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구독의 시대]'무소유 세상이 온다' 대기업 참전, 불황 탈출구 되나①올해 국내 시장 100조 규모 전망, 경쟁 통해 렌털 시장 활성화 기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5-02-04 07:33:07
[편집자주]
구독경제가 가전업계에도 스며들고 있다. '사지 않고 빌려 쓰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다. 중견·중소 기업이 주도하던 렌털 시장에 대기업이 합세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이 상징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을 상쇄할 대안으로도 여기는 모양새다. 가전 구독 산업 현 생태계와 미래 성장 전망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09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국면 이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현상'이 계속되면서 장기 불황 구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침체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가전업계도 두려움이 크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제품 판매가 활발하지 않은 탓이다.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구독 플랫폼'이 떠오르고 있다. 적은 초기 비용으로 최신 가전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기업은 구독료로 수익성을 향상하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로 필수 가전에 한정됐던 렌털 시장이 스마트폰, 로봇 등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인다. 관련 업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앞다퉈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 이어 삼성전자 합류, 해외 공략 본격화 예고
세계적으로 구독 경제는 메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1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구독 경제 시장은 2020년 804조원에서 2025년 1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렌터카, OTT 등을 필두로 구독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면서다.
정보기술(IT)·전자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에서는 가전 구독이 대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해당 시장이 5년 전 40조원에서 올해 1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코웨이, SK매직, 청호나이스 등이 경쟁하던 업계에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공룡이 참전한 것도 한몫한다.

삼성전자는 작년 12월부터 '인공지능(AI) 구독클럽'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제품 구매 시 초기 비용을 낮춰 더 많은 소비자가 최신 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진작에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은 렌털이 자연스러운 품목이 됐으나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은 아직까지 빌리기보다는 사서 쓰는 데 익숙한 기기들이다.
이같은 흐름은 LG전자가 가전 구독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렌털을 시작으로 관련 시장에 몸담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영역을 확장한 건 2022년이다. 이미 조단위 매출을 내고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주간 판매된 가전 중 구독 비중이 30%에 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삼성전자까지 들어왔으니 추후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각사는 케어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고객들을 끌어오기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렌털업계는 고심이 크다. 산업 자체가 활성화되는 건 긍정적이나 대형사의 등장으로 예전 같은 입지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해외 공략이다.
통신업을 보면 알 수 있듯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글로벌 무대를 노려야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선제적으로 움직인 코웨이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모범 사례다.
LG전자 역시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영토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도 점차 대상 지역을 늘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SK매직 등도 연이어 인증을 받으면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가전 이어 TV·스마트폰·로봇까지 빌려쓴다
주요 기업들은 자사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구독 서비스에 포함하려는 모양새다. 가전과 별개로 구분되는 TV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까지 들어올 태세다.
삼성전자는 이달 24일부터 '갤럭시폰'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뉴 갤럭시 AI 구독클럽'을 운영할 계획이다. 공개가 임박한 '갤럭시S25' 시리즈 흥행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장(부회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독 사업을 늦게 시작했지만 취향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소비자 반응도 좋은 것으로 안다"면서 "새로운 구독 사업도 이달부터 시작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도 구독 품목에 넣을 방침이다. 소비자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계기로 국내외 경쟁사도 품목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진입한 LG전자도 이같은 추세를 반겼다. 마찬가지로 LG전자도 프리미엄 가전, 안마의자 등으로 구독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경쟁사가 들어오면 구독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핵심은 케어 매니저다. (LG전자의) 4000~5000명 케어 매니저 역량과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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