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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이 책임져야 하는 이유 [thebell note]

김성미 기자공개 2016-09-07 08:20:08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6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공해상 대기 예정 #두 달 치 식량으로 버티기 #아직 배가 무거운데 #화주들께 죄송 #무사히 운송해드릴께요

한진해운 소속의 한 항해사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린 해시태그다. 한국해양대학교 출신인 이 항해사는 학창시절 한진해운으로부터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받았다는 글을 함께 올리며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진해운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해양대 2곳에서 우수 장학생을 선발, 300여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국내 1위 해운사답게 인재양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유동성 부족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항해사가 탄 컨테이너선은 부산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이집트 수에즈운하, 몰타 마샤슬록까진 무사히 운항을 마쳤다. 하지만 법정관리가 결정된 지난 3일 이탈리아 라스페치아 항만 당국의 입항 거부로 오도 가도 못하게 됐다. 공해상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금 연체에 선박 입출항이 거부된 국가는 이탈리아 외에도 미국·스페인·일본·중국·말레이시아 등 다수다. 압류 등을 포함해 전체 140여척 중 절반이 비정상적인 운항을 하고 있다. 배안의 항해사 등 선원들은 화주들의 짐을 실은 컨테이너와 함께 바다 위에 떠있다.

선원들은 기약 없이 발이 묶였지만 먹고 마실 걱정보다 아직 운송하지 못한 짐 걱정이 앞선다. 고객들이 믿고 맡긴 짐을 제때에 전하지 못한 탓이다. 선원들이 배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는 해운업의 본질은 서비스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한진해운의 인재상 첫 번째가 '헌신'인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업계는 한진해운 사태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내다본다. 120만개의 컨테이너 운송이 멈추며 물류대란은 물론 용선료 연체 및 화물 지연 클레임 등 국제소송도 일파만파 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악화되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다시 대주주 책임론에 휩싸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체료 해소를 위해 대주주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오너 경영진이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조 회장은 여태까지 계열사 등을 통해 1조 2000억 원을 지원했다. 대표이사에 오른 2014년엔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는 등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에 매진했다. 회사가 가장 어려울 때 오너십을 발휘하며 누구보다 훌륭한 구원투수로 활약했다는 평가다.

그래도 조 회장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오너로서의 책임이 필요하다면 고객들과의 '신뢰' 부분일 것이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물류그룹을 꿈꿨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으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임직원들에게 "어떤 상황이 닥친다 해도 그룹 차원에서 한진해운과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바다 어딘가에 떠있을 한진해운 직원들과 화주들의 짐. 조 회장이 오너로서의 책임을 보여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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