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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만 치중한 펀드 기준가 산출 [펀드기준가 발표 시점 논란]①사무관리회사, 장 끝나면 업무 본격화…기준가 사후검증도 문제

김슬기 기자공개 2016-10-12 08:36:34

이 기사는 2016년 10월 05일 1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금융가는 장이 끝난 이후 한산해진다. 여의도는 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장이 끝나는 3시 반까지가 가장 업무가 많다. 그 이후 직원들이 여의도를 떠나면 거리는 한산해진다. 하지만 자정이 다 되도록 불을 끄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펀드의 기준가를 내는 일반 사무관리회사다.

신한아이타스와 같은 전문 사무관리회사는 자산운용산업 내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인 신탁회계나 펀드회계, 일반 사무관리 등을 담당해 운용업계의 백오피스(Back Office)로 불린다. 사무관리회사의 업무는 장이 끝난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날 운용된 펀드들의 기준가를 그날 저녁에 산출해 다음날 영업시간 전까지는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업무 프로세스 상 국내 자산을 편입하는 펀드 기준가는 비교적 계산하기 쉽지만 해외 자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시 오류가 잦다. 운용사들의 해외운용 지시는 심할 경우 자정까지 이어져 펀드 기준가 산출시간이 더욱 늦어진다. 빠듯하게 나온 펀드 기준가는 다음날 공시 이후에나 사후 검증을 거친다. 속도는 빠르지만 정확성 면에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셈이다.

◇ 펀드 기준가는 펀드 산업의 핵심

펀드 산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 펀드 기준가 산출이다. 펀드 기준가격은 펀드를 거래할 때 적용되는 가격으로 펀드의 거래단위당(좌수) 실질 자산가치(NAV)를 의미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 238조 집합투자재산의 평가 및 기준가격의 산정 등에 따르면 자산운용회사는 직접 또는 위탁(일반사무관리회사)을 통해 기준가격을 '매일' 공고하고 게시해야 한다. 투자신탁을 최초로 설정하는 날의 기준가격을 1좌를 1원으로 해 1000원으로 공고한다.

현재 자산운용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펀드 기준가격을 내는 곳은 삼성자산운용이 유일하다. 그 외에 나머지 자산운용회사들은 신한아이타스, 하나펀드서비스,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우리펀드서비스, HSBC펀드서비스 등의 일반 사무관리회사에 위탁을 맡겨 펀드 기준가를 산출한다.

법률상 규정하고 있는 것은 '매일 기준가가 나와야 한다'는 것 뿐 기준가 발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당일 운용된 펀드의 기준가는 그 다음날 판매사의 영업시간 전까지 발표되고 있다.

◇ 정확성보다는 속도에 쫓기는 펀드 기준가 산출

현재 국내 사무관리회사의 기준가 산출 프로세스를 보면 각 운용사가 장 중에 증권사를 통해 매매주문을 내면 매매체결이 된 내용이 예탁결제원의 펀드넷 시스템으로 들어간다. 매매내역이 운용사에 다시 전달이 되고 확인 처리를 하면 사무관리회사에 전달이 된다. 이 과정을 '운용지시 수신'이라고 표현한다. 채권의 경우 한국자산평가, KIS채권평가, 나이스 피앤아이와 같은 채권평가회사가 산정하는 가격을 받게 된다.

결국 국내 자산 운용에 관한 내용이 다 들어오는 시간은 오후 5~6시쯤 된다. 이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운용지시까지 다 받으려면 오후 7~8시를 넘기게 된다. 금융투자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국과 시차가 1시간 30분 이내인 지역인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까지는 당일에 자료를 받는다. 이 수치들을 다 반영해 사무관리사가 펀드의 기준가를 낸다.

하지만 협회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서 그 이후에 들어오는 운용지시 수신도 있다. 몇몇 운용사에는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늦게는 오후 10시~11시까지도 운용에 관한 사항을 보내 반영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기준가 산출 시간은 더욱 늦어진다.

더 큰 문제는 해외 주식 매매 등에 대한 사항은 펀드넷과 같은 전산처리가 되지 않아서 각 운용사별로 자료를 받아서 수작업으로 입력을 해야 한다. 대량일 때는 엑셀로 업로드하지만 보통은 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지난 2009년 금융당국은 '펀드산업 관련 인프라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해외자산 역시 펀드업무집중전산시스템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예탁결제원은 펀드넷과 옴지오(Omgeo)를 연계해 해외자산에 대해서도 자동화된 매매확인 및 운용지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옴지오는 미국 예탁결제원(DTCC)의 자회사로 세계 45개국 6000여 개 금융기관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국제간 증권거래에 대한 매칭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회사다.

2009년 이후 예탁원은 5년간 이 시스템의 사용비용을 지원했으나 이후 이용료를 운용사가 알아서 부담하고 있다. 지원이 끊긴 이후 이 시스템을 이용해 해외자산 운용지시를 하는 운용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비용이 많이 들어서 옴지오를 쓰는 운용사가 거의 없어 여전히 수작업을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또한 당일 운용사항이 당일에 산출되다보니 운용사의 기준가격 검증도 다 공시된 이후에 이뤄진다. 가령 펀드의 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수탁은행도 펀드 기준가격을 검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공시 이후에 진행되기 때문에 이미 판매사에서 펀드 판매가 진행될 때 기준가 정정 공시가 나올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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