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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삼성SDS 지분 추가 매각하나 승계·경영권 확보용 굳어져, 전자 합병보다 현금화 가능성

정호창 기자공개 2016-02-01 08:12:33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9일 09: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삼성SDS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함에 따라 향후 잔여지분 추가 매각 가능성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삼성SDS 보유지분을 삼성전자와의 합병에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으나, 이번 결정으로 해당 지분이 현금화돼 승계 및 경영권 확보 자금으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29일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일반공모 청약에 참여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삼성SDS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11.25% 중 2.05%(158만 7000주)이며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처분됐다. 매각 대금 규모는 3818억 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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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은 오래전부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활용될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됐으나, 구체적인 활용 방법에 대해선 외부에 알려진 내용이 없었다.

그동안 시장에선 이 부회장이 해당 지분을 처분해 현금화한 뒤 상속세 등 승계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과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용도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두 시나리오 모두 상당한 부작용을 안고 있어 어느 쪽도 시장의 지배적 관측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할 경우 비교적 손쉽게 2조 원대의 승계자금 확보가 가능하지만, 그간 삼성SDS 기업 가치에 더해졌던 '이재용 프리미엄'이 사라져 주가 급락에 따른 주주 피해와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의 후유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의 합병 추진 시나리오 역시 외국인투자자 등 삼성전자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와 삼성그룹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 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삼성SDS 지분 활용방안을 놓고 다양한 검토를 진행해 왔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블록딜을 계기로 삼성SDS 지분 활용법에 대한 방향성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내게 됐다는 분석이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합병 등에 활용되기 보다는 이 부회장의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현금성 자산 역할을 맡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평가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실권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삼성SDS 지분 매각에 나선 점이 이 같은 전망의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삼성SDS 주주와 증권시장의 부정적 기류 때문에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으나, 이번 블록딜을 통해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이 '매각 가능 자산'이란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이번 블록딜은 이 부회장이 앞으로도 삼성엔지니어링 증자 참여와 같은 확실한 '명분'이 주어지면 지분 추가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리는 시그널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IB업계의 시각도 비슷하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자문사 관계자는 "삼성SDS와 삼성전자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왔는데, 이번 주식 처분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이 더 낮아졌기에 합병 시나리오는 힘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에도 시장 분위기 등을 살피며 적정 시기를 골라 삼성SDS 잔여 지분의 현금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설이 제기될 때마다 삼성그룹이 일관되게 '부인' 입장을 밝혀온 점도 시장 전문가들의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SDS와의 합병은 삼성전자 주주 입장에선 실익이 없기 때문에 합병설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삼성그룹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 왔다"며 "게다가 삼성그룹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며 외국인 주주들의 큰 반발을 경험했기에 합병을 추진하기 보단 이 부회장 보유지분을 현금화하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9.2%의 추가 매각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단기간에 현금화를 추진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번 블럭딜을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잔여지분에 대한 6개월 매각 제한을 약속한데다, 매각대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선 대규모 지분을 일시에 처분하기 보단 주가 흐름과 증시 상황 등을 면밀히 살피며 분할 매각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보유 지분 일부의 블록딜 사실이 시장에 전해지면 당분간 삼성SDS 주가는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당장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에 삼성SDS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며 주가 흐름을 관찰한 뒤 적정 시점에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해 지분을 여러 차례에 걸쳐 분할 매각하는 전략을 구사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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