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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위기, 외부 악재 때문만 아니다 [크레딧 애널의 수다]①내수침체 직격탄, 재무실적 하락 '오래'…주요 계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김진희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16-06-30 13:11:0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9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레딧 업계 최고의 입담가 세 명이 모였다. 두 번째 맞는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수다'였다. 달변가답게 기업 이름만 대면 뿌리부터 흥망성쇠와 전망까지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왔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롯데그룹 얘기부터 나왔다. 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롯데에 쏠려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 내수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특징이자 약점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중국 구조조정 여파로 내수산업은 더욱 침체기로를 걸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보태졌다. 일부 계열사의 등급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사회 :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의 중국 투자 손실규모가 추가로 드러날지가 관건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계열사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점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C :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에 부정적 전망이 붙어있어서 불안하다. 해외 수주가 잘 되고 있지만 중국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만 나왔는데 벌써 철강재 가격이 올랐다. 실제 철강, 석유화학 구조조정 액션에 들어간다면 악재로 작용한다. 국내 내수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B : 사실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은 등급이 고평가돼 있다는 의견도 있다. 롯데쇼핑 등급 하향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롯데쇼핑 역시 AA+급인데 한 노치(notch) 정도 떨어져도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A : 아마 그룹 내부에서도 손실이 수 조 원대에 이른다고 파악하고 있지 않을까. 추가로 드러나는 규모에 따라 등급 하향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B : 중국 사업을 정리하고 나오면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긴 힘든 나라다. 헬스클럽과 마찬가지다. 100만원 짜리 회원권을 이것 저것 할인 적용해서 절반으로 깎아서 회원을 유치한다. 환불을 요구할 경우 할인혜택받은 것 다 정산하고 나면 며칠 안 다녔는데 돌려줄 게 없다고 한다. 기업 유치하려고 싸게 토지 제공하는 등 혜택 주고 사업 접기는 어렵게 해놨다.
(※롯데쇼핑은 중국 현지에 약 100곳의 롯데마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중국 사업에서 8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대형마트 해외부문의 영업손실은 1320억 원이다.)

C :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간다면 SK글로벌 사태가 떠오르는 부분이 있다. 롯데그룹이 소명을 통해 검찰을 얼마나 납득시킬지가 관건이다.
(※SK글로벌 사태는 2003년 드러난 1조 5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이다. 1조 원 이상의 은행 부채를 서류에 반영하지 않는 등 조작으로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와 분식회계 혐의로 최태원 SK회장 등 관계자들이 구속됐다.)

A : 실적면에서 롯데그룹은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이었다. 롯데는 제과나 유통 등 내수 위주로 성장했다. 최근 내수소비가 감소세다. 롯데그룹이 벌어들이는 EBITDA가 1년에 4조 원 정도. 이 중 40% 정도가 롯데쇼핑에서 나오고 롯데케미칼이 20%, 호텔레저쪽에서 10% 가량을 맡는다. 경기가 나빠지면 먼저 위축되는 것이 관광과 소비다.

B : 롯데그룹이 돈을 잘번다고 생각하는데 땅이나 설비 등 자산이 많다. 호텔롯데도 그렇고 부동산 담보가치가 높다 보니 부채/EBITDA 기준으로 보면 부채비율은 낮은데 EBITDA 자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신용평가사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등급 하향할 사유는 있다고 본다.
(※롯데쇼핑의 총차입금/EBITDA는 2014년 2.7배, 2015년 3.1배다)

C : 반대 논리를 들자면 괜찮은 비상장 계열사가 많다. 위기에 몰리면 프리 IPO나 상장을 통해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호텔롯데 IPO 과정에서도 공모주 펀드에 돈이 많이 들어왔다. 투심이 크게 반응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73곳 중 20곳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재무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 계열사는 호텔롯데, 롯데카드, 롯데리아, 우리홈쇼핑, 코리아세븐, 롯데로지스틱스 등이다.)

B : 호텔롯데 IPO가 엎어지면서 이미 자금은 모여있는데 갈 곳이 없으니까 괜찮은 다른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봤다.

A : 코리아세븐은 특히 우량 계열사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뿐 아니라 내수산업에서 지금 돈을 버는 쪽은 편의점과 면세점 뿐이다. 롯데그룹으로 치면 호텔롯데와 코리아세븐이다. 코리아세븐은 기업어음(CP)으로만 자금조달을 하는 곳인데 롯데쇼핑 신용등급이 내린다고 가정하면 CP 등급도 한 노치씩 떨어지는 점은 부담이 될 것이다.
(※롯데쇼핑은 종속회사 코리아세븐을 통해 편의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쇼핑주식회사 등 롯데그룹과 관련 특수관계자의 코리아세븐 지분율은 98.94%다.)

사회 : 면허 갱신에 탈락해 잠실 면세점이 문을 닫았다. 롯데 측은 신규 특허를 노린다고 하는데 검찰 수사 탓에 우호적 전망이 나오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A : 롯데월드 잠실점이 빠지지만 코엑스점은 남아 있다. 새로 진출한 면세점 사업자에 비해 특급브랜드와 오랜 영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경쟁력이다.

사회 : 최근 실적과 검찰수사 영향으로 롯데쇼핑이나 롯데케미칼의 하향 가능성에 의견이 모아졌다. 롯데그룹 전반적인 전망은 어떻게 보나?

B : 그래도 재계 순위 5위 정도의 기업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현대차에 비견될 정도로 신뢰받던 발행사다. 버퍼가 있는 그룹이라고 본다.

A : 공감한다. 상장여력이 있고 투자비용 부담은 줄일 수 있는 부분이다.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을 기회삼아 털고 가는 것도 장기적으로 그룹에 괜찮을 수 있다. 더 곪기 전에 해결하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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