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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신학철 체제]다음 승부처 'LFP 양극재', 한발 앞선 생태계 구축 전략③탄탄한 中 LFP 밸류체인, 경쟁 대신 활용에 방점

정명섭 기자공개 2023-12-07 08:22:15

[편집자주]

LG그룹이 2024년 정기인사를 마쳤다. 구광모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요 경영진을 유임하면서도 필요 시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변화의 폭이 적었던 계열사 중 한 곳은 LG화학이다. 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지만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과 핵심 임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구 회장이 '신학철표 사업재편'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선은 2024년으로 향한다. 더벨은 LG화학 인사에 담긴 의미와 경영진 앞에 놓인 과제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5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양극재 업계의 다음 승부처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다.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문제는 국내 생태계의 부재다. 양극재 기업들은 그간 'NCM(니켈·코발트·망간)'으로 불리는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를 주력으로 하다보니 LFP 양극재 개발과 양산, 원재료 조달 등 여러 면에서 중국 기업 대비 뒤처진 상태다.

가장 먼저 승부를 띄운 기업은 LG화학이다. LFP 배터리 밸류체인에 강점을 보유한 중국 화유그룹을 우군으로 맞이해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LFP 양극재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깔렸다. 중국 배터리 업계 수준의 버금가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손잡는 역설적인 모양새다.

◇모로코서 LFP 생태계 구축·고객사 확보 잰걸음...국내 양극재 업계 최초

LG화학은 현재 미국 내에서 전기차용 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는 기업과 LFP 양극재 공급 논의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화유그룹과 아프리카 모로코에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이후 고객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도 포함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LFP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LG화학 측은 "아직 협의 중인 단계라 고객사를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LG화학과 화유그룹이 지을 LFP 양극재 합작공장은 연산 5만톤 규모의 공장이다. 이는 보급형 전기차 5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양산 시기는 2026년이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경쟁사 대비 가장 먼저 LFP 양극재 설비 구축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모로코는 LFP 양극재의 원재료인 인광석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다. 약 500억톤 규모로 전 세계 매장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모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차 부품과 광물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는 의미다.


LG화학은 독자적으로 LFP 양극재 생태계를 구축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다. LFP 배터리의 경우 중국 CALT과 BYD 등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2를 다투고 있다. LG화학은 이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LFP 배터리 밸류체인과 경쟁하기보다 그들의 장점을 활용하는 게 원가 경쟁력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양극재 업체 중 중국 기업과 같은 품질의 LFP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아직 없다"며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현지 LFP 양극재 공급망 구축 계획도 구체화했다. 리튬은 LG화학이, 전구체는 화유그룹이 공급을 맡기로 했다. 이를 위해 LFP 양극재 공장 인근에 리튬 공장도 별도로 짓는다.

다만 최근 발표된 IRA 세부규정상 화유그룹이 해외우려집단(FEOC)에 속해 LG화학은 합작법인 지분을 최소 75% 이상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기존 계획 대비 투자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LG화학 측은 아직 MOU만 맺은 단계라 CAPEX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늘어나는 LFP 배터리 러브콜...'유임' 이향목 부사장, 사업 확장 탄력

LFP 양극재는 주로 보급형 전기차에 쓰인다.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아 고객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완성차업체 테슬라와 포드, 유럽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현대차, KG모빌리티까지 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2018년 7% 수준이던 LFP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27%까지 성장했다.

올 들어 삼원계 배터리와 관련 소재만 만들어오던 국내 업계에도 LFP 배터리를 만들어달라는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국이 IRA 도입으로 LFP 배터리에 강점이 있는 중국 기업들의 제품을 배제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LG화학은 이를 기회로 LFP에 망간을 더해 용량과 출력을 높인 LMFP 양극재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에서 양극재 사업을 담당하는 첨단소재사업본부는 현재 LFP 양극재 개발 업무를 담당할 석사 이상의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LFP 양극재와 LFMP 양극재 등의 개발이 주요 업무다.

LG화학의 이같은 움직임은 LG에너지솔루션의 LFP 배터리 사업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저가형 전기차에 들어가는 LFP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 CFO는 LFP 배터리를 2026년에, LMFP 배터리를 2027년경에 생산하는 계획을 처음 시장에 공개했다.

LG화학에서 양극재 사업을 총괄하는 인물은 이향목 양극재사업부장(부사장, 사진)이다. 2017년에 처음 선임돼 7년째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는 300여건이 넘는 배터리 소재 관련 특허를 발명한 LG화학 1호 '전문위원'이다.

김명환 전 LG에너지솔루션 CPO, LG화학 연구위원 출신인 안순호 폭스바겐 파워코(배터리사업부) CTO 등과 함께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은 이력이 있다. 이 부사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유임돼 LG화학의 양극재 사업 확장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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