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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쿠팡 펀딩 신화 재연할까 후발 주자 약점 극복 방안 제시해야 할 듯

권일운 기자공개 2016-03-10 09:31:04

이 기사는 2016년 03월 07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상거래 시장 평정을 위해 조 단위 자본 조달에 나선 SK플래닛은 동종 업계 경쟁자이면서도 선발 주자인 쿠팡을 어떤 방식으로든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평가 등의 측면에서 본다면 쿠팡이 밟은 전철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후발 주자라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지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플래닛의 11번가는 기본적으로 오픈마켓에 기반을 둔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11번가라는 이름의 사이트에 개별 판매자들이 제품을 등록하고, SK플래닛은 이들로부터 제품 판매 대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는 구조다. 미국 이베이가 오픈마켓의 원조라 할 수 있으며, 옥션이나 지마켓, 인터파크 등이 국내에서 11번가보다 앞서 오픈마켓 서비스를 제공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사실상 오픈마켓이 평정하다시피 해 왔다. 하지만 쿠팡이 직매입 및 로켓배송 시스템에 드라이브를 걸며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미국의 또다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본딴 쿠팡의 사업 모델은 거대한 물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쿠팡은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는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손꼽히는 한국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업체라는 점에서 독보적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소프트뱅크와 블랙록, 세콰이어캐피탈 같은 명망있는 투자가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수익도 내지 못하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우리돈 6조 원까지 끌어올렸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 억~조 단위 자금을 투자했다.

쿠팡에 비춰지고 있는 스포트라이트는 SK플래닛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투자은행(IB) 및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투자금 규모 산정이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투자 구조 설계 과정에서 쿠팡의 전례를 상당 부분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쿠팡이 20%의 지분을 10억 달러에 매각할 당시 제시한 각종 실적 지표들과 11번가의 실적 지표를 비교해 밸류에이션 잣대로 삼을 수도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약 5조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이는 다른 오픈마켓 기반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실적을 능가하는 수치다. 쿠팡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이 4조 원,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를 유치하기 직전 년도(2014년)의 거래액은 2조 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11번가는 회원수나 각종 제휴 서비스 사용자수 등의 지표가 경쟁 업체들에 비해 괜찮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SK플래닛이 쿠팡과 같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을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11번가의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아직 유보적인데다, 무엇보다 이커머스 산업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가 쿠팡의 메가 펀딩 당시보다 보수적으로 변한 측면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결국 극소수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11번가의 이런 움직임은 한발 뒤처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11번가는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과는 달리 통신사업자라는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유무선 통신 사업을 기반으로 한 각종 생활 밀착형 서비스 플랫폼이 11번가의 시장 공략에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SK플래닛 역시 이같은 밸류 체인의 이점을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적극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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