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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베스트 M&A] 소프트뱅크가 쏘아 올린 쿠팡의 로켓 배송[③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골드만삭스 통해 성장자본 10억 달러 조달

권일운 기자공개 2016-01-05 11:06:26

[편집자주]

10년 후쯤 누군가 한국 M&A시장 역사를 기록한 책을 쓴다면 아마도 2015년을 기술하기 위해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크고 의미있는 거래들이 벌어진 해가 바로 2015년이다. 삼성과 한화간의 빅딜은 더 이상 '문어발식 확장'은 대기업 집단들의 생존 전략으로 맞지 않다는 '화두'를 던졌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거래는 한국 M&A 역사상 가장 규모 큰 거래로 기록됐다. 롯데가 거머쥔 KT렌탈 인수 거래는 최근 몇년새 일어난 국내 M&A 중 인수후보들간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거래로 기억될 만했다. 이외에도 하림의 팬오션 인수 거래도 법정관리 M&A 역사에 한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역시 PE 바이아웃 투자의 시계를 한차원 끌어올린 거래였다.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거래는 중국 자본의 인바운드 M&A 거래 중 가장 큰 규모로,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인수의 신호탄 격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굵직한 거래들이 성사됐던 2015년, 잊지못할 그 거래들을 되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30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밑 빠진 독' 처럼 여겨지던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1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은 세상을 술렁이게 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단독으로 거액을 베팅한 곳이 소프트뱅크라는 점은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프트뱅크가 15년 전 중국 알리바바에 투자해 큰 성과를 거둔 적이 있기에 쿠팡에 대한 우려도 단숨에 잦아들었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5조 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아직 성장 단계인 쿠팡의 기업가치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웬만한 유통업체의 시가총액을 능가했다는 점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대목이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1조 원은 대부분 쿠팡의 물류 인프라 구축에 투입됐고, 쿠팡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최고의 유통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뉴 인더스트리 기업 성장자본 1조 원 투자 유치 전례 드물어

성장 단계에 있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1조 원을 투자 받은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쿠팡은 특히나 손익계산서가 '마이너스(-)'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거액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재무구조 개선 차원이 아닌 순수한 성장 자본으로 투입된 1조 원은 쿠팡이 자상거래 업계 경쟁자는 물론 기존의 유통 채널이 차지하고 있는 영토를 잠식해 나가는 데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구나 IT 분야의 '구루'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손정의 회장이 직접 점찍은 투자 대상이라는 점도 이번 딜의 가치를 배가시킨다. 소프트뱅크는 국가별로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을 지목하고, 해당 산업군을 주도하는 업체를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 금액도 최소한 1억 달러(약 1100억)를 넘을 정도로 '화끈한' 면모를 보인다. 소프트뱅크라는 검증된 파트너의 확실한 지지를 얻어냈다는 점은 쿠팡의 브랜드 가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쿠팡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델의 사업을 시작한 전자상거래 업체는 많았다. 하지만 쿠팡은 경쟁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물류 인프라 구축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전자상거래 업체라면 누구나 꿈은 꿨지만, 시도를 하지 못한 미션을 성사시킨 것은 지속적으로 공급된 투자금 덕분이라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조 단위 밸류에이션에 망설이던 투자자들...소프트뱅크가 '베팅'

쿠팡은 2014년 말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부터 3억 달러(약 33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캐피탈이 1억 달러(5500억 원)를 투자한지 6개월 여만에 이뤄진 일이다. 마케팅비 외에 별다른 자금 소요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 전자상거래 업체가 50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단기간에 조달한 배경에 대해 수많은 시장 관계자들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의문을 얼마 지나지않아 풀렸다. 쿠팡은 투자 유치 직후 '로켓 배송'이라는 이름의 자체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직접 물류창고를 짓고, 자체 채용한 인력과 배송 차량으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당일 배송한다는 것이 로켓 배송 서비스의 핵심이었다.

쿠팡의 로켓 배송은 분명 혁신적이었고, 또 상당수의 고객들이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고 취급하는 제품이 늘어날수록 고객의 불만이 커질 우려가 있었다. 쿠팡은 자신들이 기대한 수준 이상으로 로켓 배송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자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문제는 쿠팡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거금을 투자할 만한 곳이 전 세계를 통틀어도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특히나 이미 앞서 블랙록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당시 조 단위를 넘어선 쿠팡의 기업가치를 충족시킬 여력이 되는 투자자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쿠팡이 또다시 조 단위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앞세워 투자를 받으러 다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실제로 쿠팡의 기존 주주들은 물론, 이 시기 전후해 투자를 검토한 곳들은 하나같이 "비전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밸류에이션과 투자 금액이 너무 크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달랐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이 약 50조 원에 달하면서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이 지속되는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나 쿠팡의 필살기인 자체 배송은 자본 공급만 원활이 이뤄진다면 절대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 등 검증된 투자가들이 쿠팡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였다.

투자는 원리금 보장형 우선주 발행 형태로 이뤄졌다.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투자를 위해 영국에 설립한 법인인 소프트뱅크인터내셔널이 포워드벤처스가 신규 발행한 우선주를 10억 달러(투자 당시 환율 기준 약 1조 1050억 원) 어치 취득하는 구조였다.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가 취득한 지분은 약 21.8%였다. 소프트뱅크가 매긴 쿠팡의 기업가치는 5억 달러로 우리돈 5조 5000억 원을 상회했다.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 '포스트 손정의'를 움직이다

쿠팡 투자를 주도한 인물은 손정의 회장의 뒤를 이어 소프트뱅크의 회장에 취임한 니케시 아로라 당시 최고투자책임자(CIO) 였다. 아로라 CIO는 쿠팡 이전에도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IT기반 서비스 산업에 각각 수억 달러를 투자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구글 출신인 그는 소프트뱅크가 정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망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아로라 회장은 가장 확실한 대상을 점찍는 대신, 아낌없이 투자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는 전임자인 손정의 회장의 성향과도 맞닿아있고, 손 회장이 자신의 후계자로 아로라 회장을 지목한 것도 이같은 이유였다. 손 회장이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당시로서는 거금인 20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한 이야기는 아직도 유명하다.

투자 협상이 진행될 당시만 해도 CIO였던 아로라 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프트뱅크의 수장에 취임했다. 아로라 회장은 현재 소프트뱅크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쿠팡을 운영하는 미국 델라웨어주 소재 법인인 포워드벤처스(Foward Ventures LLC)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쿠팡 측에서는 골드만삭스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쿠팡은 앞서 수년 전 미국 나스닥 시장 기업공개(IPO)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세간에 알려진 바 대로라면 골드만삭스는 쿠팡의 IPO 주관사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IPO를 포함한 쿠팡의 모든 자금 조달 옵션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10억 달러 투자 또한 골드만삭스의 주관 아래 이뤄졌다.

소프트뱅크 투자 유치 실무는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가 직접 도맡았다. 단순한 IPO 주관이나, 성숙기 기업의 주요주주 지분 거래와는 달리 쿠팡은 비상장 상태였고, 성장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정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점을 객관적으로 알리면서도, 확실한 투자 기회라는 점을 어필했다. .

골드만삭스의 이같은 공로를 높이 평가한 쿠팡은 약 4000만 달러(440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불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단일 지분거래 수수료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거금이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의 평가다. 쿠팡 거래 한 방을 성사시킨 덕분에 골드만삭스 내에서 정 대표의 입지 또한 상당히 강해졌다는 평가다. 정형진 대표는 현재 골드만삭스의 유일한 한국계 파트너인 김종윤 아시아 M&A부문 대표에 이어 파트너 승급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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