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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을 위한 제언 ① 성장스토리가 필요하다

김현동 기자공개 2013-07-11 10:42:29

이 기사는 2013년 07월 10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진화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결국 살아남는 종(種)은 가장 강한 종도, 지적인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다윈이 말한 진화의 역사는 국내 금융권의 변천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민은행은 2001년 통합 국민은행으로 출범할 당시 경쟁 상대가 없었다. 당시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157조원(2001년 12월말)으로 우리은행(75조 원) 조흥은행(53조 원) 외환은행(48조 원) 서울은행(21조 원) 등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1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58조 원(2012년 12월 말)으로 불어났지만, 하나+외환은행(151조 원+99조 원) 우리은행(238조 원) 신한은행(222조 원) 등과 비교해서 차이가 거의 없다. 기업은행(190조 원) 농협은행(194조 원) 등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기자는 작년 5월 이 변화를 국민은행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했었다(☞ 2012년 5월10일 국민은행의 '잃어버린 10년' 참고).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이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을까.

국민은행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상황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곳은신한금융이다. 1982년 뒤늦게 설립된 신한은행은 2002년 굿모닝증권을 시작으로 다음 해인 2003년에는 조흥은행을 인수했다. 2006년에는 LG카드까지 인수해 은행-카드-증권-보험의 완벽한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하나금융도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2년 서울은행, 2005년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2012년에는 외환은행을 인수해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았다. 우리금융도 2004년 LG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선도 금융그룹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타 금융그룹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인 시기, 국민은행은 갈라파고스 섬처럼 고립돼 있었다. 국민은행은 2003년 테마섹과 설악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네시아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 지분 56%를 확보했지만, 2008년 지분을 처분해버렸다. 이미 10년 전에 인도네시아 6위권 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이다. 2004년에는 제일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지만 포기했다. 2006년 외환은행 인수라는 호기를 맞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08년 선택한 대형 M&A 카자흐스탄 BCC(Bank Center Credit) 인수는 1조 원 가까운 손실을 안겼다.

KB금융은 10년 전에는 가장 강한 종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KB금융은 금융 생태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임영록 회장 내정자는 해결책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국민은행의 소매금융 경쟁력을 중심으로 안정을 꾀한 뒤에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과거에는 국내 최대 영업망과 소매 금융 경쟁력을 기초로 '박리다매 (薄利多賣)' 전략을 구사해 리딩 뱅크 지위를 구가할 수 있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무너진 가계부채 1000조 원 시대에 소매 금융만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나 해외 진출 등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하다. KB금융이 또 다시 '잃어버린 10년'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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