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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배당하면 안되나요 thebell note

박기수 기자공개 2024-03-06 08:12:4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07: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 기업 IR팀장과 배당 관련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해당 기업은 동종업계 경쟁 기업 대비 배당을 덜 하는 곳이었다. 주주 배당이 적은 이유를 이것저것 많이 이야기했던 IR팀장은 마지막으로 배당하려면 빚을 내야한다는 말을 꺼냈다. 대화할 때는 수긍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었다.

빚내서 배당하는게 잘못인가. 2010년대 중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차입금을 늘려서 자사주를 사고 배당금을 늘리는 과감한 환원 정책을 펼쳤다.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업계의 핀잔도 들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물론 중요하다. 번 돈으로 투자도 해야하고 배당도 줘야하니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고민이 깊은 것도 이해한다. 그런데 마치 빚내서 배당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식의 발언을 되새김질해보니 딱히 그게 잘못된 이유라는 점을 찾지 못했다. 빚내서 투자는 하지 않는가.

미래 대비를 위한 투자와 주주 환원을 위한 배당, 둘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둘 지는 기업의 자유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국내 기업은 전자에 막대한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기업들이 배당을 하겠다고 내놓는 배당정책만 봐도 그렇다. 근 몇 년 사이 배당정책을 내놓는 기업도 많아지고 그 디테일도 좋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의 배당정책 문화는 개선의 대상으로 논해진다. 왜일까.

흔히 국내 기업들이 내세우는 배당정책의 지표는 '배당성향'이다. 예를 들면 연결 당기순익의 50%를 현금배당하겠다고 발표한다. 여기서 문제는 투자자들 중 기업의 한해 당기순이익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는 점이다. 영업이익, 비용외 영업외수익, 비용, 각종 비현금항목이 반영된 것이 당기순이익이다.

배당정책의 목적이 투자자들의 배당 관련 불확실성 제거라면 기업들은 배당정책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세워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캐나다 자동차 부품기업 '마그나 인터내셔널'은 직전 3개년도 평균 당기순익의 일정 수준을 배당액으로 규정한다고 한다. 배당성향이 아닌 배당수익률 혹은 총 주주수익률(TSR)의 추세를 주주들에게 공개하는 기업도 해외에는 많다.

배당정책 자체가 없는 기업도 허다하다. '주주가치 제고와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및 경영환경을 감안해 배당 규모를 결정한다'는 식이다. 정책을 세울 IR팀도, 관련 정책을 이끌고 나갈 CFO도 확립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한다고 '밸류업 프로그램'을 들고 나선 시점이다. 배당 관련 제도는 사실상 기업 자율에 맡겨 얼마나 변화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 바뀌고 싶다면, 기업들이 스스로 주주 환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게 우선시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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