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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머티-반도체 합병무산 '오너간 충돌' 있었나 주주반대로 방향 선회.."영업양수도 더 이득" 판단, 반도체 청산 가능성

김장환 기자공개 2012-09-12 18:22:33

이 기사는 2012년 09월 12일 1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그룹의 일진LED 설립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진LED 설립으로 인해 LED 매출 비중이 90% 이상인 일진반도체가 사실상 빈껍데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일진반도체의 흡수합병이 무산된 '특별한 이유'가 숨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흡수합병 작업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그룹 오너 일가간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진머티리얼즈-일진반도체 흡수합병 무산된 진짜 이유는

일진그룹은 애초 일진머티리얼즈로 일진반도체를 흡수합병한 후, 물적 분할로 일진LED를 설립하려 했다. 하지만 합병 없이 일진머티리얼즈에서 LED사업만을 떼어내 일진LED 설립을 완료했다. 일진반도체 LED 사업은 영업권양수도를 통해 넘겨받기로 했다.

일진반도체 흡수합병 무산의 표면적 이유는 합병비율 산정 회계연도 기준이 잘못됐다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다. 일진그룹은 이를 토대로 다시 합병안을 짜기에는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우선 일진LED를 물적 분할로 설립하고 흡수합병은 포기했다. 대신 일진반도체 LED 사업을 영업양수도로 가져오는 선에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합병이 무산된 이유는 '주주들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진반도체 주주들은 2011년 결산자료로 산정할 경우 합병비율이 불리해진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일진그룹이 정정 보고서를 제출하는 대신 흡수합병 철회를 선언하게 된 것이 단순히 시간적인 이유가 아니라 내부 관계자간의 의견 충돌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기존 일진그룹은 일진머티리얼즈는 2011년 말 기준, 일진반도체는 2010년 결산자료를 토대로 합병비율을 산정해 제출했기 때문에 금감원에서 합병기준일(지난 2월)을 토대로 양사 모두 2011년 결산자료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해야 한다고 정정 지적을 내렸다"며 "이후 일진반도체 주주들 중에서 이 경우 합병비율 자체가 자신들에 불리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표명해 합병이 무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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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반도체는 사위회사"..오너간 충돌이 무산 이유?

지난해 말 기준 일진반도체의 주주 구성은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 및 특수관계자 지분이 과반수가 넘는다. 확인 결과 우선주 16.3%를 보유하고 있던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스카이레이크)는 올해 초 지분 전부를 32억 원에 일진반도체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4.9%)을 비롯해 사위 김하철 일진반도체 대표이사(14.7%, 첫째 허승연 씨 남편), 둘째 딸 허세경 씨(14.7%)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5.2%를 넘었다.

때문에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다면 특수관계자를 제외한 쪽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분 32.6%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앉아있는 센맥스인베스트먼트(SENMAX INVESTMENT LIMITED)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아직까지 센맥스인베스트먼트의 실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업계에서는 일진그룹이 통상 비상장계열사의 경우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허 회장과 관련된 회사라는 설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일진그룹 측에서는 "해외 신생 투자사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알려주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주주 반대가 오너 일가에서 나왔다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허진규 회장의 사위인 김하철 일진반도체 대표이사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일진반도체는 김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위회사'로 분류돼 왔던 곳이다. 일진반도체가 확보한 스카이레이크 우선주(16.3%)를 김 대표이사의 우호지분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경우 김 대표이사의 지분율은 32%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일진LED 설립 자체는 허진규 회장의 차남 허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홀딩스(장남 허정석 대표 소유)와 별도의 지주사 체제 후계구도 작업의 일환이다. 결국 허 회장의 사위와 아들의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이 있었을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일진그룹 측은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합병 무산은) 합병 비율에 대한 순전히 재무적인 관점에서 비롯됐다"며 "이를 아들과 사위의 대결구도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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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반대 이유 "합병보다 영업양수도가 이득"..일진반도체 청산 가능성 부각

물론 김 대표의 합병 반대가 있었더라도 단순히 "이 회사는 내 것"이란 이유로 보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 일단 일진반도체가 90%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영역인 LED 사업부를 영업권양수도 방식으로 일진LED에 넘겨주기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만약 사위와 아들간의 마찰 문제였다면 주축인 LED사업 자체도 영업권양수도 방식으로 넘기는 선택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일진반도체 흡수합병 무산은 김하철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주들의 또 다른 계산법이 숨어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업권양수도 후 일진반도체의 청산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일단 관련업계에서는 영업권양수도를 통해 일진반도체로 최소 500억 원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청산절차를 밟게 되면 부채를 모두 처분하고 남은 자산은 지분율만큼 주주들 몫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센맥스인베스트먼트, 허 회장 일가 어느 쪽이 됐던지 합병을 통해 확보한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으로 향후 투자금회수(EXIT)를 하기보다 이쪽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이 과정에서 이번 지배구도 개편 작업의 '키'로 지목됐던 일진반도체가 보유한 일진디스플레이 지분 11.1%를 확보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주식으로 전환해 일진머티리얼즈로 매각도 가능하다. 합병 방안이 아니더라도 기존 계획했던 허재명 머티리얼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일진반도체를 일진머티리얼즈로 흡수합병하려던 기존 방안 대신 일진LED로 붙이는 방안은 아직까지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진그룹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들어 영업권양수도 방식으로 일진LED 설립을 우선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혀왔다. 또 "일진머티리얼즈로 흡수합병은 절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경우든 일진LED 설립으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 정리의 초석을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며 "향후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LED를 중심으로 한 지분 이동 등 새로운 지배구도 개편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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