을 거쳐야 한다.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라는 말은 이제 유행어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래도 다시 들고 온 이유는 이만큼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개발일지를 잘 드러내는 수식어를 찾기 어려워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독자기술로 가스터빈을 개발·생산한 기업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는 스코다파워 인수처럼 이탈리아 안살도 에네르기아 M&A로 기술을 확보하려 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 일본 MHPS, 이탈리아 안살도만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의회가 가스터빈 기술이 국가 전략자산이라며 반대했다. 현지 여론도 좋지 않았다. 결국 인수가 무산됐다.

◇대형사 견제·기술의 벽…전공살린 박지원

이후 아예 독자개발로 노선을 틀었다. 2013년 박 회장이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결정하자 주변의 만류도 적지 않았다.

사실 두산에너빌리티는 1991년부터 가스터빈 시장에 진출해 있었다. 독자기술만 없었을 뿐 가스터빈 부문에서 수익을 내고 있었다는 의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GE와 MHPS에 주변 부품을 납품했다.

기술의 벽도 만만치 않았다. 가스터빈은 크게 압축기와 연소기, 터빈으로 구축돼 있다. 에너지를 만들 때 활용하는 연료(LNG)가 워낙 고온·고압이다 보니 까다롭고 예민하다. 납품사들이 독자개발을 갖고 있는 곳이다보니 견제도 심했다.

진폭을 머리카락 2가닥의 두께 안까지 줄여야 했다. 15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면서도 시속 1200~1300㎞로 회전한다. 날개 하나의 값이 3000만원에 다다를 만큼 고가다. 터빈 한 대를 팔면 자동차 380대를 매각한 효과다.

기술개발은 박 회장의 전공 분야였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글로벌 대학과 연구소부터 찾았다. 국내에서는 21곳의 대학과 4개의 정부출연연구소, 13곳의 중소·중견기업과 맞손을 잡았다. 미국 플로리다와 스위스 바덴에 각각 가스터빈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19년 독자개발한 대형 발전용 가스터빈.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독자개발 가스터빈은 올해 상용화가 목표다. 현재는 국내 최초의 60Hz 가스터빈 'DGT6-300H S1'과 'DGT-100' 등 4개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산화 가스터빈으로 2030년까지 약 10조원을 절감하고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제품 구매와 유지보수에 더 이상 국외 기업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서다. 가스터빈을 동력삼은 새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18GW 규모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가스터빈 키우고 수소터빈으로 '에코 체인지'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소터빈 목표는 간결하다. 가스터빈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수소터빈에서는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것. 앞으로 공급할 가스터빈을 2027년까지 모두 수소터빈화한다는 계획이다.

GE가스파워, 지멘스에너지 등 글로벌 업체의 목표는 2030년, 두산에너빌리티가 3년을 앞선다. 2030년보다 먼저 달리는 이유는 수소터빈 시장이 2030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2030년 수소터빈 시장이 40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봤다.

수소터빈은 친환경 에너지그룹으로 완전한 전환을 노리는 박 회장의 목적과도 부합한다. 수소만을 연료로 사용하면 탄소배출이 전혀 없다.

소형 터빈과 대형 터빈용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2027년 대대적인 도입을 위해 2024년까지 연료의 100%를 수소로 사용하는 5MW 규모의 소형 수소터빈을 개발할 계획이다. 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 혼합연료를 쓰는 300MW급의 대형 수소터빈용 수소혼합 연소기도 제작 중이다.

수소 전소 터빈용 연소기는 2026년, 380MW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은 2027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LNG와 수소를 혼합해 활용한다. 2022년 수소터빈 연소기의 30% 혼소 시험에 성공했고 50% 성공을 노리는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 중인 수소터빈 모형. CES 2022에서 공개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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