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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vs 라인메탈]한화, '집중 투자' 필수…라인메탈이 생산력 '한수 위'[재무구조와 CAPA]④'유럽 최고' 수준 라인메탈 생산량·해외 거점, 한화에어로는 확장 '절실'

허인혜 기자공개 2025-05-16 07:57:54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3일 15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산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부채비율과 현금 창출력, 생산성을 적절히 관리하는 데 달려있다. 선수금을 받고, 제조원가가 비싼 업의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서다. 부채비율이 높다고 해서 생산성을 줄일 수도 없다.

오히려 '평화의 시대'가 길었던 서방 국가들은 2020년대 초반까지 완만하게 증산하다 최근에는 방산 호황기를 맞아 생산성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라인메탈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서라도 생산성을 늘리겠다는 절실함을 이해할 수 있다.

매출 규모만 봐도 연산 능력의 차이가 보인다. 라인메탈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5조원을 넘겼다. 한화에어로는 같은 기간 11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해외 생산 거점도 라인메탈이 한화에어로를 압도한다. 한화에어로는 '플랜B'를 내고 생산성 확대를 위한 유상증자를 계속 추진 중이다.

◇부채비율 낮고 현금창출력 앞서는 라인메탈

한화에어로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약 281%다. 같은 기간 라인메탈은 221%를 기록했다.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780%에 육박하는 등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는 150~300% 안에서 관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부채비율을 비교해보면 한화에어로가 부채 대비 자산이나 자본 기준 모두 높은 수준이다. 피어그룹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은 아니다. 방산산업의 특성상 선수금의 일부가 선반영돼 부채에 쌓이기 때문에 일정 규모의 부채비율은 감안해야 한다.

고려해도 한화에어로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미국 5대 방산기업 중 하나인 RTX가 163%다. 록히드마틴의 부채비율은 높지만, 록히드마틴은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구축한 기업이다. 또 선수금을 고려하면 발주량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금창출력은 두 회사 모두 양호하지만 라인메탈이 앞선다. 영업활동현금흐름(Cash flow from operating activities) 추이를 보면 라인메탈은 2023년, 2024년 연거푸 현금창출력을 크게 늘렸다. 2023년 7억4300만유로, 2024년 17억2000만유로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2조7000억원이 넘는다. 한화에어로의 2024년 연결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조2992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1조3964억원이었다.

◇"유증으로 건전성·CAPA 다 잡아야"

돈을 잘 버는 데도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건 그만큼 고속성장했기 때문이다. 한상윤 IR담당 전무는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유상증자 결정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전무는 "2021년 수주잔량이 약 5조원이었다면 지난해 말에는 6배가 넘는 32조원으로 확대"됐다며 "선수금이 쌓이는 구조다 보니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한화에어로는 대규모 유상증자의 배경으로 건전성을 꼽는다. 글로벌 방산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생산성을 크게 늘려야 하는 시기로 필연적으로 현금이 쓰이는 만큼 자금 투입이 없으면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게 한화그룹의 판단이다.


현재 계획대로 투자 규모를 잡고 3조6000억원을 차입으로 확보하면 3년간 부채비용이 약 100%포인트(p) 상승한다고 했다. 전체 투자 계획은 11조원으로 이보다 더 크다. 글로벌 주요 방산 기업 중 록히드마틴을 제외하고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350%를 웃도는 곳은 없다.

부채비율이 더 높아지면 수주 확대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방산 수주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과 중동 등 주요 매출처에서는 수주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신용등급이나 재무제표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산량 꼭 늘려야 할까…아직은 라인메탈이 압도적 CAPA

한화에어로는 꼭 생산성을 확대해야 할까. 유럽, 중동, 호주,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국내 생산라인도 늘리는 중이다. 라인메탈의 해외 거점과 생산성을 비교해보면 주장에 힘이 실린다.

라인메탈은 독일 뒤셀도르프와 운터뤼스, 카셀 공장을 중심으로 헝가리와 호주, 영국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생산기지를 거느리고 있다. 2023년 스페인 탄약 제조사 엑스팔을 사들이면서 생산지를 추가 확보했다. 특히 라인메탈이 돈을 잘 버는 탄약 분야에서는 유럽 최대의 생산 기업 자리에 올랐다.

최근 국지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155mm 포탄은 한해 60만발 이상을 만든다. 연산 100만발이 목표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탄약만으로 수십억 유로의 주문을 받았고 수주 잔고를 충분히 해소할 만한 생산력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도 주력 제품인 K9 자주포에 이 규격의 포탄을 쓴다. 국내에서는 풍산과 한화에어로가 155mm 포탄을 생산하는데 한화에어로의 연산 능력이 풍산보다는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풍산의 추정 연 생산량이 약 10만발이다.

라인메탈과 한화에어로는 중장기적으로 돈을 더 쓸 예정이다. 수주 잔고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메탈은 헝가리 탄약공장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독일 등에서도 생산 설비를 더 늘린다.

한화에어로는 호주 H-ACE의 시설 확대 및 신규 투자, 사우디 방산협력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의 구체적 계획을 제시해 뒀다. 전체 중장기 투자금은 11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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