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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신세계의 급성장에 대한 단상

문병선 기자공개 2012-09-19 08:40:26

이 기사는 2012년 09월 19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 푸른 빛은 쪽빛에서 나왔으나 원래의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이다.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경우, 후배가 선배를 넘어서는 경우를 표현하는 말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에서 태동했으나 지금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고, OCI는 동양제철화학이 모태 회사이지만 동양제철화학은 사라지고 OCI만 남았다.

제자는 스승의 둘레막을 박차고 나서기도 하고 자회사는 종종 모태회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사례는 일상에서 드물다. 함께 도태되거나 닮아가는 현상이 오히려 더 많다. 오늘 5할을 친 타자는 내일 1할을 쳐 평균 3할을 치는 경우가 다반사고 한번 당첨된 복권 번호가 다시는 나오기 힘든 것 역시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만물의 법칙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에서 청출어람의 역사를 쓰고 있다는 기업 중 주목할만한 기업이 광주신세계다.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가 키운 지방 백화점으로, 독립 법인화한 뒤부터 지금까지 약 10여년간 꾸준히 성장해 영업이익률이나 주가 상승률 추이에서 스승격인 신세계를 앞섰다.

약 1년3개월 전 광주신세계와 신세계의 시가총액 비율은 대략 1 대 13 이었다. 광주신세계 주식 13주를 팔아야 신세계 주식 1주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랬던 게 전일(9월18일) 종가 기준 두 회사의 비율은 대략 1 대 6 수준으로 좁혀졌다. 1주의 주가는 광주신세계가 이미 앞지른 지 오래다.

같은 기간 순자산가액은 1 대 7의 비율에서 현재 1 대 6의 비율로 바뀌었기 때문에 주가의 괴리율 축소 현상은 기업의 본질가치 증감 현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좁혀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광주신세계는 청출어람 기업이라고 할 만 하다.

광주신세계가 스승격인 신세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원가 관리가 우선 꼽힌다. 광주신세계의 매출원가율은 '꿈'의 원가율이다. 백화점 사업(순매출 기준)만 10.83%다. 10배 장사를 한다는 의미다. 신세계는 25.42%다. 광주신세계의 백화점 사업과 마트 사업을 모두 더해도 원가율은 37%에 불과하다. 이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원가율 단순 합산치(64%)의 절반에 불과하다.

신세계그룹 내에는 광주신세계처럼 모태회사인 신세계백화점에서 파생된 계열사가 즐비하다. 신세계첼시,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아이앤씨 등이다. 그러나 광주신세계에 비할 바 아니다. 재무안정성이나 여타 영업실적 지표 면에서 광주신세계가 월등하다.

그렇다고 해서 광주신세계가 남다른 DNA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경영진에 의한 미시적 조정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도 그럴 듯하다. 예컨대 광주신세계는 그룹 내 통합 물류 창고에서 상품을 제공받는 그룹 통합 시스템에 속해 있다. 신세계도 같다. 광주 지역 만의 별도 조달이 있긴 하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다. 같은 창고에서 나가는 제품의 원가율이 귀착지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점은 광주신세계만을 위한 그룹 차원의 우회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근거다.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그룹의 후계자가 확실한 정용진 부회장이 지분 52.08%를 갖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청출어람도, 평균으로의 회귀로도 볼 수 없는 우려할만한 상황이긴 하다. 실제 시가총액만 놓고 볼 때 1년 반 전 두 회사(광주신세계+신세계)의 합은 4조3000억원에 달했으나 지금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새로운 시너지 합이 그 이전보다 나아져야 '청출어람'이지, 감소하면 그건 '제로섬' 게임이 된다.

다만 포커스를 광주신세계로 좁혀볼 때 그 '안정적 성장'이 눈부시다는 것이다. 공개되지는 않겠지만 경영의 노하우가 외부로 알려지면 지방백화점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만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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