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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양영근 CFO, '위기 설계도' 그리는 구원투수현대차증권 '중장기전략' 수립 중책…그룹 기조실 출신으로 성장궤도 올려야

김현정 기자공개 2025-05-20 08:19:3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5일 08시2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양영근 상무(CFO·사진)는 현대차증권에 오자마자 회사의 가장 복잡한 리스크를 정면으로 정리해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라는 묵직한 불씨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고위험 자산에 대해 직접 전수점검을 벌이고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수년간 현대차증권을 지켜보면서 내부 구조와 위험 요인을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말 그대로 ‘준비된 구원투수’였다. 어두웠던 터널을 통과한 현대차증권은 이제 도약의 발판 위에 서있다. S&T·리테일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반등을 끌어냈고 IB 부문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진행 중이다.

‘내 돈이라면.’ 양 상무는 이를 상품 추천 기준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고객 입장에서 리스크를 따지고 책임지는 관점이 현대차증권의 체질 개선의 기반이 되고 있다. 위기를 딛고 성장 궤도에 들어선 현대차증권의 미래를 양 상무로부터 더벨이 들어봤다.

◇부동산PF 브릿지론 직접 '전수검사'로 완전히 정리, 도약 시작

양 상무는 부동산PF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를 진두지휘했다. 특히 고위험자산인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직접 전수점검을 진행하며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그는 “사실 현대차증권이 과거에 부동산 PF를 무리하게 했던 게 있다”며 “최근 실적이 부진했던 건 신규 취급은 확 줄이고 과거에 했던 부동산PF에 대해 충당금은 계속 불어났기 때문이었는데 작년까지 다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진짜 위험한 건 브릿지론인데 실제 모든 현장 담당자들과 일일이 대면하면서 못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충당금 처리를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본PF의 경우 계속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분양률과 채권 회수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고 재경 차원에서 나름의 분양률, LTV비율 등을 분석하며 준비를 다 했다”고 말했다.


양 상무가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에서 현대차증권에 투입되자마자 마치 매뉴얼을 숙지한 수리공이 고장난 장비를 정확히 진단하듯 부동산PF 리스크를 정리해낼 수 있었던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룹 기조실에서 그룹 내 PF 전반을 관리·감독하며 현대차증권의 사업구조와 위험 요인을 이미 속속들이 파악해온 이력이 바탕이 됐다.

양 상무는 2004년부터 작년 말까지 무려 21년동안 현대자동차그룹 기조실에서 근무해왔다. 가장 최근인 2019~2024년까지는 현대차그룹 내 비제조사로 분류되는 금융·건설·레저·물류 계열사 등의 사업전략을 짜는 일을 담당했다.

최근 2년가량 기조실에서 제일 관심 있게 봤던 부분이 부동산 PF였다고 한다. 현대차그룹 내 부동산PF가 걸려있는 곳이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차증권 등 5곳이었다. 이 가운데 현대차증권이 리스크가 가장 컸고 기조실 입장에서 줄곧 예의주시해왔다고 한다.

“건설사의 경우 타이트하게 관리를 했던 편이고 캐피탈·커머셜은 직접투자 형태였던 만큼 상당히 건전했다”며 “현대차증권이 간접지급보증 형태로 많이 들어가 리스크가 좀 있어서 최근 수년 집중해서 봤다"고 말했다.

◇전신 신흥증권 인수작업 참여...그룹 기조실서 현대차증권 중장기전략 수립

1968년생인 양 상무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현대캐피탈에 입사를 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전공을 살려 기획실 내 법무팀에서 근무를 했다. 이후 현대캐피탈의 1호 해외 ABS 발행을 계기로 재경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기획·재무통으로서의 경력을 시작하게 됐다. 자금조달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2004년 6월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로 발령이 나면서 최근인 2024년 말까지인 21년가량을 기조실 생활을 하게 된다.

처음엔 계열사들 M&A와 지분 투자 관련 업무들을 주로 담당했다. 현대차증권의 전신인 신흥증권 인수의 실무작업을 맡은 인물은 다름 아닌 양 상무였다.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008년 당시 현대차증권의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2014년부터는 현대자동차, 기아 등 완성차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2019년부터는 기조실 내 기획 파트 쪽으로 넘어가 비제조 계열사들에 대한 중장기 전략 수립 업무를 맡았다. 관련 계열사들의 사업 전략과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담당 계열사 중 하나였던 현대차증권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렇듯 현대차증권과 인연이 깊었던 그는 현재 현대차증권의 준비된 CFO로 자리하고 있다.

양 상무는 “현대차증권 인수 시 실무작업을 했기 때문에 애착이 깊은 계열사였다”며 “현대차그룹의 기조실은 관리·감독이라기보다 수평적인 위치에서 컨설팅을 해주고 가이드를 제시하는 조직인 만큼 그때부터 증권업 공부를 매우 열심히 했고 현대차증권이 사업기회가 많은 곳임을 알기에 작년 말 발령받았을 때도 기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상품 개발 시 '내 돈이라면' 관점 적용...PI-리테일 연계 노력

양 상무는 지난해 그룹 기조실에서 현대차증권에 유상증자가 꼭 필요한 상황임을 감지했다. 부동산PF라는 특수한 상황이 생긴 만큼 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굵직한 '돈 나갈 일'들을 앞두고 현대차증권은 최근의 1683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유동성 부담에 숨통이 트였다.

양 상무는 “차세대 시스템을 하지 않으면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무너지는 형국이었던 만큼 필수적으로 이에 1000억원가량 돈이 나가야 했다”며 “RCPS 상환 역시 이미 강을 건넌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래는 정상적으로 번 돈으로 커버할 수 있었지만 부동산 PF 부실이 터지는 바람에 어렵게 됐다”며 “주주들의 증자 참여 도움으로 재무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추후 본PF와 관련해서는 현대차증권의 자체 체력으로 대응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수년간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드디어 올 1분기 시장에 눈부신 실적반등을 보여줬다. S&T와 리테일 부문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면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각각 106.2%, 89.3%나 급증했다. 부동산 PF로 문제가 됐던 IB 사업부문의 경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ECM과 DCM, 우량 부동산 투자 등을 고루 펼치는 중이다.

양 상무는 현대차증권의 체질개선이 빛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분기 실적을 공개한 뒤 자사주 1만주를 매입했다. 책임경영 차원도 있었지만 위기를 딛고 나아가는 현대차증권의 미래가 밝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이 밖에 양 상무는 대리인비용(agency cost)을 예로 들면서 상품 개발이나 추천 등을 놓고 ‘내 돈이라면’의 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돈을 나의 돈이라고 생각하고 굴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차증권은 자기자본투자(PI)와 고객 리테일용 고객 추천 상품을 같이 보려고 하고 있다.

그는 “무턱대고 시장에서 상품을 찾으려 하지 않고 ‘우리가 자신이 생기는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현대차증권이 프리테스트(Pre-test) 형태로 선투자 한 뒤 성과가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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