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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증권업계 최초 '부동산 PEF'에 도전하다 [thebell interview]건축학도 출신 박창섭 실물자산투자본부 대표 "부동산 PEF, 운용사의 고유영역 아니다"

손현지 기자공개 2024-03-27 07:10:07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형 하우스인 NH투자증권은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부동산 사모펀드(PEF) 시장에 뛰어들어 국내 증권업계에선 최초로 '기관 전용 부동산PEF'를 내놓은 것이다. 그간 자산운용업계의 고유영역으로 치부됐던 영역인데 과감히 틀을 깨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러한 도전을 주도한 인물은 바로 박창섭 NH투자증권 실물투자본부 대표 상무(사진)다. 본래 건축학도였던 그는 부동산 대체투자 업계 내에서 대체 불가한 실력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년간 내부 경영진을 설득하고 펀드 출자자(LP)들의 신뢰를 얻은 끝에 국내 최초의 부동산 기관전용PEF인 NHARA 1호(엔에이치에이알에이밸류애드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를 탄생시켰다.


◇건축학도가 대체투자 업계 '선구자'로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IB2사업본부 내 부동산PE부 세팅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부동산PE부는 작년 12월 갓 신설된 조직이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초창기 태스크포스(TFT) 멤버인 안현진 부동산PE부 이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PE부는 온전히 'NHARA 1호' 펀드 운용 업무를 위해 신설됐다. NHARA 1호의 딜소싱부터 기획, 운용, 매각까지 모두 팀원들이 해내는 구조다. 작년 11월 2000억원 규모로 출자자 모집을 완료한 상태다.

박 대표는 "대기업 시행사에 있다온 친구부터 회계법인, 운용사 출신 등 외부 인력으로 꾸렸다"며 "펀드 업무집행사원(GP) 업무 역량을 지닌 인력들을 중심으로 모았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NHARA 1호'는 국내 증권업계 최초의 '기관전용 부동산PEF'다. NH투자증권과 싱가포르 대형 운용사인 ARA의 합자회사다. 의사 결정권은 양사 50대 50 비율로 부여되는 구조다.

박 대표는 NHARA 1호 펀드의 핵심운용 인력이다. 핵심운용역의 역량이 중요한데 박 대표는 서울스퀘어, 시티타워, 파크원 2타워, MBC 등 굵직한 딜에 참여해온 인물이다.

본래 건축학도로 첫 직장은 고려산업개발이었다. IMF 시절 유학을 갔다가 진로를 변경했는데 론스타 등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지난 2008년 우리투자증권으로 합류해 업계 최초로 상업용 부동산, 오피스 울류센터 등 딜을 발굴하기도 했다.

지난 2년 전 박 대표가 증권업계에선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차이니즈월 규제로 IB부서와 분리돼 있어야 하기에 따로 떼어져 별도의 조직으로 개편됐다.

그간 부동산PEF 운용은 자산운용업계의 고유 영역이나 다름 없었다. 주식, 채권 등의 금융상품들과 달리 인허가, 시공관리, 인력 핸들링 등 다방면의 시행 업무에 관여해야 하기에 증권사의 전문 영역과는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증권사가 직접하는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과거엔 신탁, 운용, 자문 등 영역이 분리돼 있었지만 최근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다. 예컨대 운용사가 블라인드 펀드를 받거나 금융주선을 직접 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증권사도 자문 업무 외에 기관들 자금을 받아 주식·채권 운용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표는 "관행적으로 자산운용사, 캐피탈사들만 해왔던 비즈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증권사들은 할 수 있는 데 안한 거다"며 "라이선스도 보유하고 있고, 지난 2021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PE들도 부동산자산운용업을 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LP부터 NH그룹 설득' 쉽지 않았던 지난 2년

물론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선례가 없다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박 대표는 "지난 2년간 고생을 많이 했다"며 "손자회사 편입 등 검토할 이슈들이 많았으며, 시기적으로도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시작한 편이라 펀드레이징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총 3가지를 꼽았다. 우선 LP들의 생각을 전환시키는 것도 주요 과제였다. NH투자증권과 농협금융그룹 등 내부적으로도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설득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다.

그는 "증권업 비즈니스 호흡이 빠르다 보니 부동산PE 운용업은 결이 다른 비즈니스"라며 "정영채 사장 등 경영진들이 이해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그룹 입장에서도 이미 캐피탈, 운용사, 리츠 계열사들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라 증권사가 낼 수 있는 차별점을 납득시키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렸다 한다. 현재 농협은행, 농협상호금융 등이 참여해 펀드레이징을 해준 덕분에 범농협그룹과의 시너지도 내고 있다.

박 대표가 어쩌면 '무리'였을 수도 있는 도전을 감행한 건 외국 자본력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는 "올해 총선 이후 경매권으로 넘어가는 부동산도 꽤 있을 것"이라며 "IMF 때 외국계 IB들이 국내의 주요 딜을 쓸어갔던 것처럼, 최근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가 여태 PF 자문 주선 업무에 한정돼 브로커리지 역할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리소스나 자본력도 충분하다. 대형 하우스의 경우 딜소싱 인력만 하더라도 100명이 넘는다. 사실상 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모건스탠리,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IP들의 경우 30~40년 전부터 스핀오프 등을 통해 부동산 펀드를 직접 설정하고 운용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증권사는 자본력이 없는 운용사들과 달리 자기자본 투자(PI)가 가능하다는 강점도 있다.

그는 "국내 부동산 펀드 소스를 다양화시켜 수익 창출을 해야하는데 국내 IB들은 도외시하고 있다"며 "외국계IB들에게 뺏기기 전에 국내 자본을 적극적으로 투입시켜 시장 물량을 확보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2년 고생을 감수한 배경을 담담히 설명했다.

◇NHARA 1호, 일반 부동산PEF와 무엇이 다른가

'NHARA 1호'가 일반 부동산 PEF와 다른 점은 바로 GP가 동시에 무한책임사원 역할까지 한다는 점이다. 증권사인 GP가 펀드운용 전반의 책임을 지는 구조다. 실제로 NH증권과 ARA는 NHARA 1호 출자지분의 35%를 참여했다.

운용 과정이 투명하다는 점도 LP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진 포인트다. NHARA 1호는 합자회사라 NH투자증권의 자회사로 편입된터라 공시의무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물론이고 공정위의 감시망 속에 있기에 투자 행위를 투명하게 처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인터뷰를 함께 진행한 안현진 부동산PE부 이사는 "기존 운용사들이 문제가 생기면 수수료 범위 내에서만 운용사들이 핸들링하는 것과 달리, 증권사는 GP로서 참여해 지분도 태우고 무한책임까지 지기 때문에 LP입장에선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3~4개 투자자산을 검토하고 있다. 수익률은 10% 이상, 밸류애드 자산을 위주로 공략하고 있다. 수도권 위주로 좋은 입지의 공실을 싸게 매입해 임차인에게 다시 리스업해서 밸류를 높여 파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NHARA 1호의 전체 운용기간은 7년이지만 내년 1월까지 다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1호 펀드의 70% 정도를 소진해야 2호 펀드 메이징도 추진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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