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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3년간 세차례 상폐위기...진실은 근시안적 정상화 처방 반복..오너 지배력은 갈수록 배가

문병선 기자공개 2013-08-26 10:14:15

이 기사는 2013년 08월 21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이 또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2분기 연결실적 확정 결과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지분법 평가손실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충당부채가 금호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상폐위기로 감자와 출자전환을 한 게 벌써 세 번째다. 워크아웃 3년간 세 번째 같은 일이 반복됐다. 2011년 말부터 해마다 상장폐지 위기가 되풀이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20일 금호아시아나그룹 및 채권단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올해 또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진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을 위해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추진방안'을 만들어 채권단 동의를 묻고 있다.

◇3년간 세 차례 상폐위기 반복

첫 번째 상폐 위기는 2011년말이었다. 결산 결과 자본잠식률은 78.5%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상 연결기준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100% 이상이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당시 금호산업은 임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 압박을 받았다. 실제 금호산업은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돼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3월 사업보고서 제출 때까지 50% 자본잠식 상태가 유지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였다.

이듬해 2월 채권단은 총 69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결의했다. 269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나섰고 계열주(그룹오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는 약 2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1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지원도 논의됐다.

당시만해도 대규모 출자전환과 유증 덕에 금호산업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당시 자금지원을 결의한 직후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계열주의 자본참여까지 이끌어냈다"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그 이후에도 1조원에 육박하는 패키지딜을 성사시켰다. 금호산업에서 분할한 금호고속, 대우건설 주식, 그리고 서울고속터미널 지분 등을 묶어 ‘코에프씨 아이비케이에스 케이스톤 기업 재무안정 사모투자전문회사(KoFC PEF)'에 9465억원을 받고 팔았다.

2000억원대의 출자전환, 2000억원대의 계열주 유상증자, 1조원에 육박하는 패키지딜이 일사천리로 성사되면서 회생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그 해 말 금호산업은 채권단의 공언과 달리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금호산업 연결재무제표 추이

두 번째 상폐 위기는 지난해 말이다. 부천 중동 금호리첸시아 미분양 관련 대손충당금 설정으로 영업손실이 대규모 발생했다. 자본잠식률은 98.30%에 달했다. 대규모 출자전환과 계열주 유증 참여, 그리고 패키지딜까지 했지만 정상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7대1 감자가 수반됐다. 주채권은행까지 우리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산은은 당시 감자 등 재무구조개선안을 추진하면서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 매각과 부천 중동 금호리첸시아 사업장의 대손충당금 환입 등이 이뤄지면 자본잠식 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며 채권단을 설득했다.

감자는 이뤄졌고 KAPS 지분 절반을 아시아나항공에 팔았다. 하지만 이 조치가 끝나도 금호산업은 나아지지 않았다.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은 최근 금호산업은 또 다시 완전자본잠식 위기에 빠지게 된다.

세번째 상폐 위기다.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지분법 손실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의 충당부채가 발목을 잡았다. 산은 자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올해 3월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49%다. 감자와 자산 매각 등이 완료돼 지난해말 98%가 넘던 자본잠식률이 3월 기준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6월 상반기 결산을 마치자 6월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다시 89%로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은행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채권단이 보유한 무담보채권(508억원)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 기업어음(790억원)의 출자전환 △1500억원 규모 KoFC PEF 재출자지분 금호터미널 앞 매각 △박삼구 회장에 우선매수권 부여 등의 방안을 내놓고 또 다시 채권단을 설득하고 있다.

◇과중한 빚과 근시안적 정상화 처방

금호산업이 지금까지 워크아웃 3년간 매년 이렇게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과중한 빚과 PF 손실 때문이다. 약 3조원에 달하는 채권이 출자전환된 것만 봐도 빚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빚잔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1조원 가량의 PF 보증채무가 있고 이 채무를 금호산업이 갚지 못할 경우 금호산업 주식으로 전환해 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정상화 처방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불거진다. 예컨대 산은은 불과 3개월 후 자본잠식에 다시 빠질 것을 예측하지 못한채 올해 3월 재무구조개선안을 짰다. 이에 앞서 지난해 초에는 7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지원을 결의하면서 그해 말 부천 중동 리첸시아 사업장 손실을 예측하지 못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중인 기업 중 금호산업처럼 자주 출자전환과 감자가 반복되고 상페위기가 왔던 경우는 드물다"며 "워낙 빚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금호산업은 채무를 가리고 그때그때 위기만 넘기려 하고 채권단은 이에 휘둘려 중장기적인 플랜을 세우지 못한 이유도 크다"고 지적했다.

◇계열주 지배력은 배가..워크아웃식 DIP제도의 장단점

워크아웃식 DIP(Debtor in Possession)제도의 단점도 거론된다. 법정관리(회생절차) 제도에서와 비슷하게 기존 경영주에게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워크아웃 제도에서는 공식적인 DIP제도가 없다. 다만 주채권은행과 채권단의 협력 하에 경영정상화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기존 경영주에게 경영권을 위탁하고 있다.

금호의 경우 상폐 위기가 매번 반복되는 와중에 기존 경영주의 계열사 지배력은 배가돼 왔다. 첫번째 상폐 위기 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유상증자 참여의 명분을 얻었다. 금호산업 지분 14% 가량을 가져갔다. 금호산업을 지배하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할 수 있다. 두번째 상폐 위기 때는 KAPS 지분 절반을 아시아나항공에 넘겼다.

세번째 상폐 위기가 오자 이번엔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려 한다. 이에 더해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주기 위해 박삼구 회장에게는 금호산업 매각 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방안을 산은이 세웠다.

일련의 과정이 법정관리 제도에서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정관리 제도 아래에서는 기업의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상폐 위기가 반복되면 경영진을 바꾼다. 금호산업은 계속되는 위기에서도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은 강화되고 있다.

금호가 한 관계자는 "과거 우리은행이 경영진 해임안을 채권단에 부의한 적이 있지만 다른 채권은행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고 했다. 금호가 다른 관계자는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증자에 사용했고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워크아웃식 DIP 제도에 대한 시각은 다소 엇갈리는 셈이다.

이번엔 근본적인 기업 정상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매번 위기가 반복되고 매번 감자와 출자전환이 진행되어도 지금까지 크게 나아진게 보이지 않는다"며 "위기가 반복되는 동안 과거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의 보유지분 가치는 폭락을 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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