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선 삼성 리더]대변환 시대 이끄는 최주선 사장, 미래동력 확보 과제투자에서 빠진 대형 OLED 패널 사업 전략은 아직
김혜란 기자공개 2023-09-27 09:25:40
[편집자주]
재계 서열 1위 삼성은 거버넌스나 사업 측면에서 다른 대기업보다 의사결정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삼성이라는 거함을 움직이는 리더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대물림 경영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이재용 회장은 앞으로 이행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각 사업 부문 전문경영인들은 차세대 생존 전략을 제시해야 할 때다. 이 회장을 필두로 삼성의 주요 경영진의 과제를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대변환(Transformation)을 목표로 사업 체질을 혁신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가속화한다면 기회의 시기에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 3년 차를 시작하는 올해 초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대변환', '미래를 위한 투자'가 그의 경영철학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액정표시장치(LCD)는 물론 첨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을 받으면서 'K디스플레이' 업계엔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 사장이 대변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 사장 재임 기간, 대변환을 목표로 했던 올해, 최 사장은 얼마나 혁신을 위한 노력을 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마이크로OLED, 8.6세대 선제적 투자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 전자계열사 중에서도 재무건전성이 매우 탄탄한 회사로 손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별도재무제표로 30조원에 육박하는 순현금을 보유해 올해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하고도 삼성전자에 20조원가량 대여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여력이 있었다.

넉넉한 곳간은 적기 투자의 기반이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 사장이 언급한 것처럼 전환점에 놓여 있다.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에선 LCD 사업을 철수하면서 퀀텀닷(QD)-OLED가 유일한 매출원이 됐다. 중소형디스플레이 사업부도 지금의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려면 신사업을 개척해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겠다던 최 사장은 일단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중소형 부문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새 성장동력인 고부가가치 정보기술(IT)용 OLED 분야 투자의사결정이 올해 이뤄졌다. 지난 4월 IT용 8.6세대 OLED 생산라인 증설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IT 기기는 LCD패널이 주로 탑재되고 있는데, 점차 OLED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레노버, 델 등이 노트북에 OLED를 탑재했고 애플도 아이패드와 맥북에 OLED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IT 기기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려면 빠르게 투자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IT용으로 8.6세대 제조 공정을 까는 건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에서 최초다.
8.6세대는 유리기판(원장) 크기가 가로 2.25m, 세로 2.6m다. 6세대, 8세대 등으로 세대가 높아지면 디스플레이 원장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원장이 커지면 한 번에 더 많은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수 있어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원가도 낮출 수 있다. 현재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6세대(가로 1.5m, 세로 1.8m)에서 대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8.6세대로 양산이 시작되는 2026년에 IT용 OLED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20% 수준으로 현재 대비 약 5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이크로OLED도 최 사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사업이다. 스마트폰과 TV 패널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했는데 그중 하나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용 마이크로OLED다. 이미 파일럿 라인도 구축한 상태로, 지난 5월엔 미국 마이크로OLED 전문기업 이매진(eMagine)을 약 29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Harman) 인수 이후 삼성 전자계열사 통틀어 수천억원대 규모 있는 딜을 성사시킨 건 오랜만인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최 사장은 앞으로 IT용 OLED와 마이크로OLED가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가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QD-OLED TV 캐파 확대는 과제
중소형 사업에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진 반면, 새 매출원을 확보해야 하는 대형 쪽에선 투자가 주춤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TV에 탑재되는 QD-OLED 패널 첫 양산을 시작했는데, 이후 증설은 없었다. 아직은 전체 캐파(CAPA·생산능력)가 연간 150만장에 불과한 수준이다.
여전히 캐파 확대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아직 LCD TV가 주류고 OLED TV 시장이 크지 않은 만큼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상황도 꼬였다. 모회사인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사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아 올해부터 OLED TV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캐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TV 전략에서 보폭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이다.
특히 최 사장은 2020년 삼성전자에서 삼성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으로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대형사업부장 시절부터 QD-OLED사업을 이끌어왔고 양산체제까지 안정화시켰지만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릴 만큼 캐파를 확보하는 건 이제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또 삼성전자는 TV 라인업 최상단에 마이크로LED TV를 배치했는데, 직접 생산하고 있다. QD-OLED에서 실적을 만들지 못하면 대형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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