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0월 02일 14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피스빌딩 업계에서 무상임대(렌트프리)가 만연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제는 임차인들이 당연하게 무상임대를 요구하는 일이 늘었다고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무상임대를 적용하는 시기를 계약기간 후반부로 미루자는 '똑똑한' 임차인도 있다고 한다.보통의 경우라면 오피스 계약 기간이 5년, 10년 단위다. 이 기간 동안 매년 물가상승률 만큼이라도 임대료가 상승하게 계약서를 쓰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래서 건물주 입장에서는 뒤로 갈수록 건물 임대료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반대로 임차인은 계약기간 후반부로 갈수록 부담이 높아진다.
똑똑한 임차인은 무상임대 적용 시기를 계약기간 후반부로 몰자고 요구한다. 5년 계약에 총 10개의 무상임대가 있다고 하면 초기 3년 동안은 무상임대를 적용하지 않고 후반부 2년에 무상임대 10개를 넣자고 한다. 그러면 12달 중 5달 동안 임대료를 내지 않게 된다. 결국 임대료 인상이 없는 셈이다. 이를 두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승강이를 벌이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성난' 임대인들은 편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임대료 수익이 줄어든 부분을 만회할 수단을 찾아 나섰다. 바로 관리비를 부풀리는 것이다. 건물의 유지·보수 등 FM(시설물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풀리고, 그 중 일부를 임대인이 수익으로 가져가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3권역(시내, 여의도, 강남)에서는 3.3㎡당 관리비가 4만 원을 훌쩍 넘어선 경우도 나타났다. 명목임대료의 40~50% 수준이다. 그런데 이 비용이 온전하게 건물관리에 쓰이지 않고 임대인의 뒷주머니로 슬그머니 들어가면서 임차인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관리비를 내는 만큼 서비스 수준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피스빌딩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가 오피스빌딩 시장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통제가 전무 하다시피 한 시장에서 빌딩주들의 입맛대로 공실률 등의 통계가 만들어진다. 임대료와 관리비는 명확한 기준 없이 매년 오른다. 그러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는 마치 시골 5일장에서 물건을 사듯 임대료와 관리비를 놓고 흥정이 이뤄진다.
그 결과 무상임대로 인한 실질임대료와 명목임대료의 차이가 30%까지 벌어지고, 관리비 중 임대인이 수익으로 가져가는 돈이 15%라는 비공식 통계가 있다.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오피스를 구하면서 이러한 관행 때문에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국가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피스빌딩 업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정한 틀을 만들어 시장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실률과 매매가 통계 및 정보의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표준 계약서 도입으로 임대료와 관리비의 투명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제도 마련과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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