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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제일홀딩스, 합병 못하는 이유 자기주식 81%, 오너 지분율 희석...팬오션 인수금융 재조달 우회

길진홍 기자공개 2015-12-01 15:26:19

이 기사는 2015년 11월 30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의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합병은 끝내 이뤄지지 않을까. 팬오션 인수금융 대주단의 주식 담보 교체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그룹 지배 두 축인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합병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림홀딩스는 30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일부에서 제기된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합병 추진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양사 합병은 그룹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당분간 이 같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제일홀딩스는 올 초 팬오션 인수 과정에서 보유 중인 하림홀딩스 주식 4457만 8596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하림홀딩스 발행주식의 절반에 해당한다. 주식을 담보로 조달한 금액이 약 5760억 원이다. 만기는 오는 2020년 6월까지이다. 대출약정에는 담보로 제공된 주식을 엔에스쇼핑 주식으로 교환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제일홀딩스가 상장사인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한 뒤 계약을 실행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중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팬오션 인수라는 2가지 포석을 노린 셈이다.


하림 제일 순자산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제일홀딩스 주주현황을 살펴보면 발행주식 508만 8731주 가운데 81%(408만 1991주)가 자기주식으로 이뤄져 있다. 오너인 김흥국 회장의 지분율은 8.13%에 그친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 씨가 보유 중인 올품(1.47%)과 한국썸벧(7.34%) 등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오너일가 지분이 16.94%에 그친다. 이 같은 주주구성은 과거 수차례 합병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림홀딩스와의 합병은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 그 동안 줄곧 비상장법인을 흡수했으나 이번에는 상장법인이 대상이 된다. 발행주식의 80%를 넘는 자기주식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또 합병을 통해 오너일가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하게 된다. 하림홀딩스 유통주식수가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기주식 일부를 시장에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림 제일 지배구조

개별기준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따질 경우 제일홀딩스 1주당 가치는 하림홀딩스 주식 31주에 해당한다. 연결기준으로는 1주 대 41주로 분석됐다. 제일홀딩스 주식 1주당 하림홀딩스 주식 35주가 교부된다고 가정할 경우 합병법인의 김흥국 회장 지분은 5.8%로 감소한다. 한국썸벧과 올품의 지분율은 각각 5.0%와 1.4%가 된다. 오너일가 지분율을 모두 합칠 경우 12.2%에 그친다. 지분율이 이전에 비해 4.7%포인트 하락한다.

합병 후 자기주식을 모두 소각할 경우 50% 이상 지분을 확보할 수 있으나 유통주식 감소가 부담이 된다. 합병 후 시장에 유통 중인 개인과 기관 보유 지분율은 23%에서 8.6%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주식을 풀어 일반인들의 주식을 늘릴 필요가 있다. 오너일가 경영권인 50%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합병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비상장인 제일홀딩스의 우회상장도 부담이다. 이는 계열 전반이 공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팬오션 인수금융 과정에서 제공된 담보 확약을 위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하림그룹은 대체 수단을 강구중이다. 우선 리파이낸싱을 통해 기존 차입금을 갚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외부차입으로 기존 차입금을 상환할 경우 합병과 주요 계열사 주식담보 교환 등의 복잡한 절차를 피할 수 있다. 다만 현재 하림그룹의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5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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