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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반한 계열 신용도, 정점 찍고 내리막? [그룹조달&신용이슈]엔저·경쟁사 부활 등 '겹겹' 악재…부품·철강 등 조달환경 변화 '주목'

한형주 기자공개 2014-04-21 10:04:19

이 기사는 2014년 04월 17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타공인 국내 부채자본시장(DCM)의 빅 이슈어 집단이다. 더벨이 회사채 발행그룹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5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현대캐피탈 등 금융사를 포함하면 부동의 '넘버 원'이고 일반 회사채(SB) 발행량으로도 지난해 기준 SK, LG, 삼성그룹 다음을 기록했다.

국내 재계 서열 2위답게 남부러울 것 없는 신용도도 겸비하고 있다. 최상위 신용등급(AAA·안정적)을 보유한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대부분 계열사들이 A-~AA+에 위치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을 통한 활발한 자금 조달 역시 그룹 전반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신용도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가 속한 완성차부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원화 강세 등 불리한 대외 환경으로 수익성이 차츰 꺾이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부품과 철강, 할부금융 등 완성차의 제조·판매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이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핵심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실적 변화는 그룹 전체의 조달 환경과 크레딧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 2조 안팎 회사채 꾸준히 발행..'현대차 후광'

현대차그룹 비금융 계열사는 매년 2조 원 안팎의 일반 회사채(SB)를 꾸준히 찍고 있다. 자동차부품·건설·철강 등 대부분의 사업부문에서 올 들어서도 회사채 시장 문을 활발히 두드리고 있다. 연초부터 현대제철-현대건설-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현대로템-현대하이스코-현대위아 순으로 총 1조 3000여억 원을 조달했다.

수요예측 결과도 하나같이 성공적이었다. 거의 매번 '오버부킹'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채 청약 흥행몰이에 있어 각 발행사 고유의 경쟁력은 무시할 요소가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일단 믿고 보는 현대차 계열'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프리미엄에 가려진 계열 전반의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에 대한 크레딧 업계의 경고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부품부문,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익성↓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이 속한 자동차부품 부문은 완성차부문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보완적 성격으로 설립 또는 인수됐다. 계열 구조 상으로도 매우 밀접한 사업 연관성을 띠고 있다. 완성차부문이 그룹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만큼 매출 및 사업 의존도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평균 계열사 매출 및 매입 비중은 자동차사업 수직계열화 구축의 영향으로 40% 내외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완성차부문에 크게 의지하는 자동차부품 계열사들의 계열 매출 비중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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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NICE신용평가, 2012년 기준

이처럼 완성차에 종속된 성향은 지난해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영업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매출액)은 2009년부터 유지해 오던 8%선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완성차부문의 국내 생산량 감소와 수익성 저하 탓이다.

향후에도 원화 강세와 수익성이 낮은 모듈 생산 비중 확대 등의 요인이 자동자부품부문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제철·건설, 투자부담+업황침체로 수익성 '고전'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비앤지스틸 등으로 구성된 철강부문 역시 고로 열연강판(현대제철)→냉연강판(현대제철)→자동차강판(현대·기아차)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강화라는 전략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난 7년 간 투입한 투자금은 약 9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철강부문 전반의 차입금 부담은 상당 수준 확대된 상태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비앤지스틸의 연결 합산 차입금은 2006년 3조 7000억 원에서 지난해(3분기 말 기준) 13조 8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생산 규모 확대와 주 매출처인 완성차부문 판매 호조로 EBITDA가 늘었음에도, 차입 급증으로 인한 재무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는 평가다.

철강부문을 대표하는 현대제철도 최근 △제3고로 준공 △국내 업계의 신증설 지속 △전방 산업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수급 환경이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이유로 수익성 또한 저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고로 투자 부담으로 차입이 급증해 2005~2008년 연 평균 8배를 상회하던 EBITDA/금융비용은 2009~2012년 5.8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6년 말 기준 1조 6000억 원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10조 원대로 급증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100.7%, 29.8%에서 135.1%, 47.2%로 치솟았다.

건설부문 주력 계열사인 현대건설도 수주 경쟁 심화에 따른 해외 공사 원가율 상승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 국내 건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매출 원가율은 2011년 이후 92% 안팎으로 올랐다.

◇'엔저' 등 여파로 현대·기아차 판매 '주춤'

비완성차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자연스레 신용도 훼손 우려로 이어진다. 수직계열화가 견고해진 만큼 역으로 그룹 전반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유사시 현대차 지원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공고해 보인다. 현대제철과 현대건설 모두 넘치는 투자 수요로 인해 올해 목표한 금액보다 회사채를 증액 발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문제는 그룹의 주춧돌인 현대·기아차가 처한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의 판매실적이 과거보다 다소 정체된 상태다. △국내 공장의 생산 감소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력 회복 △미국 등 주요 시장의 경쟁 심화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기인한다.

기아자동차 역시 파업과 근무시간 조정에 따른 생산 위축 등의 여파로 중국 외 시장 판매가 2012년 이후 주춤한 모습이다.이로 인해 완성차부문의 영업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매출액)은 2011년 9.1%를 기록한 이후 2012년 8.8%, 지난해(3분기 누적) 8.2%로 정점에서 내려오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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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NICE신용평가

△주력 모델의 노후화 사이클(cycle) 진입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일본 메이커 경쟁력 회복과 같은 구조적 요인과 △미국 연비 이슈 및 대규모 리콜(recall)로 인한 판매 충당금 적립 등 일시적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원화 약세와 원가 경쟁력 향상, 토요타(Toyota) 리콜에 따른 반사이익 등 각종 우호적인 형세가 반전된 것이다.

중단기적으로도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약화 △엔저 지속 △수입차 시장 확대로 인한 국내외 경쟁 심화는 완성차부문의 수익성 저하 요인이 될 것으로 크레딧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북미·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의 현대차 점유율과 수익성 확대 추이는 다소 주춤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혼다와 폭스바겐 등 해외 경쟁사 대비 매출 규모가 적다는 점도 신용도 평가에 있어 약점으로 지목된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국내외 신차 모델의 판매 추이와 노조 파업 등 잠재된 비경상 이벤트 발생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日 경쟁사 부활 등 아직은 '잠재' 악재..앞으로는?

물론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들이 당장 그룹 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 부활 정도를 빼면 대부분 이벤트들이 일시성을 띠고 있다. 아직 이와 관련해 나타난 수익성 악화 정도도 큰 편이 아니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부담 요인이다.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올라간 현대·기아차도 이미 곳곳에서 견제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2012년 이후 노사 분규가 심해지면서 앞으로의 노사 관계 또한 낙관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사업 환경을 위협할 또 다른 복병으로 지목된다.

이런 부정적 여건의 극복 여부가 향후 현대·기아차는 물론 계열 전체 실적과 크레딧 이슈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간 사업 연계도가 높아 실적이 상호 연동돼 나타나므로 최전방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사업과 실적 흐름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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