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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HUG]유병태의 이사회, '상임이사 견제' 형식에 그쳤나⑤비상임이사 의견·반대 도출 소수…재정건전성 악화 속 대내외 평가 하향 조정

신상윤 기자공개 2024-03-14 07:27:33

[편집자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위태롭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 탓에 주거복지와 도시정비 활성화라는 공적 영역의 보증업무가 가중되면서 이례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공적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HUG의 재정을 메꾸기 위해 대규모 출자와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도 했다. 더벨은 지난해 취임한 유병태 사장 체제 아래 HUG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라는 공적 분야의 보증업무를 수행한다. 운용하는 주택도시기금 예산만 37조원(올해 기준)을 웃도는 등 적지 않은 자금을 움직인다. 대규모 재원을 운용하는 필요한 의사결정은 12인으로 꾸려진 이사회가 담당하고 있다.

HUG 이사회는 상임이사 5인과 비상임이사 7인으로 운영된다. 상임이사 가운데 유병태 사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해 각종 보증사고로 위기를 맞은 HUG 유동성 확보와 재정건전성 강화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다만 유 사장과 상임이사들의 경영판단에 전문성을 보완하고 감시 기능을 더할 비상임이사들이 제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난파선 선장' 유병태 사장, 안갯속 항해 지속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병태 HUG 사장(사진)은 지난해 6월 상임이사로 선임됐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한국장기신용은행과 KB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을 거쳐 HUG 사장으로 임명됐다. 부동산 신탁사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부각됐으나 일각에선 내부 감사 및 준법감시 등의 업무를 수행했던 만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유 사장이 취임하기 전 HUG는 장기간 수장 공백기를 맞고 있었다. 2022년 10월 전임 사장이 사퇴한 뒤 인선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세 및 분양 등 각종 보증기능이 급격히 확대되던 시기였던 만큼 수장을 잃은 HUG는 적자 전환과 각종 리스크 부상 등으로 난파선과 같았다.

유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받은 HUG 재정건전성도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특히 변경된 회계기준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예정이었던 데다가 각종 보증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어깨도 무거웠다. 유 사장이 취임 후 유동성 확보에 공을 들였던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그리고 이번 달 한국도로공사 주식의 현물출자 등으로 5조원에 가까운 자본을 확충하며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다만 HUG의 재정건전성 문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자본은 확충했지만 전세사기나 PF 시장 경색 등으로 HUG의 보증 부담은 가중된 상황이다. 공사채 발행 여건 확보와 보증한도의 90배 증가 등은 HUG가 본연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과 동시에 투입할 재원과 재정 운용의 전략이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상임이사 견제기능 '유명무실'

HUG의 의사결정은 정부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과 자본 확충 등 국토교통부나 기획재정부 같이 주요 정부부처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공식 기구는 HUG 내 이사회다. HUG 이사회는 유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5인과 비상임이사 7인으로 구성된다.

상임이사는 기업의 사내이사와 같은 임원이다. 홍지만 감사위원과 이창희 경영전략본부장, 김옥주 기금사업본부장, 윤명규 자산관리본부장 등 상임이사들이 참여한다. 이 가운데 이창희 경영전략본부장은 사실상 HUG의 재무관리를 책임지는 CFO다.

비상임이사 7인은 HUG 상임이사 의사결정에 견제와 더불어 자문 등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직원 대표 격인 김태우 노동이사를 제외한 대부분 비상임이사 전문성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국경복 비상임이사는 전 국회예산정책처장 출신이다. 심오택 비상임이사는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 외 김재승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초빙교수, 채홍재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채상미 이화여대 교수 등이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비상임이사의 이사회 활동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수준이다. 일례로 지난해 HUG 이사회는 총 19차례 개최됐다. 전체 77개 안건 가운데 단순 보고(13개)를 제외한 의결 안건은 64개다. 64개 안건은 전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64개 안건 가운데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해 7월에 상정된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규정 일부 개정 규정안'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김재승 비상임이사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을 뿐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최근 1년간 진행됐던 HUG 이사회 내에서 비상임이사의 발언이 나온 안건도 소수에 그쳤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열린 제429차 이사회에선 △2024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 △2024년도 자금운용계획안 등 중요 안건이 다뤄졌다. 이 가운데 한 이사는 정부의 확정되지 않은 추가 출자안을 예산에 반영한 것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추가 출자에 대한 내용을 HUG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이 절차상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내기도 했다. 다만 최종 논의에선 전원 찬성으로 의결이 이뤄지는 등 비상임이사 활동이 사실상 절차를 밟기 위한 것에 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관 평가 등급 하락세…고객만족도 낙제점

HUG의 경영 성과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있다. 특히 국내에서 주택 및 전세 보증 등 주거와 밀접한 부분의 사업을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서 수행하는 만큼 HUG의 역할과 비중은 적지 않다. 문제는 HUG를 평가하는 외부의 시선이 그리 곱진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평가한 HUG의 2022년도 경영평가 등급은 D등급으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중 하위권을 형성했다. 경영평가 등급이 A~E등급으로 나뉘는 가운데 HUG의 2021년 경영평가 등급이 C등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낮아진 셈이다. 재무적인 평가가 반영되는 만큼 보증사고로 인한 손실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되지만 지난해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좋은 평가를 받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평가한 HUG의 청렴도도 등급이 낮아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내외부 고객 대상 부패인식·경험 설문조사를 통한 청렴체감도와 반부패 정책 추진 노력·성과를 정량 및 정성평가하는 청렴노력도, 부패실태 감점 등을 반영해 종합청렴도를 산출한다.

지난해 HUG 종합청렴도는 4등급으로 전년도 3등급보다 낮아졌다. 청렴체감도는 전년도와 동일한 3등급이었지만 같은 기간 청렴노력도는 한 단계 낮아진 4등급으로 평가됐다. 청렴노력도는 2019년부터 평가를 집계한 이래 가장 낮은 등급이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2022년도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HUG의 보증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을 대상 한 만족도는 D등급이다. 사업자 보증은 B등급으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개인보증과 임대보증금보증이행 및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도시재생기금운용 등 다수 항목에서 D등급을 기록했다. HUG의 목표치 대비 달성도가 50% 미만에 그치면서 목표 달성 수준도 '미흡'으로 나타났다.

HUG 관계자는 "유병태 사장은 취임 후 주택공급 확대 지원과 서민주거 안정 등에 중점을 두면서 채권 회수를 비롯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경영평가의 경우 고유의 보증기능이 확대되면서 손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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