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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위메프의 이상한 자본 조정 주식발행초과금 무상증자에 투입, 자본잠식률 줄여

권일운 기자공개 2013-04-18 17:29:13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8일 1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 완전잠식에 빠진 위메프가 대차대조표 '마사지'를 통해 자본잠식률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액면가(5000원)대비 100배에 신주를 발행해 생긴 주식발행초과금 98억 원을 자본금 계정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위메프는 단순히 발행 주식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이뤄진 무상증자와 유상증자에는 액면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한때 5000억 원까지 치솟았던 위메프의 기업가치에 상당한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 주식발행초과금 98억3751만 원 가운데 97억9300만 원 무증

2012회계년도 시작 당시 위메프의 자본금은 50억9000만 원이었다. 같은 해 5월 23일 허민 위메프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벤처캐피탈 원더엔젤스의 '엔젤스 인터넷/게임1호 투자조합'이 액면가로 30억 원을 투자하면서 자본금은 80억9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원더엔젤스의 투자는 현행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금지하는 '특수관계인 투자 금지'조항에 저촉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위메프는 원더엔젤스를 상대로 발행한 신주를 유상 소각, 30억 원의 투자금을 되돌려줬다.

원더엔젤스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실패한 위메프는 돌연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무상증자는 오랫동안 순이익을 축적한 기업이 주주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위메프가 무상증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무상증자 재원은 허민 대표의 투자금으로 마련했다. 허 대표가 한때 액면가의 100배인 50만 원에 신주를 인수하는 등 꾸준한 자금 지원을 해 온 까닭에 위메프에는 98억3751만 원(2011년 회계년도 기준)의 주식발행초과금이 쌓여 있었다. 무상증자에는 이 가운데 97억9300만 원이 투입됐다.

위메프자본조정

◇ 회계계정 바꿨을 뿐인데 자본잠식률 절반 이하로↓

무상증자를 통해 위메프의 자본금은 늘어났지만 회사로 신규 유입된 자금은 없다. 자기자본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대차대조표상 자본 항목의 97억9300만 원이 주식발행초과금 계정에서 자본금 계정으로 옮겨간 것 뿐이다.

하지만 위메프는 회계 계정을 바꾼 것 하나만으로 2011년에 216.1%였던 자본잠식률을 177.2%로 끌어내렸다. 자본금에서 자본총계를 뺀 금액을 다시 자본금으로 나눠 산정하는 자본잠식률은 자본금이 커질 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크다. 자본총계가 줄어들어라도 3배 이상 늘어난 분모(자본금)을 상쇄시키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만약 79억8400만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2012년의 자본금이 전년과 동일한 50억900만 원이었다면 자본잠식률은 371.36%로 높아진다. 결국 대차대조표의 자본 항목을 조정한 덕분에 1년 동안 자본잠식률을 최대 200%p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낸 셈이다.

회계 전문가는 "주식발행초과금을 무상증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최근 소셜커머스 업계가 앞다퉈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건강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위메프 역시 이같은 움직임에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기업가치 5000억 원의 '거품' 인정

위메프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하고 있는 장석훈 원더엔젤스 이사는 "주당 5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고 나서 보니 주식수가 너무 적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차라리 주식발행초과금을 신주를 찍는 데 투입해 주식수를 늘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잠식률을 줄이기 위한 목적은 없다는 게 장 이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위메프가 상장사처럼 일정량의 주식 거래량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히 주식수를 늘리기 위한 판단이라는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액면분할이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장 이사는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자본항목 조정의 발단은 위메프의 기업가치를 5000억 원으로 산정했다가 1년 만에 80억 원으로 줄이는 등 '고무줄' 밸류에이션을 적용한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자기자본과 연 매출액이 각각 200억 원이 넘는 회사라고 보기 어려운 즉흥적인 결정들이 잇따랐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허민 대표의 지나친 자신감이 과도한 할증 발행을 불러일으켰고 나중에 이를 수습하려다 보니 재무제표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아무리 개인 소유의 회사라고 하지만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너무 즉흥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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