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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NHN엔터, 맥도날드 탐내는 이유 KG이니시스·한국사이버결제 등 시너지 염두

한형주 기자공개 2016-07-29 08:07:50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6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G그룹은 왜 뜬금없이 맥도날드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갖는 걸까. KG가 자사와 마찬가지로 전자결제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NHN엔터테인먼트(NHN한국사이버결제)와 파트너십을 맺어 응찰하는 점에 비춰, 맥도날드를 '스타벅스 카드'와 같은 프리페이드(prepaid) 시장과 접목시키려는 복안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KG그룹은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NHN엔터테인먼트를 공동 투자자(Co-Invester)로 맞았다. 이번 딜의 경쟁자이자 같은 전략적 투자자(SI)인 CJ그룹 등과 함께 최근 데이터룸 실사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한국맥도날드 매각 주관사인 모간스탠리는 지난달 말 KG와 CJ,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를 포함한 복수 후보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았다. 비더들에게 '넌바인딩 오퍼(구속력 없는)' 형태로 각자 희망하는 가격을 적어 내도록 했다. 현재 CJ가 응찰가로 3000억 원가량을 제시한 것 정도만 확인되고 있다. 셀러인 미국 본사는 한국맥도날드 매각가로 5000억 원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G이니시스·모빌리언스, 한국사이버결제 등으로 시너지 모색

이런 가운데 KG그룹이 NHN엔터테인먼트와 컨소시엄을 결성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은 그만큼 맥도날드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라는 게 업계 평이다. 얼핏 보면 비료 제조업으로 익숙한 그룹사와 온라인·모바일 게임업체 간 엉뚱한 조합일 수 있으나, 둘 다 온라인 전자결제대행(PG)사를 계열법인으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감안해 볼 때 자체 전자결제 서비스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기반의 식음료업 간 통합, 상승 효과를 노리는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때 시너지 창출에 기여할 만한 주체로 들 수 있는 곳은 KG그룹의 KG이니시스(전자결제)와 KG모빌리언스(모바일 전자결제), 그리고 NHN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NHN한국사이버결제(온라인 전자결제PG) 등이다. 양측은 이미 지난달 말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사업 제휴' 명목으로 상호 지분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KG이니시스 지분 5%를 취득하고, KG이니시스는 NHN한국사이버결제 지분 5%를 사들였다. 이같은 연합 구도는 KG-NHN엔터테인먼트가 한국맥도날드 M&A 거래에서도 맞손을 잡는 데 직간접적으로 일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K페이(KG이니시스)'와 '페이코(NHN엔터테인먼트)'가 동맹을 구축한 것은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에 개별적으로 맞서기엔 역부족이란 판단 때문"이라며 "양사가 이번에 맥도날드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단순히 신규 사업에 진출한다는 차원을 넘어 기존 사업 역량 제고까지 고려한 전략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타벅스 '프리페이드' 카드 벤치마크하나

KG-NHN엔터테인먼트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맥도날드와 결합한다고 가정할 때 벤치마크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스타벅스의 프리페이드 카드다. 스타벅스는 일명 '스벅카드'로 불리는 이 선불카드를 기존 하드카드 영역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로 확대시킨지 오래다. 직접 매장을 찾아 돈 내고 사는 것보다 좋은 점은 일단 매우 간편하다는 것이다. 선주문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를 활용하면 줄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메뉴를 받아갈 수 있다. 다소 앞서 나간 이야기긴 하나, KG그룹이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성공한다면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빅맥'이나 '맥카페' 등에 있어서도 똑같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이밖에도 회원별 리워드 및 혜택은 물론, 각종 프로모션에 대한 안내나 무료음료 쿠폰 적립 등도 이 앱 카드로 한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타벅스가 이런 식으로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 발급한 카드의 총 적립액(간편결제를 위한 충전)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현지를 대표하는 선불카드 업체들은 물론, 일부 지역은행의 예금자산 총액보다도 많은 수치여서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스타벅스를 더이상 음료업체가 아닌, 일종의 금융회사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스벅카드가 스타벅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했다는 점이다. 이는 맥도날드 인수를 통해 본업과 무관한 업종에 뛰어들려는 KG-NHN엔터테인먼트가 셀러에게 정당성을 어필하는 주요 명분이 돼줄 수 있다.

◇KG-NHN엔터, '외식업'으로 무장한 CJ 대항마로 '맞손'

이번 거래의 특징은 미국 본사가 한국맥도날드를 비싸게 파는 것 못지 않게 '영업을 잘할 수 있는' 바이어한테 넘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향후 위탁 사업자(인수자)로부터 안정적인 로열티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한국맥도날드 M&A는 현재 70% 직영점 체제인 점포들을 매각해 프랜차이즈로 전환, 인수자에게 '맥도날드' 브랜드 사용 및 영업활동을 하도록 하고 본사는 로열티를 지급받는 데 의의가 있다. 인수한 쪽이 장사를 못하면 매각자에게도 좋을 게 없다. 원매자 입장에선 인수자금 마련은 말할 것도 없고, 인수 후 경영 계획을 셀러에게 인정 받아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사실 매물과의 사업 관련성만 놓고 보면 CJ그룹을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하는 데 크게 무리는 없는 상황이다. 인수 주체로 꼽히는 CJ푸드빌이 외식업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만으로도 확고한 메리트를 지닌다. 비록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는 있지만, 브랜드도 다양하고 업장 수도 많아 인프라 면에선 하자가 없다. 이런 점을 내세워 "우리만큼 잘할 수 있는 곳은 없으니 싸게 내놓으라"는 게 CJ 논리다. CJ가 셀러 기대치보다 낮은 인수 희망가를 써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KG그룹으로서는 CJ그룹에 대항할 마땅한 아이디어(전자결제 서비스)와 더불어, 한국맥도날드 인수 경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을 피력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NHN엔터테인먼트와의 조합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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