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07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장직은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습니다. 최근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도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뽑는 공모를 내지 않는 이유도 이런 승계 관행의 영향이 크죠."취재 중 만난 한 저축은행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임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 차주 상환능력 저하 등으로 저축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저축은행 업권 의견을 조율할 차기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차기 수장을 뽑는 작업은 요원하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선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구성돼야 하는데 이를 결정할 이사회 개최 날짜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오 회장의 임기가 2주 남짓 남은 만큼 이번에도 중앙회장은 임기를 넘겨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늑장 절차는 뿌리 깊은 ‘관치 금융’에서 비롯됐다. 중앙회는 정관에 회장직 승계 절차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정해두지 않고 있다. 중앙회가 굳이 정관 개정 화두를 꺼내 미운털이 박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도 ‘관(官)’ 출신 자리인데 번거로운 절차를 만들라고 지시할 까닭이 없다.
정부의 '시그널'을 기다리는 중앙회의 관행은 오래됐다. 역대 총 17명의 저축은행중앙회장 중 관 출신은 14명이다. 신용금고 대표였던 곽후섭 전 회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었던 이순우 전 회장은 예외지만 저축은행 업계 출신은 아니다. 현 저축은행중앙회 수장인 오 회장이 최초로 저축은행 업계 출신일 정도다.
명확한 승계 관련 규정이 없는 건 다른 금융협회들도 마찬가지다. 당국의 규제를 받는 금융권 특성상 주로 관료 출신 인사가 선호되고 있어서다. 과거 민간 출신의 몇몇 인사가 '순진하게' 저축은행중앙회장직에 지원했다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한 사례도 있다.
중앙회장 선출은 79개 저축은행이 각 1표씩 행사하는 회원사 투표를 통해 이뤄진다. 관 출신을 원하는 저축은행은 정부와 소통해 규제 완화를 이뤄낼 수 있는 인물을 볼 것이다.
관 출신 중앙회장이 선임돼 업계에 어떤 규제적 이점을 가져왔는지 되새겨 볼 때다. 관행은 업계와 조직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당연시되지만 고치기는 쉽지가 않다. 탄핵정국 속 관치가 힘이 빠진 지금,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첫발을 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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