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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의 한섬 인수 그후]④느린 발걸음, PMI 역량 '시험대''덩치 키우기' 신호탄... 제조업 분야 가능성 증명해야

신수아 기자공개 2013-10-22 09:56:25

이 기사는 2013년 10월 21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한섬 인수는 보수적인 경영 전략의 변화로 여겨졌다. 현대백화점 그룹이 백화점·홈쇼핑과 단체급식, 유선방송으로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제조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한섬 이후 리바트의 경영권을 손에 쥐고 동양매직 인수전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사세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 그룹(이하 '현대백화점') 변화의 단초를 암시한 한섬. 그러나 인수 후 저조한 실적과 미약한 시너지로 시장의 우려만 키우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섬'은 M&A의 시발점이 된 만큼, 최근 매물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이 PMI(기업 인수 합병 후 통합관리) 역량을 갖췄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현대백화점의 시장 대응 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경쟁사 보다 항상 한발 늦게 시장에 대응해왔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일찌감치 백화점과 마트로 유통라인을 세분화했고, 백화점 업황이 한계에 부딪히자 프리미엄 아울렛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왔다. 신세계가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과 합작법인을 통해 프리미엄 아울렛 시장에 진출한 시점은 2007년, 롯데가 광주 월드컵점과 김해점을 시작으로 아울렛 영업을 본격화 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이다. 반면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아울렛은 내년에야 첫 점포의 문을 연다.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90년대부터 10여년 간 홈쇼핑을 통해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2000년에 접어들어서야 홈쇼핑 법인을 출범시켰다. 현재 롯데와 하림 등과 함께 현재 6개의 홈쇼핑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IB업계의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2003년 이후 재무라인 출신의 인사들이 경영을 총괄하며 보수적인 경영활동을 벌여왔다"며 "전문분야인 유통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항상 후발 주자라는 인상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최근 유독 '제조업'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패션 의류 제조 기반을 갖춘 한섬과 가구 생산·판매 라인을 구축한 리바트가 그렇다. 동양매직 인수전에 참여했던 것도 동양매직이 갖고 있는 정수기 제조 설비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대응도 한발 늦었던 현대백화점이 갑작스럽게 제조업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달가울 수 없다. 또 다른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 노하우를 갖춘 현대백화점이 경험이 거의 없는 제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이나 기존 유통업과 온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백화점은 유통업 분야에서도 업계 3위에 머물고 있다. 최근까지 행보를 감안할 때 체계적인 확장 전략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섬과 비슷한 시기에 그룹에 편입된 리바트가 이를 보여준다. 그룹의 지주사격인 현대그린푸드는 2011년 리바트의 경영권이 위협받자 '백기사'를 자청했다. 평가손실에 시달리면서도 꾸준히 매집에 나섰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현대그린푸드가 백기사를 자청한 배경은 '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한 사업 다각화' 목적이 아니다. 리바트의 뿌리가 현대그룹 계열사로 출범했다는 인연 때문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전방사업인 리바트의 주력 사업은 점차 하향세를 타고 있었다"며 "현대백화점과의 시너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떠안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인수한 한섬마저 미진한 성적을 내보이자 현대백화점의 PMI능력에 대해 의문이 불거진다는 설명이다.

한섬은 인수 후 1년 넘게 현대백화점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한 채 표류했다. 유통망 시너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일부 편집숍이 백화점에 출점 됐을 뿐 한섬의 브랜드는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오히려 한섬의 강점으로 꼽혔던 프리미엄 내수 브랜드만 제 빛을 잃고 있다. 기존 한섬의 창업주와 분명하게 선을 긋지 못한 채 원치 않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꾸린 것도 그룹 컨트롤 타워의 안이한 대응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한섬의 내수-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브랜드 전개 노하우, 심지어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온 인력을 손에 쥐었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서 한섬의 수장이 바뀌고 주요 인력들의 이탈로 현대백화점 그룹의 인사가 한섬의 요직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긍정적인 효과일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지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선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그룹 인사를 앉히는 등 현대백화점 차원의 대응을 통해 일시적인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가능성을 증명하야할 때"이라며 "제조업 분야에서도 유통 강자 현대백화점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전략적으로 품에 안은' 한섬을 통해 이를 증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그룹_지배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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