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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와 박삼구의 차이

문병선 기자공개 2013-09-11 10:37:49

이 기사는 2013년 09월 10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아직 STX중공업과 STX엔진 대표이사직 등에서 사임하지는 않았으나 채권단 기류로 볼 때 연이은 사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금호가 삼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에 이어 금호산업의 등기이사 선임이 예정돼 있고 추후 경영정상화 성공시 우선매수권 행사권한을 부여받기로 하는 등 경영권 회복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STX그룹과 STX조선해양 노조는 앞서 수일전 자료를 통해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박삼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한 반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간섭이 약한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에 대해서 경영진 교체를 일방통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산은을 비난했으나, 사실 두 그룹을 단순히 평면 비교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운 구석이 적지 않다.

우선 STX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간 사업포트폴리오 차이다. STX조선해양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STX그룹이 하나의 산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그룹이라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여러 업종에 걸쳐 다양한 사업군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라며 "사업을 통솔할 강한 리더십이 어느 쪽에 필요할 지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산업은행은 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경험이 상당히 풍부하다.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신아SB 등 중소형 조선소 구조조정을 비교적 오래 경험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사업인 타이어와 항공에 대한 구조조정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래서 산은의 설명을 100% 신뢰해준다고 가정할 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입장에서보면 STX조선해양 구조조정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구조조정하는데 옛 사주의 영향력이 절실했을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강 회장과 박 회장을 개인적으로 평면 비교해보면 뒷맛이 그리 개운치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위기관리 측면에서 강 회장은 약점을 드러내긴 했으나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쌍용중공업을 턴어라운드시키고 STX그룹을 재계 13위 대그룹으로 성장시킨 그의 경험은 사장시키기엔 아까운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 재능만을 놓고 비교하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데 '샐러리맨의 신화' 강 회장이 재계에서 쓸쓸히 퇴장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씁쓸함이 남는 것이다.

강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은 수많은 샐러리맨에게 '샐러리맨의 한계'로 비춰진다.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샐러리맨의 한계'로 전락할 때, 그의 곁에서 그를 옹립하려던 집단은 샐러리맨 뿐이었다. '로얄 패밀리'로 불리는 재벌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위기 때 손을 벌릴 수 있는 네트워크가 풍부한 재벌가를 내치기는 쉽지 않다"며 "수십년 교류해온 각계 인맥을 무시할 수 없고 이런 인맥은 큰 힘을 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호가는 이런 측면에서 '로얄패밀리'이고 위기 때 살아남을 수 있는 금호가의 네트워크를 산업은행은 더 신뢰했을 지 모른다. STX그룹 노조가 주장했던 상대적 박탈감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빈약한 네트워크와 동질감을 느낀 '샐러리맨의 비애'로 봐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존 경영진을 워크아웃 또는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 이후에도 무조건 계속해서 신임하고 구조조정을 맡겨야 하나. STX그룹과 금호그룹간 제기된 형평성 논란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가의 문제를 떠나 왜 워크아웃 또는 채권단 자율협약 기업의 경영진은 주채권은행이 독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결정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도 포함돼 있다.

"샐러리 맨의 신화 강 회장은 샐러리 맨이었기 때문에 무너졌다"는 한 STX 직원의 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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