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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다시 힘받는 '하이닉스 지배구조 개편설' 공정거래법 규제 탓 지주사 통해 OCI머티 인수… 현 체제 손질 필요성 재확인

정호창 기자공개 2015-11-25 08:26:59

이 기사는 2015년 11월 24일 12: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전격 결정하면서 그룹 안팎에서 SK하이닉스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 후 천명한 반도체 사업 육성계획을 현실화하고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반도체 관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이나, 현 지배구조 아래에선 공정거래법 규제 탓에 SK하이닉스 중심의 M&A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재입증됐기 때문이다.

24일 SK그룹은 지주사인 SK㈜ 홀딩스를 통해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와 OCI는 지난 23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2월 말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패널 등의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를 제조·판매하는 전문기업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 등에 필수적인 삼불화질소(NF3)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결정한 이유는 그룹이 향후 주력으로 삼을 5대 신성장 분야의 하나로, 최태원 회장이 경영 복귀 후 육성의지를 천명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SK그룹은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반도체 소재 사업에 본격 진출함과 동시에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번 M&A 인수주체로 사업 연관성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아닌 SK㈜가 나섰다는 점이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SK하이닉스가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수직계열화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그룹의 인수자금 부담도 최소화하는 방법이나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인수주체로 앞세우지 못했다.

이유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SK그룹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데,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거느릴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OCI머티리얼즈 인수주체로 나설 경우 발행주식 전체를 사들여야만 한다.

OCI머티리얼즈가 코스닥 상장법인으로 지분을 1만 명에 가까운 주주가 분산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 100% 인수는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난제다. 또 인수자 입장에선 불필요한 인수자금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문제도 안게 된다.

결국 SK그룹은 SK하이닉스 대신 지주사인 SK㈜를 인수주체로 내세우는 방법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 경우 그룹의 인수자금 부담은 커진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M&A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기준 SK하이닉스는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총 3조 3900억 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SK㈜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200억 원 수준으로 OCI에 지불할 인수금액에 못 미친다. 거래종결이 내년 2월 말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운영자금 등을 감안하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외부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대금 외에 금융비용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지배구조에선 향후에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막강한 자금지원에 힘입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M&A 활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IB업계 등에서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SK텔레콤에서 떼어내 지주사의 자회사로 승격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SK그룹이 반도체 사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과 현 지배구조로는 SK하이닉스를 통한 M&A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재확인됐다"며 "SK그룹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 중이라 머잖아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배구조 정비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관련 업계에선 SK텔레콤을 통신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와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지주사인 SK㈜에 합병시키는 방법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처럼 지배구조를 정비한 뒤 SK㈜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을 넘기면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 자산을 손쉽게 지주사로 이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SK하이닉스로부터 얻는 배당 수입도 현재보다 누수 없이 거둘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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