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재벌문제 해결, 전문경영인 확대 징벌적 보상 필요 [크레딧 애널의 수다]②"고성장 시대 재벌 행태 아직도"…"똑똑한 경영인 체제 확립돼야"

김병윤 기자/ 김진희 기자공개 2016-06-30 14:11:0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9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이슈로 시작한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수다는 국내 재벌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재벌의 의식과 행태가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대가 크게 바뀌었음에도 재벌 경영의 구태적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 : 국내에서는 재벌이 오너(owner)이자 관리자고 경영자다. 모든 권력의 중심이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B : 과거 재벌은 나쁘게만 인식되지 않았다. 그냥 희망 같은 게 있었다. 내가 1000원을 벌고, 재벌은 1억 원을 벌어도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고성장 시대였으니 다 잘 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성장이 막혔다.

C : 과거에는 재벌에 국가 자본을 집약하는 것이 국가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인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산업 생태계가 바뀌었고, 재벌에 자본을 집약시키는 것은 심각한 부의 쏠림을 양산할 뿐이다.

B : 정부. 아니 정권이라고 부르고 싶다. 정권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에 지나치게 관대한 감이 없지 않다.

C : 재벌과 관련해 공식이 있다. '경제=성장정책=수출기업=재벌=오너=경영자'. 수출에 크게 의존하던 우리나라에 과거에는 맞아들어갔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주식시장이 크게 성장한 현재는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영자는 매출 성장을 GDP보다 높게 해,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 그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재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영자로서의 책임보다 소유자의 개념이 강하다.

B : 똑똑한 경영인이 필요한 때다. 대기업들 봐라. 똑똑한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룹 총수 한 명이 감옥에 갔다고 의사 결정이 안 된다고 하는게 말이 되나. 과거서부터 재벌은 무소불위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이다.

사회 :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는 게 좋겠나

A : 지속가능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무성장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똑똑한 사람이 전문적으로 경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그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 동시에 경영자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자질은 지혜롭게 큰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고,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지금 국내 재벌가에서는 크게 보기 힘든 광경이다.

A :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그룹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정리가 아니더라도 최소 그들이 갖고 있던 부수적인 혜택을 가위질하고 선을 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C : 경영에 있어 수익(베네핏·benefit)과 비용(코스트·cost)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확실한 징벌적 보상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엔론 사태가 한 예일 수 있겠다.
(※엔론(Enron Corporation)은 미국의 에너지·물류·서비스 회사였다. 2001년 말 엔론의 부실한 재정상태가 계획된 회계부정으로 이뤄진 것임이 드러났다. 엔론은 파산했고, 당시 엔론의 회장이었던 케네스 레이 회장과 CEO 제프리 스킬링은 연방법원에서 사기와 내부자 거래 등으로 각각 징역 24년 4개월, 24년의 유죄 판견을 받았다. 당시 엔론의 외부 감사를 맡았던 미국의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였던 아서 앤더슨 역시 이 사건으로 인해 영업정지를 당하고 결국 파산하게 됐다.)

B : 산업 생태계가 바뀔 필요다 있다. 현재는 벤처나 중소 기업들이 커져나가는 것을 재벌들이 박탈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라면 차라리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나은 것 같다. 만약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진 기업의 가치가 5000억 원이라고 한다면 해외는 그만큼 가치를 인정해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게 아니다. 일단 살 사람이 대기업 뿐이다. 그런데 그 대기업은 그 기업의 가치를 50억 원 정도로만 부를 거다. 만약 딜(deal)에 응하지 않으면 유사한 아이템으로 밀어붙인다. 작은 기업은 밀릴 수밖에 없다.

사회 : 앞서 전문경영인을 언급했다. 아무리 똑똑한 전문경영인이라고 해도 과감한 사업 결단에 대해서 무모한 투자라는 비판이 따를 수 있을텐데.

A : 쉽지 않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이론적이지만 갖고 있는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감사나 사외이사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C : 주주의 책임지 점점 중요시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의 움직임 가끔 일어나고 있는데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인에게 납득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거나 기업 가치를 훼손할 경우 등의 판단을 잘 할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